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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번역 불가능한 우리말로 본 한국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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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사랑은 예외 없이 슬픈가요?

영화 'The Way We Were' (2)

글 |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출판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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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 보기 힘든 운동권 여성의 이야기 시나리오는 아더 로렌츠(Arthur Laurents, 1918–2011)가 썼습니다. 미국 영화사상 가장 성공한 뮤지컬의 하나인 (1961)의 작가이기도 한 그 자신이 뉴욕 브루클린 출신입니다. 물론 그저 그런 동네 출신으로서 아이비리그 대학인 코넬대를 나오긴 했습니다만.

참고삼아, 뉴욕시(New York City) 얘기 잠깐 해볼까 합니다. ‘뉴욕’이란 단어를 접하면 대부분 ‘뉴욕시’ 또는 ‘맨해튼’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뉴욕주(New York State)가 따로 존재하니 만큼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땐 꽤 조심해서 듣고 말해야 오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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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가장 사랑받는 로고인 ‘I♥NY’에서 NY는 뉴욕시입니다. 미국 고등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대학(쇼핑과 문화행사 천국이니)이자 학부모들이 가장 보내기 꺼려하는 대학(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나머지는 다 하니)인 ‘뉴욕대학(NYU)’은, 뉴욕주립대(State University of New York, SUNY)도 아니고, 뉴욕시립대(City University of New York, CUNY)도 아닌, 뉴욕시 14번가 ․ 워싱턴 스퀘어(Washington Square Park) 인근에 캠퍼스를 가진 명문 사립 종합대학입니다. (워싱턴 스퀘어 인근 1달러 짜리 가내 제조 커피가 불현듯 그리워지는 군요)
 
SUNY는 4년제, 2년제('Communty College'라고 부릅니다), 대학원 대학, 특수대학 등 64개 캠퍼스가 남한보다 1.4배 넓은 뉴욕주 전체에 고루 퍼져 있습니다. 그러니 누가 자신의 약력에 '뉴욕주립대 졸업'이라고만 표기해 놓았다면 어디 촌구석에 있는 SUNY를 나왔거나,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고 보면 틀림 없을 겁니다. SUNY Albany, SUNY  Stony Brook, SUNY Buffalo 등은 미국 100대 대학에 드는 명문들입니다.
 
CUNY도 마찬가지로 4년제, 2년제, 특수 대학 등 18개 학교로 구성돼 있습니다. 저는 짧게 미국에 머무는 동안 CUNY 소속 6개 학교를 일일이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할렘 인근 The City College of New York(도시 범죄, 공공 행정 분야에 강하지요)은 흑인 대학인 셈이고, 형법 전문 대학인 John Jay College of Criminal Justice는 맨해튼 한가운데에 숨은 캠퍼스(말이 캠퍼스지 그냥 오피스 건물)를 찾느라 무척 헤매야 했지요. Baruch College, Hunter College, Lehman College 등은 적지않은 한국인 학생들도 다니는 수준 있는 대학입니다. 
 
인구 8,000만의 뉴욕시는 크게 5개의 ‘boroughs’로 이뤄져 있습니다. 행정 단위인 ‘버러’는 우리네 ‘구’ 쯤에 해당하겠네요. ‘에든버러(Edinburgh)’처럼 영국 지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burgh’를 떠올리시면 되겠습니다. (미국이 영국 청교도들 후손이 세운 나라라는 사실을 잊지는 않으셨겠지요)

뉴욕시는 맨해튼 · 브롱크스 · 브루클린 · 퀸스 ․ 스태튼 아일랜드 등 5개 버러로 나뉘어 있습니다. 맨해튼은 뉴욕시의 중심부이며, 그 남단에 세계 금융의 심장인 월스트리트가 있습니다. 뉴욕시 얘기는 관련 영화 소개를 할 때 자세히 하겠습니다.

이 가운데 브루클린은 우리에게는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Last Exit to Brooklyn)>(1989년)라는 영화로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1950년대 브루클린의 매춘굴을 배경으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 하층민들의 삶을 통해 전쟁(한국전쟁!)과 파업으로 얼룩진 당대 미국 사회를 그린 이 영화는 창녀로 나온 제니퍼 제이슨 리의 광기 어린 연기가 압권(뉴욕비평가협회 최우수 여우조연상 수상)인 영화였습니다.

워낙 충격적인 장면이 많은 영화라 저는 절대 다시 보고 싶지 않지만, 주제곡 ‘A Love Idea’는 요즘도 가끔 듣습니다.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꼭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가장 심플한 멜로디가 가장 감동적인 법!

