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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정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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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겪었던 암행 순찰차

글 | 정채관 박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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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시범 운용할 암행 순찰차. /조선DB

  10년도 더 된 얘깁니다. 필자가 영국에서 유학할 때 영국 회사와 산학연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회사가 방위산업체여서 그런 건지, 아니면 땅값이 싼 곳을 찾다 보니 그런 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공공 교통수단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어느 한적한 시골 허허벌판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도교수와 그 학교에 갈 때는 학교에서 차를 렌트해서 갔습니다.

  문제는 학교에서 자동차를 렌트하는 서류절차가 매우 복잡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지도교수가 중고차를 하나 알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결국 200만 원 정도를 주고 프랑스 중고차를 하나 샀습니다. 차가 오래되다 보니 고장이 자주 날 수 있었고, 그렇게 되면 제가 직접 정비소에 맡겨야 해서 게으른 저는 최대한 정속주행을 하며 차를 고이 모셨습니다.

  거의 10년 전 얘깁니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렸던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을 때입니다. 당시 영국에서 함께 박사과정 중이던 누나와 영국 대학에 다니고 있던 조카와 함께 국제학술대회 이후에 스코틀랜드를 짧게 여행을 하기로 했고, 자동차를 렌트했습니다. 그런데 렌터카 회사에서 준 자동차가 300km 정도밖에 운행하지 않은 거의 새 차였습니다.

  거의 새 차인 렌터카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밟는 대로 달리더군요. 저속주행이 몸에 밴 가난한 유학생의 설움을 풀겠다는 것이었는지, 밟으면 밟는 대로 나가는 거의 새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잠시 달려줬습니다. 평일 늦은 오전이라 차도 없는 고속도로였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면 자동차가 뒤집힐 수도 있겠다는 소심한 생각이 들어서 다시 정속주행 모드로 돌아왔습니다.

  에든버러 시내에 들어가기 위해 잠시 신호대기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제 차 뒤에 있던 자동차가 경광등을 켜며 제 차를 멈춰 세웠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에 시범 운행에 나섰다는 암행 순찰차였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경찰이 잠시 암행 순찰차로 오라고 하더군요. 따라갔더니 고속도로에서 제가 과속운전을 하는 것을 따라오며 찍은 동영상을 보여줬습니다.

  난폭운전은 아니지만, 과속했다며 혹시 마약을 했느냐고 묻더군요. 아니라고 대답하니, 술을 먹었느냐고 묻더군요. 아니라고 대답하니, 그럼 일단 음주 테스트를 한 번 하자고 해서 했습니다. 경찰이 술을 먹은 것도 아닌데, 무슨 급한 일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맨날 오래된 중고차를 타다가 거의 새 차를 타게 되어 잠시 기분을 내려고 했다는 말은 차마 못 하겠더군요.

  영국 경찰들이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여하튼 과속운전을 했으니 벌금과 벌점을 주었습니다. 벌점도 벌점이었지만, 벌금이 당시 우리나라 환율로 거의 14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매우 위험하고 값비싼 체험을 한 것이지요.

  제가 영국에서 암행 순찰차를 겪어본 경험으로는 확실히 효과가 있긴 있었습니다. 그때 경험 이후 영국에 있을 때나 우리나라에 와서도 정속주행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누가 보고 있다고 해서 정속주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속주행을 해야 무엇보다도 함께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안전도 확보되고, 기름값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7 March 2016
정채관 박사(영어교육·응용언어학)
ckjung@gmail.com
등록일 : 2016-03-08 11:49   |  수정일 : 2016-03-0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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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정채관 박사

⊙ 1972년 경기 부천(부천북초, 부천동중, 부천정명고). 현역만기제대. 영국 버밍엄대학교(학사). 영국 워릭대학교(석사). 워릭대학교(박사). 버밍엄대학교 한인학생회 부회장. 워릭대학교 한인학생회장. 서울대 선임연구원,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교육대학원 시간강사, 인하대 영어교육과 강의교수, 영국 버밍엄대 영어과 외부교수

⊙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한국영어학회 부편집위원장 겸 연구이사, 한국영어교육학회 연구이사, 현대영어교육학회 학술이사, 한국영어어문교육학회 연구이사, 월간조선 전문가칼럼 <정채관의 영국 & 영어 이야기>, 저서 「한 눈에 들어오는 이공계 영어기술글쓰기(2007)」, 「코퍼스 언어학 입문(2012)」, 「2020 한국초중등교육의 향방과 과제: 교육과정, 교수학습, 교육평가(2013)」, 「김정은 시대 북한의 교육정책, 교육과정, 교과서(2015)」, 「원자력 영어: 핵심 용어 및 실제 용례(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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