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메뉴

시리즈 | 번역 불가능한 우리말로 본 한국 · 한국인
  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신용관의 pop으로 배우는 phrasal verbs]
120년 역사상 가장 에로틱한 영화는?

‘Nine 1/2 Weeks’

글 |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출판2팀장
필자의 다른 기사

 
1000만 관객 영화가 10편(현재 개봉중인 <어벤저스 2>를 포함한다면)에 이를 만큼 한국인들은 영화를 즐겨 봅니다. 5300만 한국 인구의 구성비를 따져보면 1000만이라는 숫자가 간단한 것이 아니지요. 0~14세가 21%, 15~64세 72%, 65세 이상 7% 가량이므로, 3700만 명쯤의 잠재적 유효 소비자들이 1000만 관객 기록을 잇달아 내고 있는 겁니다. ‘맹목적’인 영화 사랑이지요.

그런 한국인 가운데 인류 최초의 영화가 언제쯤, 누구에 의해 제작됐는지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지금 우리가 입장료를 내고 관람하듯이 한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라는 것을 보여 준 것은 1895년 일입니다. 프랑스의 사진사 루이 뤼미에르(Louis Lumiere, 1864∼1954)와 오귀스트 뤼미에르(Auguste Lumiere, 1862∼1954) 형제가 만들어 낸 ‘시네마토그라프(cinematograph)’가 최초였지요. 그해에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1프랑을 받고 <기차의 도착>을 최초로 상영하였습니다. 이후 영화는 인간이 가장 즐겨 접하는 오락거리가 됐지요.

그렇다면 올해로 120년을 맞은 영화 역사상 가장 ‘에로틱’한 작품은 과연 무엇일까요? ‘에로틱하다’라는 표현은 이젠 일상어가 된 듯합니다. 그러나 막상 그 뜻이 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적잖이 당황들 하실 겁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에로틱하다’는 “성적인 욕망이나 감정을 자극하는 데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말로 ‘선정적이다’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에로티시즘’에 대한 책 몇 권을 읽은 바 있는 저로서는 ‘에로틱=선정적’이란 뜻풀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본문이미지

비슷한 의미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야하다’는 ‘야(冶)’하다로 보면 ‘천하게 아리땁다’이고, ‘야(野)하다’로 보면 ‘천박하고 요염하다’입니다. 어쨌든 ‘야하다’라는 한자 혼합어보다는 ‘에로틱하다’는 영어 활용어가 왠지 ‘있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에로티시즘’ 분야를 천착한 이 가운데 프랑스(이 나라는 성인 남녀간 성생활 빈도 앙케이트에서 항상 전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섹스에 관심이 많은 곳이지요)의 소설가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 1897~1962)가 있습니다. 그는 에로티시즘의 본질을 금기와 위반(taboo and transgression)으로 보고 있습니다. 에로티즘은 전체적으로 금기의 위반이며, 인간을 동물과 구분 짓게 만드는 가장 인간적인 행위라는 것이지요.

이 말이 틀리지 않은 것이 흔히들 대표적 에로티시즘 영화로 꼽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Bernardo Bertolucci) 연출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Last Tango in Paris>는 1973년 감독을 감옥에 가둘 정도로 외설 논란을 불러일으켰었지요. 중년의 미국 남성 말론 브란도(촬영 당시 48세)와 갓 성인이 된 매혹적인 파리지엔느 마리아 슈나이더(당시 20세)가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벌이는 파격적인 정사 신 가운데엔 오랜 금기의 하나인 항문 성교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마리아 슈나이더의 적나라한 나신들에도 불구하고 인간 존재의 실존적 고독을 다룬 거장 베르톨로치 특유의 진지함이 돋보이는 영화이지 에로 영화는 아니지요. 이는 마치 전도연의 가슴과 엉덩이가 나온다는 이유로 <해피엔드>(1999)를 에로 영화로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사족이지만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보고 성적 욕구를 느끼는 분이 있다면 그 특별한(?) 감수성에 경의를 표하고 싶네요.

에로티시즘 영화는 성행위의 직접 표현을 목적으로 하는 포르노그래피(pornography)와도 구별됩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탈리아 감독 틴토 브라스(Tinto Brass)의 영화들을 저는 에로티시즘 영화 아닌 포르노그래피라고 봅니다. <칼리굴라>(Caligula, 1979)가 대표적이지요. 신촌의 어느 허름한 소극장에서 시종일관 마치 비닐 봉투라도 씌운 듯 갑갑한 화면으로 본 영화지만 죽은 여동생을 상대로 한 근친상간과 시간(屍姦) 장면이 던지던 광기(狂氣)만은 뚜렷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수다스런 이탈리아 감독에게 넘어간 말콤 맥도웰(Malcolm McDowell)이나 피터 오툴(Peter O`Toole) 같은 영국 배우들은 분명 <칼리굴라> 출연을 땅을 치며 후회했을 겁니다.

