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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김공필의 브랜드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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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자’로 변신한 38살의 로봇 태권브이

기타 메고, 자전거 타고, 아랫배까지 불룩…

글 | 김공필 조선일보 행복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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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만에 만난 그 친구는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각진 근육질 어깨는 둥그스레했고 식스팩 가슴과 배는 온데간데없이 배불뚝이가 되어 있었다. ‘이 친구가 학창시절 우리들의 영웅이었나?’ 이런 의문을 품은 것은 잠시뿐. 카리스마 넘치는 눈매, 당당한 포스는 세상을 주름잡던 젊은 시절 그대로였다. 서울 성북동의 갤러리 서울아츠클럽에서 우연히 재회한 로봇 태권브이 전신상 도예 작품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이지수 서울아츠클럽 관장은 말했다.
“재밌죠? 신이철 도예가의 작품인데 태권브이도 어느덧 중년 남자가 된 거죠. 가슴이 쳐지고 배가 나오고…. 열광했던 학생들과 함께 태권브이도 나이 든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작품이어서 중년남성들이 특히 관심을 보입니다.”
1976년 7월 24일 대한민국 생, 키 56미터, 체중 1500톤, 힘 895만 킬로와트, 최대 시속 300킬로미터…. 남학생들의 우상이었던 로봇 태권브이가 부활하고 있다. 이번엔 스크린이 아니라 다양한 예술품이나 장식품으로 변신했다.

도예ㆍ나무ㆍ스테인리스ㆍ회화 작품으로 부활

태권브이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활발하게 내놓는 작가는 도예가 신이철씨(50ㆍ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대학 조교수), 나무 조각가 김석씨(38), 부조작가 백종기씨(47), 스테인리스 조각가 김택기씨(43), 회화작가 성태진씨(40) 등이다. 모두 1960~1970년대 생으로 1976년에 처음 상영되었던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와 그 후속작들에 넋을 잃고 빠져들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작품엔 작가 저마다의 개성과 감성과 위트가 담겼다. 어떤 작품은 세월에 따른 외모의 변화를, 또 어떤 작품은 중년남성이 겪는 삶의 무게나 일상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체로 무겁지 않고 풍부한 상상력과 재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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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 ‘태권브이 전신상’(60×35×20cm). 배가 불룩한 중년남성의 체형이지만 눈매와 당당한 체구에서 풍겨나는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右上) ‘태권브이 두상’(35×30×20cm)
(右下) ‘철인 캉타우 두상’(20×20×15cm)

신이철 작가는 2006년부터 태권브이를 테마로 한 도예작품들을 만들어왔다. 그의 작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아랫배가 불룩 나온 태권브이 전신상들이다. 그는 중년의 태권브이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태권브이는 우리 세대의 영웅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토종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향수를 가지고 있지요.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이미 박물관에 가 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중추이기 한 7080학번 세대가 함께 자라온 태권브이를 박물관에서 다시 끄집어내자는 마음에서 작품을 제작했어요.”
신 작가의 태권브이 전신상 작품은 높이 20센티미터부터 60센티미터까지 다양하다. 그는 태권브이 외에 다양한 로봇들의 머리 모양을 제작한 두상 시리즈와 별딱지 시리즈 등의 도예 작품을 활발히 내놓고 있다. 홈페이지 sheenyichul.com

월급날 자전거 뒷자리에 치킨 싣고 귀가하는 ‘중년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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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 ‘Way Home’(150x70x160cm). 중년 가장인 태권브이가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고 있다.
(右) ‘For You’(122x102x112cm).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건담 로봇

