로그인메뉴

시리즈 | 백승구의 執弓而待兔
  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이 한 장의 사진]

신격호 회장 자택 마당에 '특별한' 초가집이 있었다?

글 | 백승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얼마 전 지인(知人)이 사진 한 장을 보내왔습니다. 30년 가까이 된, 오래된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은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 사진입니다.
  
본문이미지
 사진 왼쪽에 있는 여성분이 제가 아는 분입니다. 이름, 나이 등 개인신상은 공개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언제 때 사진인지 여쭸습니다.

 “정확히는 모르겠네. 아마도 1992~93년 무렵이 아닌가 싶어요. 그러니까 노태우 대통령이 청와대에 계시던 마지막 해이거나 김영삼 정부 첫해 그 언저리예요.”

 “사진 속 장소는 어디죠? 공기 좋고 경치 좋은 데 있는 별장 오두막집 같기도 하고...”
 
지인은 웃으시며 “지방이 아니라 서울”이라며 계속 맞춰보라고 했습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돈 꽤나 있는 분의 저택(邸宅) 마당처럼 보이네요.”
 지인은 “요즘 언론에 자주 나오는 대기업 회장님 댁 마당”이라고 했습니다.
 “누군데요?”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님요. 성북동인지 평창동인지 기억이 안 나지만 청와대에서 그리 멀지는 않았어요. 나중에 그 집을 아들한테 넘겨줬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렇다면 평창동이겠군요. 둘째 아들 신동빈 회장 자택이 평창동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신격호 회장님 자택엘 가셨어요? 오래 전부터 아는 분이었나요? 사진 속에 나오는 초가집은 또 뭐죠?”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도미(渡美)한 지인은 학창시절 배구선수로 활동했습니다. 결혼 후에는 미주지역 어머니배구단 대표로 활동하며 서울을 방문하곤 했지요. 지금의 ‘생활체육 카네이션 전국어머니배구대회’에 참석한 것입니다.
 
이 대회는 올해로 46년째를 맞았다고 합니다. 요즘은 큰 대회가 아니지만 한 때 어머니배구대회는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미주지역에서 온 어머니배구단은 대통령 영부인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하곤 했습니다. 지인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 손명순 여사의 초청으로 청와대에 간 적이 있습니다.
 
 
본문이미지

 다시 사진 얘기로 돌아가지요. 평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건강관리를 잘 해서인지 지인은, 현재 일흔을 앞두고도 50대 초반으로 보입니다. 사진 속 지인의 나이는 40대 중반이었습니다. 신격호 회장 자택에 가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미주지역 어머니배구단 전체가 신격호 회장님의 초청으로 댁에 간 적이 있어요. 그때 찍은 사진이에요. 요즘은 여러 기업이 사정에 맞게 후원금을 내놓지만, 그 때는 특정 기업이 해당 연도의 대회 후원을 책임지는 형식으로 진행됐어요. 대기업이 해마다 돌아가며 대회를 후원했던 겁니다. 이 사진을 찍었던 그 해에는 롯데그룹이 후원기업이었어요. 모든 경기가 끝나고 신 회장님이 저희 배구단원을 자택으로 초청해 저녁을 거하게 대접하셨지요. 외국에서 고생한다며 말입니다.”

 “신격호 총괄회장님만 기억이 나나요? 혹시 신동주, 신동빈 두 자제분은 그 자리에 없었는지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자제분 한 분이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아무튼 신격호 회장님은 저희들에게 맛나는 것들을 내놓으셨어요. 회장님께서 무척 신경을 쓰신 겁니다. 경기가 끝나고 후원기업 오너가 당신의 자택에 선수단을 초청해 식사까지 대접하신 분은 신 회장님이 유일했어요. 외국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격려도 많이 해주셨지요. 저녁식사가 끝나고 흥이 한창 올랐을 때 노래방 기계를 갖다 놓고 ‘노래자랑대회’도 했습니다.”
 지인은 “그날의 연회를 평생 잊을 수 없다”며 한참 동안 추억에 잠겼습니다.

 “정말 재미있었죠. 자상하신 신 회장님 덕분에 저희들은 신나게 놀았어요. 그런데 20년이 넘어도 절대 잊을 수 없는 얘기가 있어요. 바로 이 사진에 나오는 ‘초가집’ 이야기입니다. ‘이게 뭐냐’고 물어봤죠. 신 회장님 자택에 들어가자마자 초가집을 보곤 매우 궁금해했어요.
 ‘저게 뭘까? 누가 사는 걸까?’
 
저희의 질문을 받은 신 회장님께서 껄껄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아니겠어요.
 ‘사람이 사는 게 아니라 집에 키우는 개집입니다.’
 마당에는 진돗개가 있었는데 더운 날 편히 쉴 수 있도록 특별히 만들었다는 겁니다. 신 회장님은 ‘멋지죠? 정말 멋지지 않아요?’라고 연신 물어보셨어요.”
 
 그날 신격호 회장의 ‘진돗개 자랑’이 대단했다고 합니다. 어머니배구단원들은 진돗개용 움막을 신기해하며 직접 안에 들어가보기도 하고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난리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볼 수 없는 것이라 더욱 그랬다는 겁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오른쪽 끝에 진돗개 한 마리가 보입니다. 나무 사이로 작은 개집도 보이고요.
 
본문이미지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지인이 이 사진을 공개한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그분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신 회장님에 대해 좋은 기억과 추억을 갖고 있는데, 최근 형제간 다툼과 검찰 수사로 언론에 그 분의 이름이 매일 나오다시피 해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고령(高齡)의 신 회장님이 치매 관련 약을 몇 년간 계속 복용해왔다는 언론 보도에, 이 사진을 보시면 혹시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해서 옛날 앨범을 꺼내봤어요. 경영권 다툼으로 원수처럼 지내는 두 자제 분은 지금이라도 싸움을 멈추고 편찮은 아버님을 잘 모시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글=백승구 기자]
등록일 : 2016-07-14 15:09   |  수정일 : 2016-08-25 11:08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 리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맨위로
자유지성광장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하단메뉴

개인정보 취급방침독자센터취재제보광고문의조선뉴스프레스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