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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번역 불가능한 우리말로 본 한국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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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관의 pop으로 배우는 phrasal verbs]
‘토관과 신토’를 아시나요?

글 | 신용관 기획출판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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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로부터 압수한 미술품 600여점 가운데 235점이 경매에 나왔습니다. 이름하여 ‘전두환 컬렉션’ 혹은 ‘전재국 컬렉션’으로 불리는 이들 미술품 경매 추정가 총액은 40억원으로 알려졌지요.

지금까지 개인 컬렉션이 단독으로 국내 미술품 경매에 부쳐진 적은 간혹 있었지만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처럼 방대한 컬렉션 전체가 경매장에 나오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간 1980년대 초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그 정권에 대한 반감이나 적개심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기였습니다. 꽃다운 대학생들이 제 몸에 불을 붙이던 시절입니다. 이른바 ‘386 세대’가 갖고 있는 부채(負債)의식의 연원이지요. 꼭 30년 전인 그때 저의 머릿속에는 God이 아담에게 던진 물음, “(아담아)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가 항상 자리 잡고 있었지요.

당시 우스갯소리로 이런 게 있었지요. 전 전 대통령이 어느 날 부관에게 물었습니다. “자네는 영화 좀 보나?” 잘 안 본다는 부관의 대답에 대통령이 말합니다. “그래서야 어디 문화적 소양을 쌓을 수 있겠나? 최근 나온 영화를 꼭 보게. 아주 좋다네. ‘토관과 신토’라고.”

그 당시엔 개봉 영화 중 한자가 섞인 제목이 적잖았습니다. 해군 장교 후보생을 소재로 한 미국 영화가 들어오면서 ‘士官과 紳士’라 제목을 붙였던 거지요. 오늘은 그 영화 <사관과 신사>(1982)와 주제곡 ‘Up Where We Belong’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여러분들은 사관생도나 군인에 대해 어떤 인상들을 갖고 있는지요? 18~22세, 청춘의 절정인 이 나이 때에 제복을 입고, 정해진 시간 틀에 맞추어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그들 말입니다. 군인(우리는 ‘군바리’라고 불렀지요)에 대해 특히 반감이 많았던 저는 병역 복무 시절에 제 시각을 바꿨습니다. 특히 육사 출신 일부 소대장들의 그 (투철한) 국가관과 (긍정적 의미의) 자존감, 그리고 일반 젊은이들에게선 보기 힘든 극기력을 코앞에서 목도할 수 있었으니까요. 심지어 그들은 뒤늦게 입대한 저와 동년배였습니다.

이 영화는 미남 배우 리처드 기어의 출세작입니다. 50이 넘은 나이에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로 천문학적 수입을 올리고 있는 톰 크루즈의 출세작이 <탑 건>(1986)인 것과 상당히 유사하지요.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미 해군 소속 항공장교 후보생을 양성하는 곳 ‘Navy Aviation Officer Candidate School(AOCS)’입니다. 건달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던 주인공 잭 메이요(리처드 기어)는 ‘새로운 인생’을 위해 이곳에 자원합니다. 그곳엔 악명 높은 흑인 훈련관 에밀 폴리(루이스 고세트 주니어) 병장이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온갖 트집과 악담, 윽박지름으로 후보생 지원자들을 중도 탈락시키는 악역을 맡고 있지요.

오래전 영화인데도 첫 부분 한 장면<아래 사진>이 기억나네요. 일렬로 도열해 있는 지원자들 앞에 선 폴리 병장이 메이요에게 묻습니다. “이름이 뭐지? ” “잭 메이요입니다.” “뭐? 잭 메이요네즈(마요네즈)? 어디 출신인가?” “오클라호마입니다.” “오클라호마라. 미국 호모들은 죄 거기 출신이지. 마요네즈, 너도 호모지? 호모는 절대 미 해군 조종사가 될 수 없다.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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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장교 후보생과의 결혼에 성공함으로써 그 찌질한 고장을 뜨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현지 젊은 여성의 하나로 폴라(데브라 윙거)가 합류합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예상 가능한 그대로, 잘생긴 청년이 직속 상관의 억압과 지옥 훈련을 극복하고 장교 후보생 과정을 통과하고, 여자와의 사랑도 저버리지 않는다는 그런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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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감독의 연출력이 탄탄하기 때문입니다. 감독 테일러 핵포드(Taylor Hackford)는 전설적인 음악가 레이 찰스의 극적인 삶을 그린 <레이>(Ray, 2004), 멕 라이언과 러셀 크로우 주연의 범죄 스릴러 <프루프 오브 라이프>(Proof of Life, 2000), 키아누 리브스와 알 파치노가 열연한 <데블스 에드버킷>(The Devil's Advocate, 1997), 케시 베이츠의 광기어린 연기가 압권인 <돌로레스 클레이븐>(Dolores Claiborne, 1994) 등을 연출한 할리우드의 중견 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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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빠질 수 없는 요소, 영화의 주제곡 ‘Up Where We Belong’이 주요 장면에서 흘러나오지요. 제니퍼 원스와 조 카커가 불러 1982년 8월 빌보드 차트에 첫 진입한 후 3주간 1위를 차지한 노래죠. 제니퍼 원스는 운 좋게 이 노래를 부를 기회를 얻어, 평소 한번쯤 같이 듀엣을 하고 싶었던 조 카커에게 부탁했고, 쾌히 승낙을 얻어 이들은 듀엣으로 노래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제니퍼 원스는 조 카커의 도움으로 무명의 존재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요.[<이야기 팝송 여행> 삼호뮤직] 100만장이 넘게 팔린 플래티넘 앨범이자, 이듬해 그래미상까지 거머쥔 명곡입니다.
 
