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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꿈 많은 80대 차윤의 글로벌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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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Made My Day!

글 | 차윤 ㈜CPR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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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계없음./ 조선DB

You Made My Day!

아주 어릴 적부터 말이나 행동이 보통 아이같지 않다고 만날 때 마다 손자 자랑을 늘어놓는 동생이 이번엔 좀 색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왔다. 초등학교 3학년인 동원이가 서울에 전학을 왔는데 가족들은 동원이가 촌에서 살다왔고 경상도 사투리도 심하고 해서 서울 아이들과 잘 어울릴지, 혹 소문대로 왕따를 당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태산 같았다.

전학 온지, 4~5개월되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동원이가 “할머니, 나 부회장 뽑혔어. 잘했지예?”라고 하면서 싱글벙글 하더란다. 하도 뜻밖이라서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가 옛날부터 얘한테서 놀라운 광경을 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을 생각하고, “그래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더니, 동원이 대답은 이러했다고 한다.

처음 학교 왔을 때 반 아이들은 동원이의 사투리를 흉내내면서 놀리기만 하고 별로 상대를 하지 않으려고만 했었다. 공부는 별로 어렵지는 않았지만 같이 놀아주는 아이도 없고 늘 혼자있게 되는 것이 슬펐다. 어느 날 이래가지고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원이는 할머니 생각을 하게 됐다. 할머니가 사람들이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교도소를 다니시면서 그 수 많은 재소자들과 또 집에 찾아오는 출소자들을 위해서 밤낮없이 친절히 위로의 말을 건네주고 또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되면서 용기가 나더라는 것이다.

아침에 학교에 가자마자 앞 줄에 앉아있는 종명이에게 다가갔다. 동원이 보기에 종명이는 자기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아이와 같았다. 언제 봐도 혼자 앉아있고 외로워 보였다. 한번도 종명이가 웃는 얼굴을 본 일이 없었다. 그런데 항상 무언지 그리고 있는 것 같았다. 동원이는 종명이 어깨 너머로 “친구야, 안녕, 니 지금 뭐하노?”하니까 종명이는 깜짝 놀란 얼굴로 동원이를 한번 힐끗 쳐다보더니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다시 엎드려 하던 짓을 계속했다.
 
상대를 해주지 않기에 잠시 용기를 잃었지만, 다시 말을 걸면서 “아, 그림 그리는구나. 무슨 그림인지 잘 모르겠지만, 참 잘 그리네…” 했더니 그때서야 돌아보면서 별로 웃음 같지도 않은 웃음을 씩 보여 주더라는 것이다. 다음날도 동원이는 종명이 책상 옆에 가서 말을 걸었고 오늘은 “친구야 안녕, 너 참 멋있구나”라고 했다.
 
그랬더니 종명이가 이번에는 놀라는 표정을 젓더라는 것이다. 할머니가 물었다.
 
“동원아, 왜 하필 그 아이하고만 친해지려고 했니? 잘 생기기라도 한 아인가 부재?” 했더니 동원이가 할머니에게 귓속말로 “아니예, 사실은 그 얘 얼굴이 꼭 ‘가오리’처럼 이상하게 생겼어예” 그래서 아무도 종명이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동원이는 말했다. 가끔 교실 뒤에 앉은 큰 얘들이 종명이 머리를 쿡쿡 쥐어 박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동원이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동원이의 끈질긴 접근과 칭찬의 말에 종명이 얼굴이 환해지면서 그로부터는 동원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동원이가 무엇을 하던지 따라하게 됐다.  그 후로 반 아이들은 동원이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동원의 “친구야, 안녕, 니 뭐하노?”, “친구야, 안녕, 너 참 멋있구나”는 온 반으로 퍼져 나갔고 동원이 친구는 나날이 늘어만 갔다. 얼마 안되어서 동원이는 어느새 반에서 가장 인기있는 학생들 중에 끼이게 되었고 해가 바뀌면서 반 선거에서 기득권이 있는 서울 아이들을 물리치고 부회장으로 뽑혀서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들까지도 놀라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외국 친구에게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Hey, you made my day!”라는 인사를 받은 적이 종종 있었다. 좀 구구한 번역이 되겠지만 “너의 그 말 한마디가 나를 신나게 만들어 줘서, 오늘 하루 행복해 질 것 같아…”라는 뜻이다.
 
내가 한 말은 사실 별 말이 아니었다. “야, 너 그 셔츠 어디서 샀니? 참 잘 어울리는구나”라던가 강의가 끝나고 교실에서 나오면서 “해리, 너 아까 교수에게 던진 질문 말이야. 핵심을 찌르는 좋은 질문이었어. 내게 큰 도움이 됐어. 고마워…” 라고 했을 때, 또 조금은 용기가 필요했었지만 새로 부임한 나이 좀 지긋한 여자 교수에게 소개 받았을 때, 아침 인사와 함께 “참 멋있는 헤어 스타일이시네요!” 했을 때, 약간의 상기된 표정으로 내게 던진 인사말도 “You made my day!”을 기억하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리더 (Global Leader)’가 되려면, 거창한 스팩을 쌓기 전에 하루에 말 한마디나 작은 행동 한가지라도 “Making somebody happy’ 즉 ‘누군가를 기분 좋게 만들기’를 체질화 또는 생활화 하는 대서부터 시작할 것을 권장하고 의무화하는 ‘멘토링 클래스’에서 내가 맡은 ‘멘티’의 보고 내용 중에는 가슴 뿌듯한 이야기가 많다. 그 중 한가지만 소개해 본다면…. 

