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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조남준 기자의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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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은 북방 유목민족의 수장(首長)을 뜻하던 일반명사

일제(日帝)가 단군의 사당 헐고, 제사 못 지내게 금지

글 | 조남준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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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밀양시 단군 천진궁 내부./ 조선DB

 
단군(檀君)은 고유명사일까, 일반명사일까. 단군이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에서 뿐 아니라, 북방 여러 나라에서 사용됐다. 한자 발음인 단군의 순수한 우리말과 그 의미는 무엇일지 유츄(類推)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중국인들이 흉노(匈奴)라고 불렀던 북방(北方) 유목민족 수장(首長)의 명칭인 선우(單于)를 참고할 만하다. 선우는 북방 기마민족들이 5세기 이후, 그들의 수장을 간(干), 또는 가한(可汗=칸)이라고 부르기 전에 사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동호(東胡)에서는 5세기 이전부터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칸, 또는 한을 썼다. 중국인들은 동북쪽에 사는 이(異)민족을 통상 산융(山戎) 또는 동호라 했다. 동이(東夷)의 별칭이다. 동호의 중국발음 ‘뚱후’를 17세기 러시아 학자가 듣고 ‘퉁그스’라고 작명했고, 그 말이 서양으로 건너갔다. 오늘날 서양인들이 우리를 '퉁그스族'의 한 갈래라고 하는 것은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청(淸)나라 건륭제(乾隆帝)때 편찬된 《欽定滿洲源流考(흠정만류원류고)》는 삼한(三韓=마한 진한 변한)을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 것처럼 한반도 남쪽에 위치한 지명으로 보지 않고, 발해만 주위에 자리 잡은 동이계통 나라의 지도자(韓 또는 汗)로 해석하고 있다. 신라의 거서간(居西干), 마립간(麻立干), 각간(角干) 등이 다 같은 계통의 단어다. 고구려 때는 전국을 삼경(三京=국내성 환도성 평양성)으로 나누고 각 京마다 汗 또는 干(예 : 丸都城干 朱利)이라는 책임자를 두었다고 한다. 백제도 제사장을 干이나 汗이라고 했다.
 
독립운동가로 유명한 민족사학자 신채호(申采浩) 선생은 이를 참고삼아 《朝鮮史硏究抄(조선사연구초)》를 쓸 때, 삼조선(三朝鮮)을 일반 사학자들처럼 단군조선, 기자조선, 위만조선으로 보지 않고 말조선, 발조선, 신조선으로 상정(想定)했다. 마리칸, 바리칸, 쇠블칸이 통치하던 마리조선, 바리조선, 쇠블조선이라는 것이다.

‘바리’란 유목사회의 제사장(무당)을 일컫는 말로, 불(火), 밝음(明)에서 유래했다. 중앙아시아 발하슈湖에서 시작하여 바이칼湖, 발해(渤海)로 그 족적을 남기고 있으며, 부여(扶餘), 변한(弁韓)이란 이름으로 사서(史書)에 등장한다.
 
‘마리’란 부족의 정치적 우두머리로, 머리(首 또는 天), 마루(宗)의 의미를 갖고 있다. 신라 지증왕 대까지는 왕을 마립간이라 했는데, 마립간은 마리와 칸의 합성어다. 마한(馬韓)은 여기서 유래한 이름이다.

‘쇠블’은 강력한 힘의 소유자이자 군사적 리더를 말한다. 한자로 金, 太, 角을 의미로 차용(借用)하고, 발음으로는 新(=大), 辰(=大)자를 빌었다. 예컨대 어떤 무리의 우두머리인 대두목(大頭目)을 순수한 우리말로 표현한다면 ‘신크마림’이라고 하는 예다. 大와 같은 의미인 辰은 진국(辰國), 진한(辰(眞)韓), 대진국(大震國=渤海), 마진(摩震=마한+진한, 궁예가 세운 태봉의 初名)과 같이 고대국가 이름으로 계속 등장한다.
 
다시 선우로 돌아간다. 선우는 줄인 이름이며, 본딧말은 ‘탱리호도선우(撑犁弧塗單于)’다. 탱리의 본 발음인 ‘텡그리(tengri)’는 북방 유목민족에게 두루 쓰이던 말이었다. 투르크(=오늘날의 터키)어로 ‘하늘’이란 말이다. 몽골말로는 등격리(騰格哩)라 했다. 현 몽골의 올란바토르를 수도로 건국된 돌궐 제 2제국(684~734년)의 칸 가운데 서기 734년에 즉위한 등리가한(登利可汗)의 ‘등리’도 텡그리의 한자 음역(音譯)이다. ‘탱리호도’는 음차(音借)와 표의(表意)를 동시에 나타낸 말이다. ‘호도(오도르)’는 ‘아들’의 원형이며, 일본어에 현재 ‘오도(男)꼬(子)’로 남아 있다. 따라서 ‘탱리호도’란 하늘의 아들, 즉 천자(天子)다.
 
