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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강위석의 생각을 따라 말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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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고귀한 행위라고?

'최악의 상태에 있을 때, 정치는 인내 불가능이 되고 만다.’

글 | 강위석 시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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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 존재이며 경제 주체로서의 인간은 각자의 공리(功利, utility; 경제학에서는 특별히 따로 ‘효용’이라고 번역하여 부른다.)를 더 크게 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한다. 공리라는 말은 이익, 편익 등과도 같은 뜻으로 쓸 수 있겠다.
 
공공선택론(public choice theory)은 경제학의 이론과 방법을 원용한 정치학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정치 참여자의 정치적 행동도 각자의 이익을 더 크게 만들려는 동기에서 이루어진다고 해석하는 것이 공공선택론이다. 민주주의에서 정치 참여자는 유권자, 정치가, 공무원이다.
 
공공선택론을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바 있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뷰캐넌은 공공선택론을 ‘환상(romance)이 제거된 정치학’이라고 정의하였다. 정치학 또는 정치에 끼여 있는 환상이란 무엇일까.
 
미국 미시시피대학 교수 슈가르트(William F. Shughart II)는 ‘종래의 정치학에서는 정치 참여자들은 모두 공공선(公共善,common good) 혹은 공익(公益, public interest)을 확대하려고 노력하는 착한 사람들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서양 정치학에서도 정치는 고귀한 행위라는 환상과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은 착하다는 환상이 근저에 깔려 있어 왔던 것이다. 정치는 정(正)이며 치자(治者)인 군자는 의(義)에서 기뻐한다는 유교의 정치와 치자에 대한 환상과 유사하다.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자유와 평등은 대표적인 공공선이다. 평화, 국방, 치안, 기타 행정 서비스는 대표적인 공익 항목이다. 공공선과 공익을 관통하는 특성은 정의(正義)다. 정의는 공정성을 핵심으로 삼는다.
 
이것을 담당하는 주체가 정치 참여자들이다. 이들에게 대하여 착한 사람 환상을 갖는 것은 일단 자연스럽다. 이들에게는 경쟁에서 승리하면 제도적으로 권력이 주어진다. 권력은 공공선과 공익을 시행하는데 불가결한 도구다.
 
이론과 현실은 달라
 
그런데 구체적으로 실제 상황에 들어가면 문제 투성이가 된다. 예를 들어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사업을 보자. 자유는 정치가 보장하는 최고의 공공선일 것이다. 우리는 외침(外侵)으로 자유를 잃은 경험을 지난 백년 사이에 두 차례나 가졌다.
 
일제 강점과 6.25 남침이 그것이다. 외침을 방지하고 격퇴할 수 있는 국방 능력 없이는 자유는 보장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 해군 시설은 전문적인 세부 문제를 제외하면 기본적인 공공선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될 만하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극명하게 구분되어 대립하고 있다. 이 대립을 보면 공공선이나 공익이란 것은 개념적으로는 가능하나 구체적으로는 실재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구체적 프로젝트가 되면 그것이 법률안이든 건설 계획이든 개인에 따라 집단에 따라 공공선도 되고 공공악도 되고, 공익도 되고 공해도 된다. 고속 철도 건설 사업을 놓고 보자. 비용으로서는 자연 훼손을 들자. 편익으로는 KTX 여행을 들자.
 
자연 보호를 선호하는 사람은 이 고속철도 건설에서 발생하는 자연파괴라는 비용 때문에 이 사업을 반대하였다. 고속철도 여행이라는 편익을 선호하는 사람은 그 건설을 찬성하였다. 반대와 찬성 사이에 심각한 대치가 있었다.
 
실은 이것은 집단적 사익(私益)의 충돌이었다. 종래의 정치학이 철도건설이나 자연보호를 공공선 또는 공익으로 보았다면 그것은 작명(作名)상의 오류이거나 분류상의 오류일 것이다. 사실 정치가 취급하는 서비스는 집단화된 사적 편익과 사적 비용을 중개하고 거래 시키는 거래소 역할일 것이다. 다만 법률의 강제 집행, 치안, 국방 등 권력을 자원으로 영위하는 서비스를 겸업하는 것이 정치 서비스업의 특이한 점이다.
 
종래 공공선 또는 공익으로 분류되어 특수한 지위를 갖고 있다고 인정되던 정부나 정치 부문의 서비스업이 민간에 의한 일반 상업이나 일반 서비스업의 지위로 수평화되고 일반적인 편익과 비용 사이의 거래로 낙착한다면 정치는 정의 원칙에서 떠나 이익 원칙 쪽으로 가까워 질 것이다.
 
투표는 최고의 정치행위
 
공공선택론적 정치학을 받아 들이게 되면 정치 참여자들의 콧대는 어느 정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유권자는 평범한 국민의 총칭이므로 특별히 착한 집단이라고 볼 수 없다. 각 유권자는 자기가 속하는 계급, 지역, 성별, 사상, 사회의 이익을 보장· 신장해 줄 정치가에게 투표할 것이다. 유권자로서는 투표가 최대의 그리고 최후의 정치 행위다.
 
정치가가 도덕적 인간이라는 말은 적어도 요새 세상에는 정신 나간 소리가 될 것이다. 공무원의 이미지도 철밥통, 보신주의, 요령주의 이상으로 가지 않는다.
 
환상에서 깨어나는 것을 환멸(幻滅)이라고 한다. 정치는 정(正)이며 정치 참여자는 의(義) 롭다는 환상을 떠나 정치는 필요악에 지나지 않는다는 현실적 묘사(描寫)와 맞대면하게 될 것이다.
 
정치 필요악설은 미국 독립전쟁 때의 사상가 토마스 페인의 다음 말에 잘 요약되어 있다. ‘정치는 그것이 최선의 상태에 있을 때라도 하나의 필요악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최악의 상태에 있을 때는 인내 불가능이 되고 만다.’
 
인내 불가능 정치의 표본을 우리는 북한에서 보고 있다. 저곳의 정치와 정치 참여자에 대해서도 공공선과 공익 환상을 가질 것인가.
등록일 : 2014-02-07 오전 9:36:00   |  수정일 : 2014-02-0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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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강위석 시인, 언론인

-1937년 경남 마산에서 출생

-마산고등학교, 연세대 (수학과,학사)
-미국 하바드대학교 케네디 스쿨(경제학 전공, 석사)
-현대문학지 시부문 추천완료
-한국은행, 국제상사(주) 근무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문화일보 논설실장, 중앙일보 논설고문 , 월간 에머지 발행인 겸 편집인. 자유주의, 보수주의 성향의 논설을 써 왔음
-시집 <알지 못 할 것의 그림자>, 칼럼집 <천하를 덮는 모자>, <향기나는 사람들>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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