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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변학수의 이야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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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콩쿠르 우승 조성진이 롱런하는 피아니스트가 되려면

한국의 피아니스트 조성진(21)이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폴란드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우승했다. 그의 연주가 가지는 매력과 피아니스트로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글 | 변학수 문학평론가,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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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쇼팽 콩쿠르에서 금상을 탄 피아니스트 조성진./ 쇼팽콩쿠르 홈페이지.

피아노에 앉은
남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들었다.
 
전봉건(1928-1988) 시인의 피아노라는 시다. 물론 원래 시에는 남자의라는 말 대신 여자의란 말이 있는데 필자가 바꾸었다.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파이널 스테이지를 보면서, 그리고 들으면서 나는 문득 전봉건의 이 시가 떠올랐다.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1위 입상 마지막 곡에서는 정말로 물고기도 쏟아져 나오고, 그리움과 고통과 19세기의 피아노의 언어와 문법, 드라마틱한 긴장감과 소네트 같은 달콤한 사랑이 쏟아져 나왔다. 나도 바다로 가서 시퍼런 파도 같은 붓을 하나 들어 글을 쓰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짧은 지식에 그것은 언감생심이고 한 사람의 청중으로 그의 피아노 세계에 들어가본다.
 
 
물론 지금은 아직 조성진을 평가하기엔 이른 시간이다. 그의 연주와 음반이 나온 후, 비로소 그에 대한 평가가 바람직하리라. 왜냐하면 앞의 쇼팽 콩쿠르 우승자들이 쇼팽에 갇혀 큰 위업을 지속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보기 때문이다. 2000년 중국인 우승자 윤디 리가 그렇고 그 다음 우승자 스타니슬라프 부닌 또한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있다. 3대 콩쿠르로 함께 손꼽히는 퀸 엘리자베스·차이콥스키 콩쿠르와는 달리 이 쇼팽 콩쿠르는 오로지 쇼팽만을 연주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무슨 소용인가? 그의 건반에서는 중국의 피아니스트 랑랑처럼 아크로바틱 하지는 아니지만 물고기가 뛰어놀고, 윤디 리와 같이 지나치게 섬세하지 않지만 19세기 초 쇼팽의 피아노 언어와 문법이 충실히 재현되고 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그는 루빈슈타인 콩쿠르에서 기술적인 부분과 음색에 대한 칭송을 들은 바 있다. 특히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 유학하면서 그 전의 연주보다 음색이나 표현에 있어서 매우 세련되게 바뀌었고 부드러워졌다. 이런 점은 분명 그에게 이점으로 작용하였다. 이것이 만약 차이코프스키나 퀸 엘리자베스였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그의 약점으로 꼽혔던 것은 낭만주의를 혐오한 낭만주의 작곡가 쇼팽을 연주할 때의 불안정한 표현(insecure grasp of the rhetoric of 18th and 19th century repertoire)이라는 비평이 있었는데 이번 연주를 통해 이런 문제를 상당부분 극복한 것 같다.
 
오히려 조성진의 피아노 문법, 그의 새로운 쇼팽 해석이 맑고 투명한 연주로 인해 지메르만 같은 사람에게 최고의 쇼팽 연주라는 박수를 받은 것은 대단한 일이다. 콩쿠르 처음에 연주한 소품들에 비하면 그의 파이널 스테이지는 완벽에 가까운 것이었다. 긴장하지 않지만 긴장하게 하는 연주에 필자는 연주 마지막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리고 , 조성진!’이라는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았다. 좋은 음악은 감동시킨다. 그리고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들게 한다. 음악전문가 부모를 둔 것고 아니고 환경이 좋은 가정에서 자란 것도 아닌데 이런 피아니스트가 나오다니! 그저 그는 유튜브 같은 데서 세계적인 연주가들의 음악을 듣고 음악 훈련 시스템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이 점이 평범한 가정에서도 위대한 음악가가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이제 그는 더 나아질 것이다. 다만 앞에서 말했다시피 조성진이 쇼팽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 말할 것도 없이 바르톡 연주나 현대의 작곡가들을 연주하는 데 있어서 그에게 거칠 것은 없다. 앞으로 다른 기회에 다른 작곡가들에 다양하게 접목하고 해석하는 그의 피나는 노력을 기대할 뿐이다. 조성진과는 다른 길을 간 피아니스트를 꼭 소개하고 싶다. 지금 랑랑 이상으로 유럽 클래식 시장을 휩쓸고 다니는 다닐 트리포노프의 쇼팽 협주곡 1번이다. 그는 조성진과는 달리 2010년 쇼팽 콩쿨 3위를 하고 이듬해인 2011년 차이코프스키 콩쿨 대상(피아노 부분 1)을 받았다.
 
 
 
다닐의 음악은 러시아인답게 깊고 거룩하다. 쇼팽보다는 차이코프스키에 가깝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청중에게는 감정처리에 있어서 다소 중후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조성진이 이런 깊이의 음악에 도전할 수 있을 때 오래 갈 것이다. 다닐이 연주할 때 호로비츠가 보이는데, 조성진의 모습에서 정명훈의 모습이 보인다면 그것은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압박을 견뎌내지 못하면 정명훈처럼 지휘자로 자리를 옮겨가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나는 조성진이 한국인의 클래식에 대한 자부심을 지켜주는, 그야말로 롱런하는 피아니스트로 남기를 기도한다.
등록일 : 2015-10-23 08:24   |  수정일 : 2015-10-2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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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변학수 문학평론가, 경북대 독어교육학과 교수

경북 문경 출생. 경북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슈투트가르트 대학교에서 문학과 철학으로 석사학위(M.A.)를 받았다.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의 장학생으로 공부했으며, 같은 대학교에서 1993년 문학박사(Dr.phil.)학위를 받았다. 1999년부터 문학평론가로서 활동했고, 계간지 <시와반시>기획위원이며, <다층>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문학치료에 관심을 두어 2004년 경북대학교에 학과 간 협동과정으로 문학치료학과를 창설하였고, 독일 프리츠 펄스 연구소에서 문학치료사 훈련가 자격을 얻었다.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과 한국통합문학치료학회 회장, 한국아데나워학술교류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독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세이집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 『을의 언어』(박문사, 2014), 평론집 『잘못보기』(유로서적, 2003), 『토르소』(글누림출판사, 2014)가 있으며, 『문학적 기억의 탄생』(열린책들, 2008), 『내면의 수사학』(경북대학교 출판부 2008), 『프로이트 프리즘』(책세상, 2004), 『문학치료』(학지사, 2007), 『통합적 문학치료』(학지사, 2006), 『문화로 읽는 영화의 즐거움』 (경북대출판부 2004), Hermeneutische und ästhetische Erfahrung des Fremden(독일어 iudicium, 1994) 외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는 『니체의 문체』(책세상, 2013), 『신들의 모국어』(경북대출판부, 2014) 『제국의 종말 지성의 탄생』(글항아리, 2008) 『시와 인식』(문학과지성사, 1993), 『기억의 공간』(그린비, 2005), 『보리스를 위한 파티』(성균관대출판부), 『독일문학은 없다』(열린책들), 『릴케-헌시·시작노트』(책세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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