중국도 최고통치자를 공식으로는 왕 또는 황제로 불렀지만, 속칭 천자라고도 했는데, 흉노도 똑같은 것이다. 다만 중국의 통치자처럼 세습이 아니라, 형식적일망정 ‘쿠릴타이(신라의 화백과 비슷한 존재)’라고 하는 귀족회의에서 선출됐다.
 
선우(單于)는 그 자체로 명백한 뜻이 없다. 본래 단간(單干)이었던 것을 중국인들이 ‘흉노’의 중국 발음인 ‘숭누’를 표기하다 본래의 ‘단간(單干)’을 오기(誤記)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단간’이라고 해야 의미가 통하기 때문이다. 單은 단, 탄, 찬으로 발음된다. 뜻은 天이다. 탱그리, 당그리, 당기르, 단구르, 칭기르의 탱, 당, 단, 칭과 같다. 天은 구한말(舊韓末)까지도 ‘텬’이라고 발음했다. 칭기즈칸도 텡기르칸에서 나온 말이다. 따라서 單于는 선우가 아니라, 단간, 탕칸, 텐칸이라야 맞는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단군은 특정인의 이름이 아니라, 최고통치권자, 또는 그와 맞먹는 권력을 가졌던 제정(祭政)일치시대의 신관(神官)을 일컬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대 조선에서는 이를 당골, 단골, 또는 당구르 라고 했고, 중국인들이 이 소리를 듣고 한자로 檀君이라 표기했을 뿐이다.
우리가 시조로 받드는 단군은 이름을 왕검(王儉=우리말 임금(=壬儉)의 잘못된 한자 표기)이라고 하는 단군이었다. 그 이후, 역대 한민족이 세운 국가의 최고 통치권자를 임금이라 한 것은 단군의 이름 壬儉(※몽골에서는 최고통치자를 ‘옹군’이라 했음)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간단하다. 단군의 존재를 부인할 필요도 없고, 부인할 수도 없을 것이다. 韓민족 뿐이 아니라, 광의(廣義)의 흉노로 불렸던 北方 유목민족에게 공통적으로 군림했던 존재였으니까 말이다.
조선조시대까지만 해도 전국 곳곳에 단군을 모시는 사당(祠堂)이 존재했다. 가장 큰 곳이 평양에 있었고, 황해도 신천군 문화(文化)면에 별도의 제당(祭堂)이 있었다. 평양의 사당을 숭녕전(崇寧殿)이라 했으며, 文化의 제당은 삼성사(三聖祠)라 했다. 평양은 고조선의 수도라고 생각해서, 구월산을 관장하는 文化면은 단군이 왕위를 물려주고 들어가서 산신이 되었다는 전설에 따라서 그리 한 것이다.
 
단군의 존재는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 잡혀간 인물 17명은 합의해서 일본 땅에 사당을 만들어 단군을 모신다. 그것이 오늘날의 옥산신궁(玉山神宮)이다. 옥산신궁 유래기(由來記)에는 옥산신궁이 단군의 묘이며, 조상대대로 단군을 시조로 섬겨온 데 따른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한국에도 여러 번 온 적이 있는 일본의 유명 도예가로, 조선인 후예인 14世 심수관(沈壽官)은 지금도 단군을 열렬히 섬기고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수백 년 전, 일본에 붙잡혀간 조선 사람들이 단군을 섬겼고, 그 후손들이 지금까지 단군을 모시고 있을까. 그것은 단군이 확실히 실존했던 우리의 조상이며, 그들이 붙잡혀 가기 전에도 단군을 알고 있었고, 조상 대대로 섬겼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다음은 《朝鮮王朝實錄(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단군에 관한 기사다. 세종실록을 보면 세종 10년 6월 청백리로 이름난 정승 유관(柳寬)이, 세종 18년 12월에는 유관의 조카인 한성부사 유사눌(柳思訥)이 단군에 관해 상소를 올린다. 이들은 문화 柳씨다.
柳寬은 『황해도 (신천군) 文化(면)에서 부로(父老)들의 말을 들으니 구월산은 문화고을의 주산(主山)인데, 그 산허리에 단군 사당 삼성사(三聖祠)가 있고, 그 밑에 성당리(聖堂里)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단군이 박달나무(=神檀樹)에 내려와 후대에 文化의 동쪽 장당경(藏唐京)에 도읍을 정했으며, 중국의 요임금과 같은 해에 건국했고, 건국한지 1,000여 년 만에 아사달에 들어가 신으로 화했다(別世했다)고 합니다.』
유사눌은 『〈歲年歌(세년가)〉를 보니, 단군은 조선의 시조이며 그 나라가 누린 역사는 매우 깁니다. 전에 그 사당을 지으라고 유사(有司)에게 명하실 때는 유사가 잘 몰라서 평양에 세우고저 하였으나, 신의 숙부, 寬이 잘못임을 논하여 사업을 아직 시행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歲年歌〉에 의하면 단군이 평양에 도읍을 정하였다가 뒤에 백악(白岳)으로 도읍을 옮기고, 은나라 무정(武丁) 8년(=기원전 1243년)에 아사달에 들어가 신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 근거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고려왕조에서도 구월산 밑에 사당을 세웠는데 그 집과 위판(位版=神位)이 지금도 있어서 〈歲年歌〉와 서로 합치합니다. 그러니 이를 버리고 다른 곳에 세운다면 그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군 사당을 세우려고 조사하던 세종이 평양이 아니라, 구월산 아래 文化고을에 세우도록 재가하고 예조에 하명했다는 기록이다. 세종대왕까지도 단군의 존재를 중시했고, 〈歲年歌〉라는 노래를 통해 그 사적이 구전되고 있었음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신화나 전설에 지나지 않았다면 단군을 이처럼 왕조에서 조의(朝議)에 의하여 받들지 아니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대대로 단군을 국조(國祖)로서 모시고 최고의 조상신으로서 제사를 받들어왔다. 지금까지도 전국 여러 곳에 단군의 제단 유적이 남아 있고 또 그 제상(祭床)의 진설도와 〈歲年歌〉가 구전되어왔다. 그것이 끊어진 것은 일제(日帝) 강점기 때다. 일제는 숭녕전과 삼성사를 헐어서 없애버리고 단군에 대한 제사를 지내지 못하게 했다. 일제가 단군을 말살한 이후, 역사학계에서는 일본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 단군을 신화 속에 가둬놓고 있는 것이다.
 