다시 로 돌아가야겠네요.
이 영화에는 특히 인상적인 대사들이 많습니다. 출신과 인생관이 다른 남녀의 사랑 얘기이기에 더욱 그렇겠죠.
가령 이런 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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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bbell Gardner: People are more important than their principles.
사람은 그들이 가진 신조보다 더 중요한 거야.
Katie Morosky Gardner: People ARE their principles.
사람은 곧 그들의 신조일 뿐이야.

(정치적 소신을 옹호할 권리에 대해 토론하다가)
Hubbell Gardner: I don't see how you can do it.
당신이 어떻게 그걸 해내는 건지 난 모르겠어.
Katie Morosky Gardner: And I don't see how you can't.
난 어떻게 당신이 그걸 못해내는 건지 모르겠고.

정말 멋진 대사 아닙니까? A가 던진 말을 그대로 받아 살짝 한 두 단어만 바꿔서 정반대의 뜻을 전달하는. 한국 영화에서도 이런 대사들을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들 정도로 재치 있는 대화 처리라 여겨집니다. 단지 표피적인 재미가 아니라 우리의 지적 욕구를 채워주는 그런 재미지요.

우리의 남녀 주인공은 사실 영화 내내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출신 성분과 기본적 성향이 대척점에 있는 남녀가 서로 공통분모를 찾고 사랑을 지속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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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ie Morosky Gardner: I don't have the right style for you do I?
난 당신 스타일이 아니야, 그렇지?
Hubbell Gardner: No you don't have the right style.
맞아. 내 스타일 아냐.
Katie Morosky Gardner: I'll change.
나 바뀔게.
Hubbell Gardner: No, don't change. You're your own girl, you have your own style.
아냐, 바꾸지 마. 당신은 당신 자신일 뿐이고 당신의 스타일을 갖고 있잖아.
Katie Morosky Gardner: But then I won't have you. Why can't I have you?
하지만 그럴 경우 난 당신을 갖지 못하잖아. 난 왜 당신을 소유할 수 없는 거지?
Hubbell Gardner: Because you push too hard, every damn minute. There's no time to ever relax and enjoy living. Every thing’s too serious to be so serious.
왜냐면 당신은 매 빌어먹을 순간마다 너무 몰아붙이잖아. 긴장을 풀지도 삶을 즐기지도 않잖아. 모든 게 더 이상 진지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진지하잖아.

Katie Morosky Gardner: If I push too hard it's because I want things to be better, I want us to be better, I want you to be better. Sure I make waves you have I mean you have to. And I'll keep making them till your everything you should be and will be. You'll never find anyone as good for you as I am, to believe in you as much as I do or to love you as much.
만약 내가 너무 밀어붙인다면 그건 더 나아지길 원하기 때문이야. 난 우리가 더 나아지기를, 당신이 더 나아지기를 원해. 그래 내가 당신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난 당신 스스로 해야 한다고 봐. 그리고 난 당신이 그렇게 되어야 될, 그리고 그렇게 될 모든 것을 향해 계속 문제제기를 할 거야. 당신은 나만큼 당신에게 도움이 될 사람을 찾지 못할 거야, 나보다 더 당신을 믿는 사람도, 나보다 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도 결코 찾지 못할 거야.

Hubbell Gardner: I know that.
나도 알아.
Katie Morosky Gardner: Well then why?
그렇다면 왜?
Hubbell Gardner: Do you think if I come back its going to be okay by magic? What's going to change? What's going to be different? We'll both be its going to be okay, we'll both lose.
당신은 내가 만약 돌아온다면 마법처럼 만사 오케이가 될 거라고 여기는 거야? 무엇이 바뀌지? 뭐가 달라지는 거지? 우리 둘 다 잘못되고, 우리 둘 다 실패할 거야.
Katie Morosky Gardner: Couldn't we both win?
우리 둘 다 잘될 순 없었을까?

상당히 긴 대화인데도, 둘 사이에 흐르는 긴장 덕분에 전혀 장황한지 모르게 만드는 대사들입니다. 
 
your own girl’은 ‘가장 너 다운 너’ 쯤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입니다. ‘Be your own girl’이라는 제목의 팝송도 있었지요.

every damn minute’은 말 그대로 ‘매 순간’인데 의외로 비속어 damn과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듯합니다. 부정적 내용에만 사용하는 것도 아닙니다.
It was worth every damn minute in that jail.
Enjoy every damn minute of it.
I enjoyed every minute of my stay in Rome.

make waves’는 써있는 그대로 ‘풍파를 일으키다’입니다.
His third book, Mardi and a Voyage Thither, a psychological and less romantic novel, did not make waves with the readers.
그의 세 번째 책인 심리학적이고 덜 로맨틱한 소설 <화요일과 티터 여행>은 독자와 감정적 고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Hong Kong economy won't make waves in 1996.
홍콩 경제는 1996년에 활력을 띠지 못할 것이다.

sure’는 부사로 쓰일 때 한마디로 ‘yes’인 셈이지요.
“Will you open the wine?”
“Sure, where is it?”