김석 작가는 주로 잣나무로 태권브이나 건담을 부활시키고 있다. 작품 제목 ‘Way Home’(집으로 가는 길)은 태권브이가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는 모습이다. 자전거 뒷자리에는 통닭이 실려 있다.
“어린시절 아버지께서 월급날이면 가족이 먹을 것을 사서 자전거에 싣고 오시던 모습이 생각났어요. 제가 어른이 되어서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신 길은 그냥 오신 게 아니라 삶의 무게를 싣고 오신 것이더군요.”
‘Lonely Night’(외로운 밤)는 책상에 엎드려 잠든 태권브이를, ‘Drinking’(드링킹)은 와인잔을 들고 있는 태권브이를 묘사한 작품으로 하나같이 중년남성의 인생을 주목했다.
‘For You’(당신을 위하여)는 역시 인기 로봇이었던 건담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세레나데를 부르는 모습을 담은 위트 넘치는 작품이다.
김 작가는 주로 강원도에서 벌목한 값싼 나무를 활용해 작품을 만들고 크레파스로 색을 입힌다. 그는 “나무는 쇠나 플라스틱에 비해 시대에 구애받지 않고 따뜻한 감성을 담기 좋다”고 말한다. 홈페이지 kimseok.co.kr(개편 작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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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보라색 양복 입은 태권브이’(90.9×104cm). 세련미 넘치는 중년남성으로 변신했다.
      ‘루이비통으로 치장된 태권브이’(91×104cm)
(下) ‘교복입은 태권브이 시리즈’(180X90cm)
 
백종기 작가의 부조 작품으로 재탄생한 태권브이는 다양한 색상의 양복을 입기도 하고 옛 중고생 교복을 입기도 한다.
“태권브이는 정의를 실현하는 영웅이었죠. 이러한 태권브이에게 양복과 교복을 입힘으로써 저 자신의 인생, 더 나아가서 우리 또래 남자들의 인생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루이비통 등 명품으로 치장한 태권브이 작품을 통해서 현대사회에 팽배한 물신주의를 비판하기도 한다. 블로그 blog.naver.com/baegpung

추리닝 차림의 백수, 색소폰 부는 평화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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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그림은 내 아픔을 지우네’(120×80cm). 무직자의 상징인 추리닝을 입은 모습이 측은하면서도 정겹다.
(下)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120×80cm)

성태진 작가는 나무판에 앰보싱(굴곡)을 주고 채색을 해 태권브이를 재탄생시킨다. 작품 속의 태권브이는 추리닝(운동복)을 입고 막걸리병을 들고 있기도 하다.
“대학원에서 추리닝 차림의 태권브이를 그렸더니 교수께서 ‘이것도 작품이냐’고 나무라셨어요. 그 길로 대학원을 중퇴했는데 한마디로 백수가 된거죠. 우리의 영웅인 태권브이가 백수가 되어 지구를 지키기는커녕 삶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저와 동년배들을 위로하고 싶었어요.”
실직, 추리닝, 술병…. 실의와 우울함을 나타내는 단어들이지만 작품이 어둡지는 않다. 성 작가가 제작한 태권브이 시리즈는 약 100점. 요즘은 달동네 등 현대인의 삶과 밀접한 풍경을 태권브이와 함께 담아낸다.
경기도 장흥아트파크에 가면 색소폰 부는 태권브이를 만날 수 있다. 높이 15미터, 무게 7톤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조각 작품으로 김택기 작가가 제작했다. 작품명은 ‘평화의 꿈’. 김 작가는 이 작품 외에도 피아노 치는 태권브이 등 음악과 태권브이를 결합한 작품을 다수 제작했다. 높이 1~2미터 작품도 많다.
“태권브이는 정의의 아이콘이자 7080학번 세대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로봇이지요. 그러나 모든 로봇은 폭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가장 아름다운 행위인 음악을 통해 폭력성을 배격하고 인간의 감성을 구사하고 싶었어요.”
음악을 테마로 한 작품 외에 화장하는 태권브이 등 위트 넘치는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작품당 수백수천만원, 경제력있는 중년남성이 주요고객

이들 태권브이 예술품들은 어떤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나? 가장 관심을 보이는 층은 역시 40~50대 중년남성이다.
“작품에 가장 관심을 보이는 층은 성공한 중년남자들입니다. 태권브이를 통해서 향수와 추억, 그리고 영웅의 에너지를 느껴보려는 것이죠.”
신이철 작가의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년남성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손잡고 오는 아버지와 아들, 가족 등 관람객의 폭이 넓다. 태권브이는 성별이나 나이를 넘어서는 한 시대의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캐릭터인 것이다. 
작품들의 가격은 만만찮다. 작가와 작품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작품당 대개 200만원부터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김석 작가의 높이 7미터인 작품이나 폭 4.5미터인 김택기 작가의 ‘피아니스트’의 판매 호가는 1억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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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 ‘평화의 꿈’(500×450×1500cm). 경기도 장흥아트파크에 전시되어 있다.
(右) ‘피아니스트’(450×250×320cm)

최하 200만원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쏠쏠하게 팔린다. 주요 구매자는 전문 수집가나 로봇 매니아,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년남성 또는 그의 아내들이다.

