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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햄릿-더 플레이>…관객의 혼을 빼놓는 김강우의 광기

글 | 박소영 TV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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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충무아트센터

<햄릿-더 플레이>는 <햄릿>의 기본적인 틀을 그대로 따른다.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아버지인 선왕이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와 숙부가 결혼하는 상황에 좌절한다. 방황하던 햄릿은 선왕의 망령을 만나고, 숙부가 아버지를 살해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아버지의 복수를 결심한 햄릿은 그때부터 미친 척 연기하기 시작한다.
 
<햄릿-더 플레이>가 원작 <햄릿>과 다른 점이라면 '어린 햄릿'과 광대 '요릭'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햄릿-더 플레이>는 어린 햄릿의 이야기와 성인 햄릿의 이야기를 교차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어린 햄릿은 전쟁터에 나간 아버지가 돌아오면 보여주기 위해 요릭과 함께 연극을 준비한다. '왕자가 살해된 선왕의 복수를 한다'는 결말이 썩 내키진 않지만, 아버지와의 재회를 기다리며 연습을 계속해나간다.
 
슬픈 결말 때문에 연극 연습을 할 때마다 고민하는 어린 햄릿의 모습은, <햄릿>의 비극적인 끝을 암시하는 일종의 장치이기도 하다. 원작에서 햄릿은 유약하고 나약한, 결정 장애를 가진 모습으로 그려진다. <햄릿> 작품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햄릿이라는 인간형에는 정을 붙이지 못하는 독자가 많은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햄릿-더 플레이>의 햄릿은 좀 더 인간적이고 동정심을 자아내는 캐릭터다. 전쟁터에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며 마음 졸여야 했던 아이, 왕의 아들로 태어나 투정 한 번 제대로 해볼 수 없었던 어린 햄릿의 등장은 관객으로 하여금 햄릿이라는 캐릭터를 좀 더 깊이 이해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여주인공 오필리어의 캐릭터도 재해석됐다. 원작 <햄릿>에서 오필리어는 햄릿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햄릿-더 플레이>에서 오필리어는 햄릿을 원망하기보다 이해하며 마지막 순간 그를 감싸안는다.
 
<햄릿-더 플레이>는 영화배우 김강우의 프로 연극무대 데뷔작으로도 화제가 됐다. 영화에서 주로 활약해온 김강우는 기실, 대학시절 햄릿으로 무대에 선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연극식 발성과 호흡에도 이질감이 없다. 김강우 연기의 백미는 햄릿이 복수를 결심한 뒤 짐짓 미친 척을 하는 부분이다. 김강우는 광기와 폭주, 유머와 능청스러움을 오가며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햄릿의 어머니인 거투르드 왕비와 오필리어를 동시에 맡아 연기하는 이진희의 호흡도 좋다. 이진희는 두 인물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며 극의 한 축을 단단히 받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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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소품은 단출하다. 목조로 만든 원형 무대를 기본으로 그 위에 단이 하나 올려지는데, 이것이 극의 배경이 되는 동시에 극 중 극의 연극 무대가 되기도 한다. 어린 햄릿이 연극을 연습할 때 소품으로 사용하는 인형들도 예사로 보아 넘길 수 없다. 커튼콜 무대에 오른 배우들이 각자 인형을 하나씩 집어 드는데, 마치 우리 모두는 작가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인생이라는 연극 속 배우들일 뿐이라고 소리치는 듯하다.
 
희곡 <햄릿>을 사랑하는 독자에게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원작은 변주됐지만 주옥같은 대사들은 그대로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다"라는 햄릿의 명대사를, 오필리어가 "죽느냐 사느냐, 그게 그렇게 문제였던가"라고 읊조릴 때는 또 다른 감동이 꿈틀댄다. 삶은 비극을 향해 치닫지만, 그 과정은 희극으로 버무려져 있다는 사실도 묘하게 슬픔을 자극한다. <햄릿-더 플레이>라는 이름처럼, 그 희비극은 곧 우리 인생이기도 하다.
 
[박소영 TV조선 기자]
등록일 : 2016-09-02 08:41   |  수정일 : 2016-09-0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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