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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바이올린...'얼후' 이야기

‘라이~ 라이~ 호궁이 운다….’

글 | 김성민 중국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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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후.
 
‘라이~ 라이~ 호궁이 운다….’
그 시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중국음악의 특색이 살아 있는 음색과 선율의 대표로 이 호궁이란 악기가 가장 큰 인상을 남겼나 보다. 사실 호궁은 호금(胡琴)이란 악기의 별칭이 전해진 것인데, 우리나라의 해금과 원류가 같은 찰현악기이다. 호(胡) 라는 명칭은 한족(漢族)이 아닌 소수민족이나 외래족을 지칭하는 말이기에 그 시발점은 중국이 아니었다. 몽골 대초원의 유목민들이 사용하던 북방의 악기인데, 모린호르(마두금)과 함께 호치르 라고 불린 초원 악기로 칭기즈칸의 대제국을 따라 세계 곳곳으로 퍼져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모린호르는 서양 음악에 영향을 주어 첼로의 탄생을 도왔다고 하며, 아시아권 거의 모든 국가에서는 호치르와 같은 형태의 악기를 볼 수가 있다.
 
당 나라 시기에 그 악기에 대한 기록이 보이기 시작하고 송말 원초에 그 형태가 정립되어 해금(奚琴) 이란 이름으로 불렸는데 우리나라에 전해진 해금은 아직까지도 그 명칭과 함께 원형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중국에서는 여러 차례의 개량을 통해 호금이라는 이름하에 여러 가지 형태로 나뉘었다. 저음부의 중호, 고음부의 고호, 경극반주용의 경호, 경이호, 이천금 등이 있는데, 그중 대표격이 되는 중음부의 악기를 지금은 이호(二胡), 중국어로 얼후라고 부른다.
 
중국의 바이올린이라는 소개와 함께 이미 세계 전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얼후라는 외래 악기가 중국을 대표하게 된 것에는 두 사람의 역할이 컸다. 리우티엔화(劉天華)라는 근대 음악가가 서양음악의 음계와 형태를 가져와 1900년대에 들어 명주실을 꼬아 만든 현을 쇠줄로 바꾸고 지금의 형태를 만들었다.
 
그리고 얼후 이야기를 하면 빠질 수 없는 민간 예술가 화옌쥔(華彦鈞)이 있다. 화엔쥔은 그 이름보다 예명이라 할 수 있는 아빙(阿炳)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도학자의 가문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음악에 소질을 보였으나 20대에 병으로 인해 실명한 시각장애인 음악가이다. 그의 대표작인 이천영월(二泉映月)은 지금도 얼후의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곡이며 그 곡을 연주하기 위한 이천이호(二泉二胡), 일명 이천금(二泉琴)이란 악기가 따로 있을 정도이다.
단 한 곡의 음악을 위한 악기가 따로 존재함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일일 것이다. 리우티엔화의 개량과 정립에 아빙의 명곡전파 그리고 현대에 들어와 얼후를 음악교육의 주인공으로 만든 정책에 힘입어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통악기로 자리 잡게 되었다.
 
얼후는 형태에 따라 북방식과 남방식이 있으며 밀도가 높은 홍목이나 오목, 단목등으로 만드는데, 흑단 혈단 자단 등이 고급재료이며 옛 홍목 고가구를 깎아 만든 노홍목 얼후를 최고로 친다. 중국의 전통악기 중 가장 인간의 성대에서 나오는 소리와 흡사한 음색을 지닌 것으로 소개되는데 그 가죽은 망피(아나콘다나 왕구렁이의 가죽)를 사용한 것이 상품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그 음색의 애절한 매력 때문인지 엔카 반주 악기로 점차 인기를 얻고 있고, 우리나라를 방문해 공연을 하기도 했던 여자십이악방의 연주곡이 오리콘 차트에서 연속 1위 행진을 하며 대중화된 인기 악기 ‘니코’ 가 되었다. 그러나 대중화에 있어서 야생동물보호법으로 인하여 뱀 가죽이 문제가 되어 사슴 가죽을 이용한 일본식 얼후를 만들고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얼후의 음색에 반한 사람들이 모여 동호회 활동 등을 통하여 애호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가요 곡에서도 반주 악기로 사용되고, 우리 국악인이 작곡한 얼후 협주곡이 있을 정도로 이미 상당한 지명도를 가진 악기가 되었다.
 
얼후를 배우고 연주하면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왜 하필 중국 악기를 배우냐고.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에게 왜 하필 이탈리아(독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악기를 배우냐는 질문은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주위에 오카리나를 부는 사람이 많은데, 그게 어느 나라 악기냐고 물어보면 모두 꿀을 먹었는지 대답을 못 한다. 음악에 국경이 어디 있으며 음악은 세계인이 소통할 수 있는 공용어가 아닌가. 인도의 시타르를 배워도, 아르헨티나의 반도네온을 배워도, 러시아의 바랄라이카를 배워도, 인디언 플룻을 배워도 세계 어디서나 소통이 가능하다. 문화의 주요 부분을 하나 쥐고 나아가 이해하면 더 깊은 교류가 가능하니 악기 또한 교류와 세계화의 멋진 도구가 되지 않을까. 차 한잔을 마셔도, 커피를 마셔도, 위스키나 막걸리를 마셔도 이천영월이라는 곡 하나가 멋진 분위기를 연출해 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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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후경연대회 우승자 왕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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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의 얼후 연주가 후즈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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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상에 진열된 얼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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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문하여 공연한 얼후명인 지앙커메이.

등록일 : 2015-05-27 03:58   |  수정일 : 2015-05-2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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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김성민 중국문화연구소 소장

1966년 부산생
중문학 석사

중국문화연구소 소장
중국어 교육 사이트 "김성민의 중국어 세상(www.0487.co.kr)" 대표
소리연 중국민족악기 연구회 이사
부산광역시 명예통역관
동서대학교 창원대학교 부산대학교 등 외래강사
인터넷 종합 교육 사이트“홍익TV(www.hongiktv.com)”동양학부 전담 강사

영원한 사랑의 연가《첨밀밀》편저(송산출판사)
《8822중한사전》편집위원(송산출판사)
《HSK 단번에 만점따기》시리즈 번역(송산출판사)
《HSK 8급을 잡아라(문법편)(독해편)(종합편)》번역(송산출판사)
등 번역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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