신철 신씨네 대표의 ‘태권브이 부활 프로젝트’?

1928년 미국에서 태어난 ‘미키 마우스’나 1952년 일본에서 태어난 ‘아톰’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에게는 내세울만한 만화 캐릭터가 거의 없다. 이런 점에서도 태권브이의 부활은 반가운 일이다.
태권브이의 부활에 불을 지키고 이를 주도한 이는 신철 신씨네 대표다. 그는 1999년에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의 저작권자인 김청기 감독 등과 영화 및 캐릭터 사용 계약을 맺고 태권브이의 부활을 활발히 추진했다. 2006년엔 (주)로보트 태권브이를 설립했고 이듬해에는 원작 영화를 디지틀로 복원해 70만명 이상의 관객에게 감동을 줬다. 2011년 1월엔 국회의사당 건물을 배경으로 ‘돔 오픈 이벤트’를 열기도 했던 그는 태권브이를 테마로 하는 블록버스터 실사영화를 제작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그의 태권브이 프로젝트는 여전히 유효한가. 유감스럽게도 순항 중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주)로보트 태권브이 장순성 이사의 말.
“실사영화 제작을 위해 200~300억원의 투자금을 모으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앞으로도 실사영화 제작은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지만 국내 시장규모가 7000억원에 이르는 어른용 장난감(피규어 포함) 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입니다. 개당 10만원인 태권브이 피규어를 1만개나 제작했는데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달리 3개월만에 완판되는 것으로 보면서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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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보트 태권브이가 제작 판매 중인 ‘태권브이 흉상’ 3종(높이 42cm, 폭 40cm). 왼쪽부터 오리지널, 블랙, 골드 버전.

(주)로보트 태권브이는 최근 3종(오리지널 65만원, 블랙 55만원, 금박 125만원)의 태권브이 흉상을 제작해 자사 홈페이지(rtkv.co.kr)를 통해 판매 중이다. 이 흉상들은 8월 6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키덜트 페어’에도 전시된다. 또한 오는 9월에는 경기도 용인 수지에 오픈하는 과학박물관인 ‘V센터’를 통해서도 태권브이의 부활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나갈 계획이다.
 
 
 로보트 태권브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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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의 개봉일이었던 1976년 7월 24일자(토요일) 조선일보에 실린 광고.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유혹하는 현란한 문구가 재미있다. 입장료는 500원이었다.

1976년 7월 24일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김청기 감독)를 통해 탄생했다. 태권도로 무장한 토종 로봇인 태권브이의 활약은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의 넋을 빼놓면서 18만명이라는 당시로서는 대단한 숫자의 관람객을 모았다. 이후 1990년까지 6편의 후속작이 만들어져 1970~1980년대에 성장기를 거친 이들에게 태권브이는 정의의 친구이자 영웅으로 자리매김했다. 2007년 영화가 디지틀판으로 복원되어 70만명의 관람객을 극장으로 이끌었는데 아이의 손을 잡고 온 30~40대 아버지들이 많았다. 로보트 태권브이는 일본 만화영화 캐릭터인 마징가 제트를 표절했다는 논란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지만 대한민국의 중년, 특히 중년남성들의 가슴에는 ‘영원한 우리의 영웅’으로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
등록일 : 2014-08-09 13:40   |  수정일 : 2014-08-1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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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김공필 조선일보 행복플러스 편집장

브랜드 팩토리(Brand Factory)는 브랜드에 대한 사실(Fact)과 이야기(Story)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조선일보 행복플러스 기자들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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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 2014-08-10 )  답글보이기 찬성 : 37 반대 : 21
믿지 않아도 좋지만 태권브이 볼려고 1km 줄선 기억난다.
예술은 바로 우리 옆에 있다는걸 새삼 느낀다.
강경구  ( 2014-08-10 )  답글보이기 찬성 : 10 반대 : 23
어릴적 로버트 태권브이 볼 때가 생각나내요
까마득한 옛 추억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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