 
 

 
우선 제목 ‘Up Where We Belong’에 가장 가까운 우리말 번역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는 belong to를 잘 알고 있지요. belong to 人은 ‘~의 소유다, ~에 속하다’입니다.
Who does this watch belong to?

belong to 物의 경우에도 뜻은 다르지 않습니다.
Have you ever belonged to a political party?

to 없이 혼자 사용되는 자동사 belong은 ‘제자리에 있다. 알맞은 위치에 있다’의 의미입니다.
Where do these plates belong?  이 접시들은 어디에 두면 되나요?
Are you sure these documents belong together?  이 서류들을 함께 두는 거 확실해?

경우에 따라 ‘소속감을 느끼다’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I don't feel as if I belong here.  난 여기서는 소속감이 안 느껴져.

따라서 노래 제목 ‘Up Where We Belong’은 ‘우리가 속한(있어야 할) 저 높은 곳’이 되겠네요. 가사에서 'Love lift us up where we belong'이 반복되지요. 노래의 메인 멜로디이기도 합니다. ‘사랑은 우리를 저 높이 제자리로 올려놓는다’ 쯤 되겠네요.

전체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유치하지만 꽤 시적입니다. 하긴 따지고 들면 유치하지 않은 유행가 가사가 있던가요?

Up Where We Belong

Who knows what tomorrow brings
in a world few hearts survive?
All I know is the way I feel
when it’s real
I keep it alive.
The road is long.
There are mountains in our way
But we climb a step every day.
Love lift us up where we belong
Where the eagles cry on a mountain high.
Love lift us up where we belong
Far from the world we allow
Up where the clear winds blow.
Some hang on to used-to-be.
live their lives looking behind.
All we have is here and now
all our life out there to find.
Time goes by no time to cry
Life’s you and I alive today.
Love lift us up where we belong

‘Some hang on to used-to-be’ 란 가사에서 hang on to 物은 ‘~을 꽉 붙잡다’ 즉 grasp의 뜻입니다.
Hang on to that rope and don't let go.  그 밧줄 꽉 붙잡고 놓치지 마.

used-to-behas-been과 마찬가지로 ‘한물간 사람, 지난 일’의 뜻입니다. informal한 표현입니다.
참고로, 사용 빈도가 높은 would-be는 ‘~을 지망하는, ~이 되려고 하는’의 뜻이지요.
a would-be actor  배우 지망자
a would-be poet  자칭 시인
a would-be suicide  자살 미수자
a would-be murderer  살인미수자

here and now는 써있는 그대로 ‘현시점에서(the present situation, at this moment)’이지요.
I can't tell you anything here and now.  나는 현시점에서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다.
‘지금 당장, 즉시(immediately)’로 쓰일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곳’ 식으로 ‘시간, 장소’의 순서로 말하는데, 영어는 here and now처럼 ‘장소, 시간’ 순서로 말하지요.
Let's meet here at 7 tonight.

영어라는 게 써놓은 걸 해석할 때는 쉬우나, 막상 영문으로 옮기려면 후딱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그 몇 주는 더디게 지나갔다’를 영작해 보시지요.
가장 영어다운 표현은 ‘The weeks went slowly by’일 것입니다. go by는 ‘(시간이) 지나다’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시간이 지나면 일이 더 수월해질 것이다’라는 문장의 영어 표현은 ‘Things will get easier as time goes by’가 되겠군요. 우리 한국인은 이 대목에서 time과 pass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십상이지요. 문제는 time passes처럼 주어와 동사의 시제와 수(단수, 복수)를 일치시키지 못한다는 데 있지요.
 
time은 대부분 uncountable(불가산) 명사로 쓰이지만, ‘(어떤 일을 특정하게 경험하면서 보내는) 시간’의 의미일 때는 countable(가산) 명사가 됩니다. 따라서 ‘스페인에서는 즐거운 시간 보냈나요?’는 ‘Did you have a good time in Spain?’이지 ‘Did you have good time in Spain?’이 아닌 것이지요. 그렇다면 ‘나는 병원에서 끔찍한 시간을 보냈다’는 어떻게 표현하면 될까요?
I had an awful time in the hospital.

