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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꿈 많은 80대 차윤의 글로벌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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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生)을 마감하는데 있어 우등생이 되고 싶다!

미수(米壽) 앞둔 처형이 보낸 가을의 편지

글 | 차윤 ㈜CPR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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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월드컵하늘공원 억새밭 너머로 노을이 물들고 있다. /조선DB

 
미수(米壽) 앞둔 처형이 보낸 가을의 편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사람들의 나태함을 너그럽게 합리화 시켜주는 우리의 속담이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속담으로 그간의 나의 무심함에 용서를 바랍니다. 오늘 보내 준 이메일 중에서 나도 오래전에 이 비슷한 독백을 썼던 것이 문득 생각나기에 보내봅니다.
 
사실 남에게 글을 보인다는 것은 왠지 자기의 나체를 보이는 것 같은 수치심이 뒤따르기에 주저됩니다.
 
이래 봬도 나 상당히 ‘Shy’하거든요.
안녕히 계세요.
 
 
늙는다는 것
 
정 인 숙 (鄭 寅 淑)
 
지역 성당의 부설 노인복지 회관에서 아름다운 인생의 마무리를 위한 어르신 죽음준비학교라는 거창한 강좌가 있다기에 대체 무엇을 하는 것일까 흥미 반 호기심 반으로 등록을 했다. 수강생은 남자 셋 여자 일곱, 연배는 오십에서 칠십대인 듯싶다. 모두 죽음과는 한참 거리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도 없는 명란하고 유쾌한 반 분위기다. 다들 살만큼 살았다는 일종의 해탈에서 온 깨달음 탓일까.
 
강좌 첫 시간에 딸 같은 여선생이 들어왔다. 들고 온 색종이를 나누어 주면서 각자 자기가 연상 하는 죽음의 색을 고르고 왜 그 색을 택했는지 발표하라는 수업이다. 죽으면 하늘나라로 가는 것이니 하늘색을, 갈색은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니 흙색을, 빨간 색은 죽으면 화장을 할 것이니 빨간 불꽃을 연상한다고 빨간색을, 검은색은 미지의 암흑세계로 들어가니 까만색을, 장례는 호사스러운 것이니 화려한 금박의 황금색을 택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녹색을 택했다. 내게 있어 죽음은 휴식과 안정을 연상했기 때문이다. 나와 같이 녹색을 택한 다른 한 사람은 죽음은 부활이요 소생이니 자기는 녹색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 부활과 소생이라, 같은 녹색으로 이렇게 희망적으로 죽음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죽음을 신선하게 느꼈다. 각자 죽음에 대한 자기 생각을 당당하고 소신 있게 설명하는 것이 보기 좋았다.
 
또 다른 교재로 임근택 감독의 (이청준 원작) ‘축제(祝祭)’ 라는 영화도 CD로 보았다. 그 영화 중 문상객이 상주에게 호상(好喪) 이라고 정중하게 인사하는 장면이 있었다. 호상이란 상주를 위로하는 인사가 아니라 적당할 때 죽어준 망자(亡者)에 대한 완곡한 축하 인사인 것 같다는 조금은 삐딱한 생각을 했다. 대부분 노령기의 조금 더 라는 생()의 연장이 주위와 가족들에게 짐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 강좌에 참가하여 비로소 내가 살아온 생애와 가족관계, 교우관계를 구체적으로 성찰할 수 있었으며, 알고 있다고 생각한 노후에 꼭 준비할 법률적인 문제 등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첫 시간에 왜 이 강좌에 참가 했느냐는 설문지에 생을 마감하는데 있어 우등생이 되고 싶어서라고 무심히 쓴 내 대답은 이 코스를 배운 대로 실천하여 틀림없이 죽음을 준비한 우등생이 되자고 바뀌었다.
 
모진 겨울을 죽은 듯 견딘 고목에서 애기 손 같은 어리고 푸른 새순이 돋아나는 이른 봄, 갓 부화한 어린 참새가 위험한 차도에서 무리지어 가냘픈 부리로 먹이를 쪼고 있을 때, 따뜻한 양지에 잎 보다 먼저 피는 목련의 소담스러운 장관이며,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벚꽃이 하루 밤 비바람에 눈 같이 하얗게 떨어져 땅을 뒤덮고 있는 아쉬움, 햇살 따가운 여름, 시원한 공원의 산책길을 다정히 손잡고 거니는 행복한 모습의 젊은 연인들... ‘그래 언제까지나 그렇게 변치 말고 서로 사랑 하려무나, 젊음은 달콤한 꿈 같이 짧은 것이란다고 축복해주고 싶어진다. 오후의 하교 길 재갈거리며 짝지어 교문을 나오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 너희들도 이제부터 이 험난한 인생의 첫 발이 시작 되는구나. 너희들도 우리가 걸어온 그 길을 또 우리가 늙어 가듯 너희 또한 늙어가겠지. ‘그래 힘차게 살아라. 이 세상은 아무리 힘들어도 한번은 살아볼만한 곳 이란다혼자 가만히 중얼거리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도 있다.
 
온 나라가 외화벌이에 엿장수의 엿과 바뀐 여자들의 머리카락이 가발이 되어 수출로 한 몫을 할 때, 푸르다 못해 비취색 도는 가을 하늘을 올려보며 이 아름다운 한국의 가을하늘도 수출할 수 있다면... 하고 생각 했을 정도의 가난을 경험한 우리의 젊은 세월이 어니였던가. 그런 우리세대가 이제는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타인에게 느끼는 따뜻한 동질감은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 자()만이 느낄 수 있고 볼 수 있는 노후의 위안이며 행복이 아닐까. 세월이 흐른다. 노년기에 접어든 나날은 젊어 한 때 철없이 느꼈던 생에 대한 지루함은 흔적도 없이 저녁 노을 같이 너무도 빠르게 어제 오늘 내일로 쉬지 않고 조용히 살아져 간다.
 
주변에서 아름다운 늙음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나이든 사람에게 아름답게 늙었다는 인사는 가장 듣기 좋은 찬사일 것이다. 그러나 아름답게 늙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 일까. 사람이 늙으면 누구나 외형적으로는 노추해지며 내면적인 것이라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아직도 못 다 비운 욕심과 애증(愛憎)의 인연은 무엇인지. 이 정도의 앙금은 아직도 나의 감성은 살아 있다는 증표일까.
 
우리들은 죽어가고 있다.
우리들은 죽어가고 있다.
지금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죽음에 승복(承服)하고 가장 긴 여행을
떠날 때 혼(魂)도 같이 싣고 갈 죽음의
배를 만드는 일이다.
                                     (DH 로오렌스: ‘죽음의 배’중에서)
 
 
글/ 인천대학교 명예교수
정 인 숙 (鄭 寅 淑)
 
등록일 : 2015-10-22 07:56   |  수정일 : 2015-11-1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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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차윤 ㈜CPR 회장

차윤 ㈜ CPR 회장

● 해군사관학교 / 플로리다 대학/ 위싱턴(시애틀) 대학 졸업
● 해군사관학교 / 해군 대학 / 메릴랜드 대학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 통일원 / 홍보협회 / 문화공보부 / 해외공보관 (이집트, 일본) 근무
● 해외개발공사 / ㈜연합광고 / 미국영화수출협회 / ㈜ CPR 회장 (현재)

국제 정치, 지정학, 국제감각 등 분야에 걸쳐 약 50편의 학술 또는 비학술 논문을 국내외 미디어에 게재하였으며, 최근에는 「조선 Pub」에 약 200회에 걸쳐 온라인 칼럼을 게재한 바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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