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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정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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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영어실력...기름칠 하는 방법은?

글 | 정채관 박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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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할 일이 없어서 자동차를 오랫동안 세워놓았다. 그러다가 급하게 어디 가야 할 일이 생겨서 오랜만에 차에 시동을 걸었다. 차가 쿨럭거리며 괴로워한다. 필요할 때만 꺼내 쓰지 말고 가끔 운전도 해주며 돌봐줬어야 했는데...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지난 3월부터 영어 회화 모임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영국문화원에서 운영하는 원어민 강사와 독서토론회도 해봤지만, 역시 '게으른 자'의 결말은 중도 포기였다. 사실 영국문화원이 멀지 않기 때문에 매주 수요일 밤 그곳을 오가는 시간은 그리 많이 들지 않았지만, 돌아보면 잘 모르는 사람들과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하는 일을 말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그러다가 몇 명과 작당(?)을 해서 일주일에 한 번 아침 일찍 영어 원어민을 부르는 조건으로 작은 영어 회화 모임을 하게 됐다.

  '영어는 안 쓰면 안 는다'는 게 영어교육학계의 주장이다. 내 지론이기도 하다. 영어는 우리말과 달리 인위적으로 입력을 해주지 않으면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다. 어릴 때 엄마 품에서 배운 우리말은 몸이 기억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조금만 연습하면 다시 할 수 있다. 하지만 머리로 배운 영어는 정기적으로 기름칠해주지 않으면 방전되거나 녹슬어버린다. 영어가 필요한 결정적인 순간에 꺼내 쓰려 해도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이 증상은 더 심해진다.

  그렇다고 내가 영어를 아예 안 쓰고 사는 건 아니다. 영어로 논문을 쓰고, 국제 학술 대회에 가서 영어로 발표하고, 영어 이메일도 쓴다. 내 컴퓨터 인터넷 브라우저의 첫 화면은 영국 BBC 뉴스의 교육 분야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하루에도 몇 번을 본다. 계속 연구를 해야 하니 영어 논문과 책을 계속 봐야 한다.

  눈으로 읽는 것은 어느 정도 입력 할당량을 채웠을지 모르지만, 입으로 말하는 출력 할당량은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 혼자 아침에 십분 정도 영국 BBC 뉴스를 큰 소리로 읽는 방법도 해봤지만 그리 흥 나는 일도 아니었다.

  영어 회화 시간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나와 레벨이 다른 사람들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가장 중요한 건 같이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이 모임에서는 주어진 시간에 각자 최대한 많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서로를 배려하고 있다.

  몇 주 되었는데 역시 말하기는 쓰기와 달리 내가 지금 무엇이 부족한지 바로 깨닫게 해준다.

  '영어는 안 쓰면 안 는다'. 당연한 말 같지만, 그 당연한 것을 안 하고 영어가 항상 예전 상태이기를 바라는 건 도둑님 심보다. 차를 몇 달 동안 내버려둬 놓으면 배터리가 방전되어 시동도 안 걸린다. 오래된 차는 몇 달이 아니라 몇 주만 지나도 그렇다.
  더 늦기 전에 다시 시작하길 잘한 것 같다.


11 May 2016
정채관 박사(영어교육·응용언어학)
ckj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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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6-05-16 09:58   |  수정일 : 2016-05-1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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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정채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정채관 박사

⊙ 정채관 박사(교육학). 현역만기제대. 영국 버밍엄대(공학학사), 영국 워릭대(이학석사), 워릭대(교육학박사). 버밍엄대 한인학생회 부회장, 워릭대 한인학생회장, 영국 코벤트리 한인회장. 月刊朝鮮 영국통신원·전문가칼럼니스트.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선임연구원, 연세대 영어영문과·교육대학원 시간강사, 인하대 영어교육과 강의교수, 버밍엄대 영어과 외부교수.

⊙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육과정·교과서본부 부연구위원. 영국 English Today(Cambridge University Press, SSCI) 편집위원, 한국영어학회 부편집위원장 겸 연구상임이사, 한국영어교육학회 연구이사. 조선뉴스프레스 교육칼럼니스트 [정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저서 「한 눈에 들어오는 이공계 영어기술글쓰기(2007)」, 「코퍼스 언어학 입문(2012)」, 「2020 한국초중등교육의 향방과 과제: 교육과정, 교수학습, 교육평가(2013)」, 「김정은 시대 북한의 교육정책, 교육과정, 교과서(2015)」, 「원자력 영어: 핵심 용어 및 실제 용례(2016)」, 「코퍼스 언어학 연구(2017.8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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