되돌아가서 time passestime flies와 같은 뜻으로 ‘때가 지나다, 빨리 지나다’의 뜻입니다.
I don't care how time flies surfing through the net.
인터넷 하다가 시간 후딱 가는 건 신경 쓰지 않아.
Don't forget that time flies so fast.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잊지 마라.

look behind는 써있는 그대로 ‘뒤돌아보다’의 뜻이고, 추상적으로는 ‘회고하다’로 사용됩니다. 
Suddenly fearful, I turned around to look behind me.
갑자기 섬뜩한 기분이 들어서 뒤를 돌아보았다.

참고로 look after는 학창시절에 외웠다시피 ‘~을 맡다, ~을 돌보다’의 뜻이지요. 우리말에도 ‘~의 뒤를 봐주다’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Who's going to look after the children while you're away?
당신이 없을 때 아이들은 누가 돌볼 것인가요?

이 노래에는 외워둘 만한 영어 표현도 있네요.
All we have is here and now. 우리가 가진 전부는 ‘지금 이곳’이다.
Time goes by no time to cry.  세월은 흐르고 울고 있을 시간이 없다.

곁다리 이야기 하나 해볼까요? 가사 중 이 부분, “Love lift us up where we belong/ Where the eagles cry on a mountain high”에는 하고많은 동물 중 eagle이 나오네요.
독수리는 잘 아시다시피 미국의 상징 동물입니다. 미국의 the Great Seal, 국새(國璽), 즉 나라를 대표하는 도장이기도 합니다. 미 연방정부의 중요 문서에 바로 이 the Great Seal이 찍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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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the Great Seal 한가운데엔 미국의 상징 새인 흰머리독수리(bald eagle)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the Great Seal은 미국의 국가 문장(紋章), 즉 the national coat of arms of the United States이기도 합니다. 미 정부 발행 여권 표지에 바로 이 문장이 새겨져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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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는 고대 이래 용맹의 전형적인 심벌이지요. 날개를 펼쳤을 때의 장대한 몸, 당당하고 위협적인 발톱과 부리 덕분이겠지요. 사자와 더불어 힘과 승리의 대명사로서, 로마 제국, 나폴레옹 3세 때의 프랑스, 독일과 오스트리아, 미국에서 사용되었습니다.
노랫말 ‘Where the eagles cry on a mountain high’ 그럴듯하지 않나요? 게다가 그곳은 ‘where the clear winds blow’인 곳이군요. 가보고 싶네요.

<사관과 신사>의 마지막 장면은, 가장 뻔한 장면이면서도 다시 봐도 괜찮은 느낌을 주는 장면입니다. 고된 훈련 기간에는 영원한 사랑을 나눌 듯 속삭이다가 수료식만 끝나면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사라지는 여타 후보생들과 달리, 우리의 주인공 리처드 기어는 멋진 흰 제복을 갖춰 입은 채, 기계 소리 탓에 귀마개를 해야 하는 공장을 가로질러 한창 일하고 있는 데브라 윙거를 찾아가 번쩍 안아 올리지요. 그들의 행복한 뒷모습을 향해 같은 공장 노동자인 데브라 윙거의 친구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합니다.
Way to go, Paula! Way to go!”  “잘했어, 폴라! 아주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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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당시 할리우드의 뻔한 스토리라인에 분개해 마지않던 젊은 시절 필자의 뇌리에는 그 장면 바로 앞에 있었던 두 앙숙, 메이요와 폴리 병장과의 마지막 대면 장면이 훨씬 인상적이었습니다. 지옥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메이요는 이제 임관해 장교가 됐으니 폴리보다 상관이 된 상태이지요. 임관식 날 부동자세로 서 있는 폴리 병장 앞에 메이요가 마주 서지요.

Mayo: I never would have made it without you.
Foley: I know.
Mayo: I'll never forget you.

그러자 그동안 메이요 너머 먼 곳 한 지점을 응시하던 폴리 병장은 리처드 기어를 쳐다보며 한마디 합니다. “Get the hell out of here.”(얼른 꺼져)
할리우드 영화, 재미있습니다.

등록일 : 2013-12-11 오후 6:11:00   |  수정일 : 2015-06-1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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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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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진  ( 2014-01-02 )  답글보이기 찬성 : 22 반대 : 28
토란, 먹는건줄 알았는데;
조화유  ( 2013-12-12 )  답글보이기 찬성 : 21 반대 : 6
분신자살도 마다하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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