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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김공필의 브랜드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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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마지막 성냥공장 문 닫았다

60년 역사의 ‘성광성냥’ 경영난으로 가동 중단

글 | 김공필 조선일보 행복플러스 편집장   사진 | 우드플래닛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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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2월 8일 설립되어 올해 60주년을 맞은 성광성냥공업주식회사가 지난해 11월 1일 문을 닫았다. 공식적으로는 가동 중단이지만 재가동 가능성이 낮으니 사실상 폐업 상태다. 대지 3000평 규모의 성광성냥은 국내 마지막 남은 성냥 공장 회사였다.
 
 회사 소재지인 경북 의성(城)을 빛나게(光) 한다는 의미를 담은 성광(城光)성냥의 폐업으로 국내의 성냥 제조업은 사실상 종언(終焉)을 고했다. 폐업 사유는 누적된 적자. 17살에 직공으로 들어와 성광성냥을 인수한 손진국(78) 대표와 함께 회사를 힘겹게 끌고 온 차남 손학익(48) 상무는 말한다.

“약 10년 전부터 무척 힘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광고기획사에서 매월 600~700만원을 끌어와 근근이 버텼지만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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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1970년대 전성기 때의 성광성냥 풍경들. 소달구지로 성냥 상자를 실어 날랐다.

우리나라 성냥 역사의 시작은 1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0년 9월 28일 개화승(開化僧) 이동인(李東仁)이 수신사(修信使) 김홍집(金弘集)과 함께 일본에서 서울로 돌아올 때 성냥을 들여온 것. 1910년대 일본인들이 인천, 부산 등지에 성냥공장을 설립하면서 성냥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성냥 1갑은 쌀 1되와 맞먹는 비싼 물건이어서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나라에 성냥공장 하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해방 후 인천에서 시작한 성냥공장은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공장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1950년대 후반에는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공장들이 살아남았고 300여 개의 성냥공장이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다방, 모텔 등의 홍보용으로 제작한 이른바 ‘광고 성냥’이 성행하면서 1990년대 초반까지 국내 성냥 공장은 잘 돌아갔다.

위기는 1990년대 초반 이후에 찾아왔다. 라이터 사용인구가 급격히 늘어났고 업친 데 겹친 격으로 중국산 성냥이 밀려들어왔다. 국내 성냥 공장들은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UN표 성냥, 쓰리랑 성냥, 아리랑 성냥, 비사표 성냥 등 내로라 하는 국내 유명 성냥 브랜드들이 하나둘 무너졌다. 게중에는 발빠른 변신을 해 손해를 입지 않은 회사들도 있었다. 다시 손학익 상무의 말이다.

“전성기 때 저희 회사 주주 5명 모두 소문난 부자였을 정도로 공장은 잘 돌아갔어요. 직원이 250명에 이르기도 했고요. 그러나 운영이 점차 어려워지자 다른 회사들은 공장 부지와 건물 팔았어요. 성광성냥 주주들도 모두 떠났고 저의 아버님만 회사를 지켰습니다. 나라에 성냥 생산시설 하나는 꼭 남아 있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어요.”
 
지난해 5월 향토뿌리기업 선정됐지만 지원책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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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2013년 5월 경북도 향토뿌리기업으로 선정된 성광성냥. 떠들썩하게 보존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지원책은 없었다.
(오) 문닫은 공장 한켠에 수북히 쌓여 있는 미완성 성냥 개피들. 
 
 
경북도 등 지차체로부터 떠들썩한 지원책 논의도 있었다. 지난해 5월엔 성광성냥을 비롯한 27개 기업이 경북도 향토뿌리기업에 선정되어 성광성냥에서 도지사까지 참석해 거창한 현판식을 가져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일회성 이벤트였을 뿐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공장을 재가동해 학생들의 견학 장소로 만들자는 주장 등 많은 이야기가오갔지만 이뤄진 것은 가동 중단뿐이었다.
 