비록 다 잘려나가고 뿌옇게 처리된 화면으로 봤다 해도 <채털리 부인의 사랑>(Lady Chatterley's Lover, 1981)이야 D. H. 로렌스(Lawrence) 원작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고, 프랑스의 문제작 (Histoire d'O, 1975)는 감금과 결박, 성적 학대로 이어지는 ‘변태적 성행위’라 에로틱하다고 보기 힘들겠지요. <엠마누엘>(Emmanuelle, 1974)은 그나마 수준이 있긴 하나, 최고의 에로 영화라 부르기엔 여러 면에서 무리가 있겠지요.
 
본문이미지

 
웬만한 주요 영화는 꽤 챙겨봤다고 자부하는 저로서는 120년 영화 역사상 가장 에로틱한 영화로 주저없이 애드리안 라인(Adrian Lyne, 1941~)의 (1986)를 꼽습니다. '칸 광고 페스티벌'에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1976, 78)나 수상한 화려한 경력의 영국 CF 감독 출신답게 애드리안 라인이 연출한 이 영화는 그 에로틱한 영상미에서 말 그대로 명불허전(名不虛傳)이지요.

아이린 카라(Irene Cara)가 부른 ‘What a Feeling’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거머쥔 <플래쉬댄스>(Flashdance, 1983)를 들고 혜성같이 할리우드에 입성한 애드리안 라인 감독은 이후 <위험한 정사>(Fatal Attraction, 1987), <야곱의 사다리>(Jacob's Ladder, 1990), <은밀한 유혹>(Indecent Proposal, 1993), <로리타>(Lolita, 1997) 등 만드는 족족 화제를 낳았습니다.

특히 환갑을 넘겨 찍은 <언페이스풀>(Unfaithful, 2002)이 담아낸 감각적인 영상은 당시 37세였던 다이앤 레인(Diane Lane)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지요.

이러한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특장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 바로 입니다. <나인 하프 위크>라고 국내 제목이 붙은 이 영화는 한국인으로선 원어 제목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많은 이들이 ‘nine half weeks'라 읽고 있으며, 대학에서 영문학(또는 영어학)을 전공하고 나름 영어 좀 한다는 사람들도 대부분 ‘nine and half weeks’로 읽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정답은 ‘nine and a half weeks’입니다.

여기서 잠깐 ‘half’의 주요한 쓰임을 알아보고 갈까 합니다. 다음 5가지 용법을 익힌다면 ‘(a) half’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① 2킬로 반( ) / 1시간 반( )
답은 two and a half kilos / one and a half hours 또는 an hour and a half

② 조금 응용을 해서
책의 후반부( ) / 지분의 절반( ) / 돈을 절반으로 나누다( ) / 무게를 절반으로 줄이다( )
the second half of the book / a half share / to divide the money in half / to reduce the weight by half

③ ‘a half’ 아닌 ‘half’로 써야 할 경우
반시간( ) / 그 과일의 절반( ) / 그 돈의 절반( ) / 36명의 후보자 가운데 절반이 통과했다.
half an hour / half (of) the fruit / half of the money / Out of 36 candidates, half passed.

④ 부사로도 자주 쓰입니다.
반쯤 감긴 눈( ) / 그 유리잔은 절반쯤 차있었다.( ) / 그 닭고기는 설익은 상태였다.( ) / 나는 동의하는 쪽으로 마음이 반쯤 기울어져 있다.( )
half-closed eyes / The glass was half full. / The chicken was only half cooked. / I'm half inclined to agree.

⑤ ‘대부분, 가장 큰 부분’의 의미
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내 말을 귀담아 듣지도 않았어.
Half the time you don't even listen to what I say.
 
본문이미지

에는, 당연히, 섹스어필(sex-appeal) 면에는 당대 최고를 자랑하는 남녀 배우가 등장합니다. 미키 루크(Mickey Rourke)와 킴 베이싱어(Kim Basinger)지요. 프로복서 출신의 미키 루크는 아마추어 시절엔 20승 4패 17KO의 전적을 기록할 정도로 전도유망한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돌연 진로를 바꿔(자신이 아주 잘생긴 청년이란 걸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겠지요),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로 유명한 뉴욕의 ‘액터스 스튜디오(Actors Studio)’를 졸업합니다. 말론 브랜도, 제임스 딘, 몽고메리 클리프트, 폴 뉴먼 등의 연기자를 배출한 곳이니, 미키 루크가 연기 수업 하나는 제대로 받은 셈입니다.

1995년 영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영화잡지 <엠파이어(Empire)>가 선정한 ‘가장 섹시한 스타 100’에 들어갔던 킴 베이싱어(Kim Basinger)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섹시 스타이지요. 개인적으로는 ‘뇌쇄적(惱殺的)’이라는 표현(찾아보니 “여자의 아름다움이 남자를 매혹하여 애가 타게 함”이라고 돼있네요)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가 아닐까 합니다. 발레로 다져진 몸매 덕분에 <007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Never Say Never Again, 1983)의 본드 걸로 발탁됐고, 로 당대의 섹스 심벌로 떠올랐습니다.

둘은 이 작품 이후 마약과 오토바이 폭주, 폭력(미키 루크), 잇단 스캔들과 파경(킴 베이싱어) 등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하다가 40대 후반에 배우로서 재기에 성공한 공통점도 갖고 있습니다.

