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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정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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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보행도 음주운전처럼 단속을 해야하는 이유는?

글 | 정채관 박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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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보행은 내 가족과 이웃을 병들게 한다(2016.2.12.)

  런던 지하철은 1863년에 개통되었습니다. 153년 역사를 자랑하는 런던 지하철은 그 역사에 걸맞게 에스컬레이터 발판이 나무로 만들어진 오래된 역들도 있습니다. 제가 런던에 살 때 가끔 셜록 홈스의 고향으로 유명한 베이커 스트리트 지하철역에서 내릴 때가 있었습니다. 그 역에도 발판이 나무로 된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는데, 그렇게 나무 발판으로 된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타면 과거와 현재가 만난 것 같아 묘한 기분이 듭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영국에서는 1984년까지도 지하철 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987년 킹스 크로스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31명이 죽고 100여 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나자, 지하철은 물론 지하철역에서도 흡연이 금지되었습니다. 누가 담뱃불을 붙이고 버린 성냥이 나무로 만든 에스컬레이터 발판 사이에 떨어졌고, 에스컬레이터를 움직이는 데 사용되는 윤활유 등에 불이 옮겨붙으며 화재는 겉잡을 수 없게 번졌던 것이지요.

  영국을 포함한 유럽은 흡연에 매우 관대한 편이었습니다. 예전에 스페인에 갔을 때, 맥도날드 매장 안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란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매장 한쪽에 아예 은박지로 만든 재떨이가 비치된 걸 보고는 그저 할 말을 잃었지요. 그런 맥도날드도 1994년부터 모든 매장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규정을 발표하였습니다. 참고로 영국에서는 2007년부터 모든 식당과 술집 안에서의 흡연을 금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과 자주 비교되는 우리나라 개혁 정치의 상징인 정조 대왕은 애연가로도 유명합니다. 정조 대왕은 담배를 주제로 과거 시험문제를 내기도 하고, 심지어 백성들에게 적극적으로 담배를 권장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담배는 음식물이 아니므로 요즘도 기호식품이다 아니다를 놓고 끊임없이 논란을 벌입니다만, 애연가들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되고 잠시나마 생활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고 하니 기호품인 것은 맞아 보입니다.

  흔히 기호품이라면 술, 차, 커피, 담배 등을 드는데, 뜨거운 차나 커피를 사람에게 의도적으로 들이붓지 않는 이상 차나 커피는 그리 위험해 보이지 않습니다. 술도 적당히 마시는 건 그리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만, 음주운전은 자체가 살인 미수 행위입니다. 담배도 그렇습니다. 적당한 곳에서 피우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자기만의 즐거움을 위해 길을 걸으며 담배 피우는 흡연보행자의 뒤를 걷게 되는 경우 울컥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필자가 영국에서 10년 넘게 사는 동안 길을 걸으며 담배 피우는 영국 사람을 그리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개인 기호품은 개인만 즐기자는 자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길을 걸으며 흡연을 즐기는 무개념 흡연보행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아는 분 중에는 길에서 흡연보행자를 보면 담배를 끌 때까지 아무 말 않고 계속 그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나란히 걷는다는 분도 계십니다.

  음주운전만 단속해야 할 것이 아니라 흡연보행도 단속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13 February 2016
정채관 박사(영어교육·응용언어학)
ckjung@gmail.com
등록일 : 2016-02-18 10:34   |  수정일 : 2016-02-1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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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정채관 박사

⊙ 정채관 박사(교육학). 현역만기제대. 영국 버밍엄대(공학학사), 영국 워릭대(이학석사), 워릭대(교육학박사). 버밍엄대 한인학생회 부회장, 워릭대 한인학생회장, 영국 코벤트리 한인회장. 月刊朝鮮 영국통신원·전문가칼럼니스트.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선임연구원, 연세대 영어영문과·교육대학원 시간강사, 인하대 영어교육과 강의교수, 버밍엄대 영어과 외부교수.

⊙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육과정·교과서본부 부연구위원. 영국 English Today(Cambridge University Press, SSCI) 편집위원, 한국영어학회 부편집위원장 겸 연구상임이사, 한국영어교육학회 연구이사. 조선뉴스프레스 교육칼럼니스트 [정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저서 「한 눈에 들어오는 이공계 영어기술글쓰기(2007)」, 「코퍼스 언어학 입문(2012)」, 「2020 한국초중등교육의 향방과 과제: 교육과정, 교수학습, 교육평가(2013)」, 「김정은 시대 북한의 교육정책, 교육과정, 교과서(2015)」, 「원자력 영어: 핵심 용어 및 실제 용례(2016)」, 「코퍼스 언어학 연구(2017.8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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