성광성냥의 폐업으로 국내에 생산 시설이 남아 있는 성냥 회사는 하나도 없다. 물론 지금도 운영 중인 성냥 회사는 있지만 이들 회사는 중국에서 만든 성냥을 수입해와 포장만 해서 시장에 내놓을 뿐이다. 그렇다면 생일 케이크에 달려있는 길쭉한 성냥의 정체는? 이것 또한 모두 중국에서 들여온다는 것이 손 상무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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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공장 외관. 흙벽에 슬레이트 지붕이어서 보존 가치가 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외국에서 수입해오든 국내에서 생산하든 뭐가 다른가라고. 또 라이터 등 편리한 착화 도구가 많은 시대에 성냥이 무슨 소용이냐고. 그러나 손 상무의 생각은 다르다.
 
“선진국은 성냥 생산 공장 하나 이상 가동해”
 
“저는 두 가지 이유에서 성냥 생산 공장 하나는 꼭 존재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어요. 학생들이 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성냥을 빼놓을 수 없어요. 또 급격한 기후 변화나 천재지변을 대비하기 위해서 성냥 공장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가스는 특정 온도에서는 아예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일본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성냥 생산 시설을 하나 이상 유지, 관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지금도 저희는 공장 시설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재가동 할 수 있어요.”
 
지난해 성광성냥이 문을 닫기 직전까지 11명의 직원이 끝까지 공장을 지켰다. 이들 중 한 부부는 공장 인근에 자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장 숙직실에서 기거하면서 공장 재가동을 기다린다고 한다. 이들의 바람은 정상적인 가동은 아니더라도 학생들의 체험학습장으로라도 가동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필요시 언제든 성냥을 다시 대량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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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동안 디자인을 거의 바꾸지 않은 성광성냥의 성냥들. 예스러운 디자인에 덕용성냥, 근제 등 설명 필요한 글자들이 정겹다.
 
 

국산품애용, 가정실용, 덕용(德用, 쓰기 편하고 이로움) 성냥, 근제(謹製, 삼가 짓거나 만듦)…. 40년 된 예스러운 디자인에, 해독이 필요한 한글을 대충 올려놓은 정겨운 곽의 성광성냥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등록일 : 2014-04-02 오전 9:06:00   |  수정일 : 2014-04-0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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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공필 조선일보 행복플러스 편집장

브랜드 팩토리(Brand Factory)는 브랜드에 대한 사실(Fact)과 이야기(Story)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조선일보 행복플러스 기자들도 함께 합니다.

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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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용  ( 2014-04-07 )  답글보이기 찬성 : 18 반대 : 12
성냥공장 지자체에서 관심 갖고 살리길 바랍니다.
김상경  ( 2014-04-02 )  답글보이기 찬성 : 21 반대 : 4
내 고향의성의 성광성냥이 자금난으로 문을 닫는다니
가슴아픔 일입니다. 내어릴적 6.25사변때 먹고살기도
어려운 처지에 고향에 일자리 창출에 혁혁한 공 을 세운
성광성냥 우리고향을 사랑하는 의성군민들
십시일반으로 성광성냥을 재가동하도록 힙시다.
그리고 돈있는 독지가가 도움을 주었으면
얼마나 보람된 일입니까?
송채호  ( 2014-04-02 )  답글보이기 찬성 : 19 반대 : 4
아쉽네요...성냥공장이..이제는없네...우리토종성냥이 역사속으로 사라지나
      답글보이기  김하림  ( 2016-10-02 )  찬성 : 0 반대 : 0
정말 성냥공장이하나는
꼭있었으면좋겠습니다
고세호  ( 2014-04-02 )  답글보이기 찬성 : 16 반대 : 14
가장 대표적인 성냥인 UN 팔각 성냥은 진작에 사라지고, 이 회사 하나만 남았군요.
양재복  ( 2014-04-02 )  답글보이기 찬성 : 15 반대 : 11
향토뿌리기업과 산업유산으로 지정을 왜 하였는지 ? 공무원 전시행정의 표본입니다. 지정의 목적이 무엇인지 ? 좀 더 명확하게 설명이 있고, 이런 뿌리기업을
살리는 방법은 없는지 ? 그 방법론까지 제시하여 주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합니다.
조상현  ( 2014-04-02 )  답글보이기 찬성 : 10 반대 : 15
아무리 시대가 변할지라도 우리의 문화유산은 꼭 한가지씩 남겨두는것이 좋을것임,,
파란달  ( 2014-04-02 )  답글보이기 찬성 : 14 반대 : 13
시대가 변화하기에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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