영화 에는 젊은 남녀가 시도해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에로틱한 행위가 망라돼 있습니다. 속옷만 걸친 채 애인 앞에서 스트립 댄스를 추는 귀여운(?) 모습, 눈을 가린 애인의 몸을 얼음으로 자극하는 야릇한 행위, 비 내리는 뒷골목에서 벌이는 격렬한 섹스, 통유리의 맨해튼 사무실 바닥을 무릎 꿇고 기어오게 만드는 등 직-간접적 성적 행위는 물론, 여자친구에게 남장(男裝)을 시키고, 고급 보석 숍에서 귀금속을 훔치게 만들며, 가구 매장에서 침대에 누운 여친에게 다리를 벌려보라고 요구하는 등 살짝 맛이 간(?) 욕구들도 보여주지요.

그러나 이 영화를 진정 에로틱하게 만들고 있는 건 바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색(colors)입니다. 싸구려 에로 영화들이 화면을 온통 살색이나 울긋불긋 현란한 색들로 메우는 반면, 이 영화는 시종여일 무채색(흰색, 회색, 검은색)으로 일관합니다. 미키 루크는 검은 외투만, 갤러리에서 일하는 킴 베이싱어는 흰색과 검은색 옷만 입고 나오지요. 눈가리개도 흰색, 스타킹도 일반적인 살색 아닌 흰색이고, 심지어 잠깐 나오는 고양이조차 흰색입니다.

무채색 의상 사이로 드러나는 여성의 내밀한 피부가 얼마나 섹시한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감독은 실내외를 막론하고 전체적으로 블루 톤 화면을 견지함으로써 차갑고 서늘한 메트로폴리탄의 실체를 드러내고, 이 둘의 격렬한 사랑 또한 그리 길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지요.
 
본문이미지

에로 영화답게(?) 이 작품엔 따로 인용할 만한 대사가 별로 없습니다. 기껏해야 이 정도지요.

John: Every time I see you, you're buying a chicken.
당신은 볼 때마다 닭고기를 사는군.
Elizabeth: Every time I see you, you're smiling at me.
당신은 볼 때마다 내게 미소를 짓고 있고.

음악이 좋습니다. <사관과 신사> 편에서 ‘Up Where We Belong’으로 소개한 조 코커(Joe Cocker)가 이번엔 경쾌한 ‘You Can Leave Your Hat On’을 선사하지요. 랜디 뉴먼(Randy Newman)의 1972년 곡을 리메이크한 이 노래는 킴 베이싱어가 남자 친구 앞에서 유리창 역광을 배경으로 하나씩 옷을 벗는 장면을 후끈 달이고 있습니다. 물론 기가 막힌 섹시 댄스를 추는 이는 베이싱어의 대역(body double)이지요.

"You Can Leave Your Hat On"

Baby, take off your coat… real slow
Baby, take off your shoes… here, I'll take your shoes
Baby, take off your dress… Yes, yes, yes
You can leave your hat on

Go on over there and turn on the light… no, all the lights
Now come back here and stand on this chair… that's right
Raise your arms up in to the air… shake 'em
You give me a reason to live

Suspicious minds are talking / Trying to tear us apart
They say that my love is wrong
They don't know what love is
I know what love is

따로 번역을 달지는 않겠습니다. take off, go on, over there, turn on, tear apart 등 낯익은 숙어들이 사용되고 있지요.

slow가 부사로도 쓰인다는 건 지적하고 싶네요.
Drive slow! / Could you go a little slower? / slow-moving traffic
제목 ‘You can leave your hat on’은 사실 아주 야한 요구사항(?)이지요. “다 벗고 모자만 쓰고 있어라”이니까요.
 
본문이미지

이 노래는 영국 공황 시기 실직자들의 애환을 유쾌하게 다룬 <풀 몬티>(The Full Monty, 1997)에서도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유의 허스키 보이스를 트레이드마크로 하고 있는 조 코커의 노래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지요. 명쾌 발랄한 베이스가 돋보이는 ‘Unchain My Heart’, 어쿠스틱 기타 도입부가 인상적인 감미 송 ‘You Are So Beautiful’ 등은 한국인 애창 팝송에서 빠지는 법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는 남자의 일생에서 가장 섹시한 시기라는 34세의 미남 배우와, 여자의 일생에서 에스트로겐 분비가 가장 왕성한 33세의 미녀 배우가, 현대 비주얼 아트의 총아인 CF 감독의 재능과 행복하게 조우한 영화입니다.
이미 충분히 늙어가고 있는 본인으로선 꿈속에서라도 감지덕지한 연애지요. …쩝.
등록일 : 2015-05-12 15:26   |  수정일 : 2015-06-16 17:41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칼럼니스트 사진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


1건
독자 리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상윤 글로벌 비프  ( 2015-05-16 )  답글보이기 찬성 : 35 반대 : 37
세계최고 고급육질 생산함 지식재산권에 도전함
맨위로

하단메뉴

개인정보 취급방침독자센터취재제보광고문의조선뉴스프레스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