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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번역 불가능한 우리말로 본 한국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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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이 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한 까닭은?

<무한도전>의 정신과 의사 김현철의 신간 『뱀파이어 심리학』

글 | 신용관 출판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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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도전>이 낳은 스타 정신과 의사 김현철이 신간 『뱀파이어 심리학』(북뱅)을 냈다. 범상치 않은 제목의 이 책은 발칙하게도 “뱀파이어와 우리 인류가 뭐 그리 다른 점이 있는가”라고 묻는다. 부제는 ‘자존감 도둑과 영혼 살인마에 관한 보고서’.
 
책이 담고 있는 문제 제기는 책 뒷면에 잘 정리돼 있다.
“6,800톤급 배가 가라앉았다. 갓 사회인이 된 젊은 교사들이 제자들을 구하려다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 살 만큼 산 선장과 기관장은 모든 윤리적 · 직업적 의무 보다 제 목숨을 앞세웠다. 당신에게 묻는다. 바닷물이 목구멍에 차오르는 상황에서 당신은 과연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외부로부터 고립된 병영에서 청년들이 또래를 상습 구타하고 변기를 핥게 했다. 현직 검사장은 여고생 뒤를 따라다니며 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했다. 22, 32세도 아닌 그만한 나이의 아들이 있을 52세였다. 한 유명 여성 방송인의 남편은 이혼 소송 도중 내연녀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다.
우리 안에 뱀파이어가 산다.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는 이 책에서 ‘자존감 도둑’과 ‘영혼 살인마’, 즉 인간 내면의 뱀파이어에 대해 설파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신화, 민담, 전설, 영화, 꿈, 환상, 우리의 현실 등을 종횡무진 오가며 에세이, 소설, 논문, 페이크 다큐멘터리 등 이질적인 형식의 글을 풀어 놓았다.
이제, 모든 한낮의 가면을 벗고 이 어둡고 습한 또 다른 내면의 동굴로 들어갈 차례다. 자신 있는가?”
 
저자가 말하는 뱀파이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뱀파이어 족은 거의 파충류의 뇌만 살아있다. 뱀의 뇌에 말을 걸지 마라는 말도 있듯, 이들에겐 타인도 없고 불안도 없다. 먹고 싶으면 바로 먹어야 되고 싸고 싶으면 즉시 싸야 한다. 화가 나면 바로 때려야하고 성을 취하고 싶으면 상대의 의사에 무관하게 즉시 취해버린다. 그저 '긴장'이란 뇌의 미세한 전류(電流)가 안겨주는 찝찝함을 해결하고 싶을 뿐이다. 프로이트가 말한 바대로 즉각적인 만족을 원하는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8쪽)
 
앞에서 언급한,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일들, 거기에 얽힌 인간군들과 너무도 흡사하다. 저자는 책에서 뱀파이어와 ‘휴먼’, 그리고 ‘댐파이어’를 구분해 설명해 나간다. 댐파이어(Dampire)란 반은 흡혈귀요 반은 사람, 즉 '반귀반인(半鬼伴人)'을 뜻하는 용어다. “즉시 본능을 표출하는 자와 최대한 지연시키는 자, 그리고 이도저도 아닌 자들. 나는 이 책에서 순서대로 뱀파이어와 휴먼, 그리고 댐파이어란 이름을 붙였다. 감정을 얼마나 잘 소화시켜내는가가 미숙한 자와 성숙한 자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버거운 감정을 제대로 잘 소화시키면 우리 마음에 유익하나, 현실은 불행히도 얼른 토해버리는 자들이 많아지고 있다.”(9쪽)
 
에세이, 소설, 논문, 페이크 다큐멘터리 등 이질적인 형식의 글을 통해 문화 전반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접하는 반가움과 더불어 탄탄한 문장을 읽는 즐거움이 쏠쏠한 책이다.
“상반된 욕망 사이에서 고뇌하다 결국 결핍과 갈등에 지친 나머지, 왜 사는지 고민할 틈조차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우리 역시 감정이 배제된 채 쳇바퀴만 굴리는 일상을 반복한다. 때로는 너무도 쿨하고 태연하게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만 마음 한편엔 언제나 씻을 수 없는 부채의식과 이렇게 사는 게 과연 무슨 의미인지 실의에 잠길 때가 있다. 혹시나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이 지금 위와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면 주저 말고 지금 당장 이 페이지를 넘기길 바란다.” (11쪽)
 
저자는 스스로를 “환명을 삶의 에너지로 삼고, 사랑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남는 시간은 거의 널브러져 자는 B급 감성의 마음 따뜻한 정신과 의사”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아무도 울지 않는 연애는 없다』,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우리가 매일 끌어안고 사는 강박』, 『울랄라 심리 카페』 등의 책을 낸 다작가이기도 하다.
 
책에는 정신과 전문의다운,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이 번득이는 문장이 가득하다.
 