〈歲年歌〉는 조선 중종때 문신 유희령(柳希齡 ․ 1480~1522년)이 편찬한 《標題音註東國史略(표제음주동국사략)》에 그 내용이 나와 있다. 이 책은 일제가 불태워 없앤 사서(史書) 가운데 하나인데, 수년 전, 대만 국립박물관에서 발견됨으로써 〈歲年歌〉의 실체가 확인됐다. 노래의 내용은 단군, 기자, 위만의 고조선에서 삼국을 거쳐 고려때까지 있었던 주요 사건의 요지를 표제로 내세웠다. 삼국을 각기 독립하여 서술했을 뿐 아니라, 신라 중심이 아닌 고구려 중심의 역사체계를 세웠다.
 
그밖에도 지역마다 사람들이 작은 신당에 단군의 초상이나 위패를 모시고 소원을 빌곤 했다. 단군의 초상을 ‘천진(天眞)’이라고 한다. ‘천진’이라는 지명중에서 특히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의 천진암(天眞庵)은 유명하다. 천주교의 성지인데, 지금 백년성당을 짓는 곳이다. 그러나 천진암은 본래 ‘단군의 초상을 모시는 암자’라는 뜻이다. 어진(御眞)은 임금의 초상, 사진(寫眞)은 얼굴을 있는 그대로 그린다는 말이니까 ‘眞’은 얼굴이라는 뜻임을 알 수 있다.
그러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면서, 단군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지방에 있는 많은 신당을 없애버리거나, 상여(喪輿)를 보관하는 장소로 전락시켰다. 이런 상여집들이 동네 마다 하나씩 있었는데, 이를 ‘당집’이라고 불렀다. ‘단군의 집’이라는 뜻이다.
등록일 : 2014-11-02 13:54   |  수정일 : 2014-11-0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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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화  ( 2014-11-05 )  답글보이기 찬성 : 17 반대 : 28
식민사학에 오염된 사학자들이 얼마나 많으면 사학자가 아닌 언론인과 농대교수무명학자등 비전공 분야의 지식인들이 사학계의 잘못을 일깨우는 글이 쉬임없이 이어 질까? 정통 사학계라 자칭하는 학자들이 심사숙고 할 일이다. 사실 왜놈들이 못된놈들 이라고 하지만 왜놈들도 우리 조상님들이 퍼뜨린 우리민족의 후손들이니 어찌 하랴?
이을용  ( 2014-11-03 )  답글보이기 찬성 : 20 반대 : 10
터키어, 몽고어, 페르시아어, 인도 우르드어를 공부하면 한국어와 상당히 유사하다는것을 알수가 있습니다. 고대한국은 수천년전에도 지금과 같은 무역왕국 이었을 겁니다.
      답글보이기  장백  ( 2018-01-05 )  찬성 : 0 반대 : 0
위에서 말씀하신 언어영역을 연구하신다니 참으로 반갑습니다요...고대 한국언어가 무역이나문화를 통해서 널리 쓰여진다 않았나봅나다..현재영어와 비슷한 경우라고나할까요...
유욱상  ( 2014-11-02 )  답글보이기 찬성 : 23 반대 : 19
훌륭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국사교육에 이데올로기가 배제되고 진실이 본래의 자리를 찾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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