“Did it hurt?”
“Sure it hurt.”

사실 영민한 남자는 여자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Hubbell Gardner: You think you're easy? Compared to what, the Hundred Years' War?
당신은 당신이 편안한 상대라고 생각하는 거야? 뭐, 백년전쟁에 비해서?

Hubbell Gardner: Are you really so sure of everything you're so sure of?
당신은 당신이 확신을 갖는 모든 것에 대해 진짜로 그렇게 확신하는 거야?

여자가 위기에 처한 결혼 생활을 구하기 위해 정치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남자는 말하지요.

Hubbell Gardner: You're unhappy unless you do something. Because of me, you're trying to lay out, but that's wrong… wrong for you. Commitment is part of you. Part of what makes you attractive, part of what attracted me to you.
당신은 뭔가를 하지 않으면 불행해져. 나 때문에 당신은 때려치려 애쓰고 있어. 하지만 그건 잘못된 거야, 당신에게 잘못하는 거야. 사회참여는 당신의 일부야. 당신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내가 당신에게 끌리게 만드는 요소야.

lay out’은 ‘펼치다(extend at length)’의 의미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phrasal verb입니다. 우리가 ‘레이아웃’이라고 부르는 ‘지면 배정’이나 ‘설계’도 결국 ‘펼쳐 보이다’의 뜻이니까요.
lay out은 또 ‘때려눕히다(knock down)’의 의미도 있습니다. 쭉 뻗어(out) 드러눕게(lay) 하다는 얘기지요.
자주 사용하지 않는 뜻으로는 투자하다(spend) / 질책하다(reprimand) / 계획하다(plan) 등의 의미도 있습니다.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 참 멋있는 것이 파트너의 본질을 꿰뚫어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속성까지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이지요. 남자가 여자에게 토로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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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bbell Gardner: You hold on and I don't know how. And I wish I did. Maybe you were born committed… I can't get negative enough. I can't get angry enough. And I can't get positive enough.
당신은 끝까지 견디지만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 나도 그럴 수 있길 바랐어. 아마도 당신은 사회에 뛰어들기 위해 태어났는지도. 나는 충분히 부정적이지 못해. 난 충분히 분노하지도 못해. 난 충분히 긍정적이지도 못해.

hold on’에서 on은 ‘지속’의 뜻이지요. 따라서 ‘hold on (to 人 / 物s)’은 ‘(~을) 계속 잡고 있다’입니다.
Hold on and don’t let go until I say so.
내가 그러라고 할 때까지 놓지 말고 계속 잡고 있어.

참고로, hold on처럼 손이나 팔 등에 무엇을 들고, 끼고, 안고 있음을 나타내는 표현은 cling, clutch, grip, grasp, clasp, hang on 등입니다. 적절히 사용하시면 될 겁니다.

의 메가폰은 시드니 폴락(Sydney Pollack, 1934~2008)이 잡았습니다. 여성분들이 특히 좋아하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 더스틴 호프만의 호연이 돋보인 <투씨> 등 1970, 80년대 주옥같은 작품들을 선보였던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감독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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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스스로 배우로도 활약했고, 40년이 넘는 영화 인생에서 그는 감독, 제작자로 활동한 만능인입니다. 대중성과 예술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행운아로, 워렌 비티, 폴 뉴먼, 해리슨 포드, 톰 크루즈, 배리 레빈슨, 마이크 니콜스 등 내로라하는 거물급 스타들과 함께 작업했습니다.

특히 로버트 레드포드와 1985년에 만든 <아웃 오브 아프리카>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5개 부문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지요. 한 번 받아도 가문의 영광인 오스카 감독상을 두 차례(1982년 <투씨>)나 거머쥐었네요.

누구나 ‘내 인생의 영화’가 있을 겁니다. 청춘의 한 때 영화(제작)를 통한 세상(과 인간) 읽기에 몰입한 적이 있는 저로서는, 고백컨대, 바로 이 가 ‘나를 만든’ 영화중의 하나입니다.

사랑하는,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랑할 수 없는, 두 남녀. 그 둘이 바닷가를 배경으로 걷고 있는 영화 포스터를 접할 때마다 저는 밑도 끝도 없는 애상(哀傷)에 젖곤 합니다.
그렇습니다. 누가 뭐래도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니까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의 내 말이 잊었노라
(…)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 김소월 <먼 훗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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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5-04-08 16:19   |  수정일 : 2015-04-0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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