‘경희’는 시골에서 올라와서 서울의 K대학 3학년에 재학중인 경제학 전공의 여학생이다. 다른 대학에 다니는 남동생과 함께 자취를 하고 있는데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부모로부터 등록금, 생활비 타 쓰기가 너무나 힘들어서 때로는 휴학을 하고 일자리를 구해서 돈을 좀 번 다음에 복학을 할까.. 고민 중이었다. 너무 생활에 쪼들리다 보디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께 돈을 보내달라고 조르는 전화 외에는 별로 다른 내용의 전화를 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날 멘토가 “말 한마디나 작은 행동 한가지로 누군가를 신나게 하거나 행복하게 만들어 보라. 그럼 네가 몇 배로 행복해 질 것이다”라는 말이 가슴에 꽂혀서 집에 가서 시골 집에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가 받았다. 아버지는 전화를 받자마자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고? 또 돈 달라카는 거가?”, “등록금, 생활비 보낸지가 며칠이 됐는데 또 달라카는 거가?”
 
“아부지” 경희가 아버지의 짜증스러운 통화를 막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부지, 오늘은 아부지한테 돈 보내달라고 한 전화가 아니라예, 아부지한테 감사하다는 말씀 드릴려고 한 전화라예. 아부지 생일도 잊어버리고 저화 한 통 못 드리고 아부지가 허리를 다쳐서 병원에 다니고 계신다고 엄마한테 듣고도 한번 내려갈 생각도 않고 있었던 것 생각하니… 너무 죄송해서 아부지한테 용서를 빌려고 전화하는거라예. 아부지, 너무 너무 죄송합니…(울컥, 울컥… 눈물, 눈물)
 
“경희야, 니 와우노? 무슨 일이 있는 거가?”
 
“아버지의 놀란 음성에 “아님니더. 아부지, 우리 뒷바라지 하시느라 너무 고생만 하시는 아부지가 불쌍하고 고마워서 전화드리는거라예…(울컥, 울컥)”
 
아버지 쪽에서 아무 소리도 안나다가 조금 있으니까 아버지가 참지 못하다가 터져 나오는 이상한 소리 끝에 “고마, 전화 끊거라” 하셨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멘토링 클래스에서 하다가 경희는 또 한바탕 울었고 다른 멘티들까지 다 울려버리고 말았다.

일일이 예를 들어 말하기에는 한도 끝도 없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 배려 안하기로 유명한 국민 중에 한국 사람이 늘 첫째로 꼽히고 있다는 이야기를 과거에는 외국 사람들이 모여서 즐겨 하는 이야기였었는데 요즘에 와서는 조금 달라져서 한국 사람들끼리도 자주하는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아직도 남이 하는 짓은 수치요. 내가 하는 짓에 대해서 무감각한 수준에서 끝이고 있다.
 
자기 기분, 자기 편의, 자기 이익만을 생각하고, 남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항상 불만, 시기, 불안, 다툼, 갈등, 분열, 배신, 망신, 파멸만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우리사회가 지금 이 무서운 악순환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어느 누가 부정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면서도 해결책은 없다고들 비관하는 소리만 들린다. 해결책이 없는 것은 너무 거창하고 요란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란 말도 있듯이, 착하고 지혜로운 말 한마디로 남을 행복하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세상을 바꿀 수도 있고 때로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거창하고 요란한 방법으로 애국 애족, 충성, 헌신, 봉사, 희생을 떠벌리지 말고 가까이 있는 친구, 가족, 이웃, 선배, 후배, 스승 그리고 길에서, 지하철에서, 엘리베이터 속에서, 차 운전을 하면서, 전화 한 통 걸면서 하루에 말 한마디, 작은 선행 한가지씩만 우리 모두가 마음 먹고 실행함으로 누군가를 기분 좋게, 신나게 나아가서 행복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여기서 우리가 바라는 행복, 번영, 안정 나아가서 우리나라의 선진화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선 나부터라도 우리 증손자 동원이를 좀 본받아야 하겠다.
등록일 : 2014-01-31 오전 10:11:00   |  수정일 : 2014-02-0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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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차윤 ㈜CPR 회장

차윤 ㈜ CPR 회장

● 해군사관학교 / 플로리다 대학/ 위싱턴(시애틀) 대학 졸업
● 해군사관학교 / 해군 대학 / 메릴랜드 대학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 통일원 / 홍보협회 / 문화공보부 / 해외공보관 (이집트, 일본) 근무
● 해외개발공사 / ㈜연합광고 / 미국영화수출협회 / ㈜ CPR 회장 (현재)

국제 정치, 지정학, 국제감각 등 분야에 걸쳐 약 50편의 학술 또는 비학술 논문을 국내외 미디어에 게재하였으며, 최근에는 「조선 Pub」에 약 200회에 걸쳐 온라인 칼럼을 게재한 바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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