아무런 결정도 잘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의 본질은 어떤 결정을 자율적으로 내렸을 때 따르는 결과에 대한 책임감보다, 결과를 두고 세간에서 오르내리는 타인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크다. 이들에게 있어, 그건 마치, 쇠사슬에 온통 묶인 채 발가벗긴 채로 거꾸로 매달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데 이것이 바로 굴욕감이다. (23쪽)
 
인간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는 존엄을 향한 갈망보다 힘과 통제력에 대한 갈망에 먼저 눈 뜬다는 사실이다. (25쪽)
 
첫사랑의 실상은 끔찍하다. 오만 가지의 서운함과 오해, 욕정과 불안에 며칠 밤을 뒤척이게 만든다. 이성을 향한 폄하와 욕정은 사실 종이 한 장 차이다. 상대를 향한 폄하는 걷잡을 수 없는 욕정의 불길을 통제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화벽이기 때문이다. 서운함과 오해로 얼룩진 나날들을 보내며 아옹다옹하지만 그들의 밀고당김 속엔 성취감과 상실감의 공식이 숨어있다. (44쪽)
 
그런 통찰은 더구나 고담준론이 아닌 현실의 실생활에 뿌리박고 있는 아주 구체적이고 생생한 시각이다. 2014년 현재의 한국사회를 비춰보는 한 계기를 제공하기도 하는 것이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남자에게 있어 섹스란, 너무너무 귀여운 아가의 볼에 뽀뽀해주고 싶은 심정에, 페르시안 친칠라가 반짝이는 눈망울로 쓰다듬어달라고 할 때의 격정,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와인 혹은 푸딩을 목전에 두고 있을 때 흥분, 거기다 몇 십 캐럿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손가락에 꼈을 때의 황홀을 에스프레소 잔에 담아 원샷한 후 차오르는 쾌감 같은 것이다. (62쪽)
 
응원 댓글과 악성 댓글은 그저 우월을 향한 태도가 호혜적(互惠的)이냐 착취적(搾取的)이냐로 나뉠 뿐. 본질의 차이는 없다. SNS에서 좋아하는 유명인을 친구신청 혹은 팔로워하며 열렬히 응원하고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것과 상대를 비방 및 폄하하는 것 모두 내용만 다를 뿐 우월을 향한 연결고리를 갖고 싶은 심리에서 우러나온 것이란 본질은 같은 것이다. (178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인간 본연의 선함과 공동체성, 따뜻함에 대한 기대를 내던지지 않는다. “배려는 나약하고 모순적이며 자기기만에 빠져있는, 인간이란 존재가 베풀 수 있는 가장 초월적인 태도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배려에도 불구, 인류의 역사상 완전무결한 명랑사회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인간의 배려가 불완전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참고로 인간의 배려는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상처를 주는’ 것이다.” 인간의 ‘인간됨’에 대해 관심 있는 독자라면 놓치기 아쉬운 필독서가 될 책이다.
 
참고로 최근 조선일보에 실린 저자 인터뷰 기사를 소개한다.
 
[인터뷰] ‘뱀파이어 심리학’ 김현철
 
 "갓난아기도 착취 본능 있다"
 
의사가 아니라 연예계 사람인 줄 알았다. 쇄골이 살짝 보이는 짙은 자주색 민소매 셔츠 위에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재킷을 입고 나타난 정신의학 전문의 김현철(42·사진)씨는 "진료할 땐 브이넥 티셔츠를 즐겨 입어요. 환자들이 친구처럼 편하게 여겨요"라고 했다.
 
김씨는 라디오 방송에서 4년째 정신의학 상담을 하고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입담도 풀었다. 심리 관련 책도 여러 권 냈다. 최근 낸 '뱀파이어 심리학'(북뱅)은 8번째 책이다.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같은 이전 책에선 진료 경험을 주로 썼다. 이번 책은 '스타워즈' '스파이더맨' '건축학개론' 같은 국내외 영화, '국부론' '멋진 신세계' 유의 고전, 프로이트와 융 같은 정신의학자, 이탈리아 메디치가(家)와 교황의 관계 같은 역사를 넘나들며 인간의 감정을 분석한다. "좀 어렵죠? 가장 공을 들여 쓴 책이에요."
 
'뱀파이어'는 타인의 피를 빠는 흡혈귀다. 김씨는 "사람은 날 때부터 뱀파이어 같은 '착취 본능'이 있다"고 했다. "아기는 젖이 나오지 않으면 엄마 젖을 깨물어요. 못됐죠. 하지만 커가면서 욕구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도덕을 향해 가는 게 인간의 발달 과정입니다."
 
김씨는 책에서 인간을 세 종류로 구분했다. 타인을 파괴하더라도 욕구를 즉각 표출하는 뱀파이어, 피를 빨고 싶지만 이에 대해 고뇌하는 반인반귀(半人半鬼) 댐파이어(Dampire), 본능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남을 배려하는 휴먼(인간)이다.
 
"뱀파이어는 협력의 가치보다는 자기 생존에만 몰두합니다. 남을 밟고서라도 성공해야 한다는 사회와 가정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뱀파이어 같은 냉혈한이 득세하게 되죠. 성공한 CEO 중 사이코패스가 많다는 영국 연구도 있어요." 김씨는 "뱀파이어처럼 생존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는 사람은 불안과 우울에 시달린다. 내면의 시기심에 고착돼 살아가게 된다"면서 "내 속의 뱀파이어를 아주 없앨 수는 없지만 인간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소멸'의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휴머니즘을 지키면 공감과 배려 같은 초월과 헌신의 에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등록일 : 2014-09-29 오전 10:08:00   |  수정일 : 2014-09-2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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