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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꿈 많은 80대 차윤의 글로벌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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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가 보여준 통합의 장(場)

글 | 차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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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가 보여준 통합의 장()
 
내가 한국의 팝송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마도 가수 이문세 때문이였다고 생각된다. 평범하고 소박한 목소리에 창법도 별로 화려하지 않은데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은 그의 목소리에는 한국의 사계절이 듬뿍 담겨져 있다는 것과 그의 노래를 한 번 듣고 나면 도저히 따라 부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는것 같았다. 그래서 특히 1987년 가을은 나의 삶의 구석구석까지 그의 노래로 꽉 차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긋지긋하게 길었던 외국생활로 내속에 쌓이고 베인 진득하고 느끼한 정서가 한꺼번에 시원하게 씻어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 그 후 나는 내내 그의 팬으로 남아있다.
 
지난 6 1일은 큰 딸의 생일이었다. 무얼 해줄까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종합 운동장에서 그 날에 이문세 콘서트가 있어 입장권을 사주는걸로 선물로 대신 받겠다고 하기에 참 잘 됐다고 하고 사위를 대동하여 참석했다.
 
좋아하는 노래를 근 3시간 동안 듣고 보는 재미도 재미려니와 그보다 나는 그 곳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한결같이 바라고 있는 ‘국민 통합’의 모델을 발견하고 벅찬 감동을 받았다.
 
혼탁하고 불투명한 국내외 정세와 각박한 민심과 여기저기서 끝없이 들려오는 잡소리 찢어지는 소리 속에서 너무 오래 시달려 와서 그런지 그날,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그 광경은 너무나 새롭고, 아름답고, 눈물겹기 까지했다. 그것은 한여름 밤의 노래의 축제를 훨씬 넘어서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5만여 명의 아름다운 젊은이들의 통합의 장(統合)으로 비춰졌던 것이다.
 
먼저 나는 그곳에서 가수 이문세의 정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콘서트 이름부터가 ‘대한민국 이문세’였다. 좀 거창한 타이틀 같아서 갸우뚱하고 있을 때 이문세는 이렇게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자랑스럽고, 대한민국에서 노래하는 가수이고, 대한민국에서 제법 히트곡이 많은 가수이기도 하며,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서 얼굴이 제일 긴 가수라고 생각되어서 붙인 공연 타이틀이라면서 관객을 한바탕 웃기기도 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이문세가 연미복 차림으로 등장하더니 애국가 전주가 울려 퍼지면서 이문세는 5만여 관객의 애국가 합창을 지휘하였다. 이런 자리에 와서 애국가를 부르게 될 줄은 나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터이라 가슴이 뭉클했다. 백 명이나 천 명 정도의 사람이 모여서 부르는 애국가는 들어봤지만 5만 명이 부르는 애국가 합창은 생전 처음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공연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문세는 이미 대한민국을 감동으로 몰아넣기 시작했다.
 
그는 26여 곡을 불렀다. 그런데 이문세 혼자서 부른 노래는 한 곡도 없었던 것 같다. 이문세와 5만의 팬이 만들어 낸 대합창의 무대였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이문세 노래를 들으려고 온 것이 아니라 이문세와 같이 노래 부르려고 온 사람들이었다. 그것은 그의 노래가 추억과 공감의 메시지로 일관된 따뜻하고 친밀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오랜 친구 같은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중을 편하고 즐겁게 해주는,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이문세 만의 음악 세계로 5만의 관객들을 어느새 자연스럽게 끌어드리고 있었다.
 
‘……난 너를 사랑해. 이 세상엔 너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붉은 노을), ‘삐릿 삐릿 삐릿 파랑새는 갔어도 삐릿 삐릿 삐릿 지저귐이 들리네. 삐릿 삐릿 삐릿 파란 눈물 자욱이 삐릿 삐릿 삐릿 내 마음 물들이네……(파랑새), ‘그대 나를 보면 울기나 했지. 하루 종일 울다가 웃어 버렸지만……(그대 나를 보면), ‘그댄 예전 그 모습 그대로 나의 마음에 남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비밀이 되어 매일 밤 행복에 잠겨 나를 잠들게 해. (메모리), ‘……그대가 떠나가면 어디로 가는지 나는 알 수가 없잖아요. 그대 내 곁에 있어요. 떠나가지 말아요. 나는 아직 그대를 사랑해요. (난 아직 모르잖아요).
 
꿈 같은 사랑의 노래는 계속되어 노래가 ‘이별 이야기’에 왔을 때는 남자파트를 이문세가 여자파트를 5만 관객이 부르는 5 1명의 듀엣은 소름이 돋는 클라이맥스를 이루기도 했다. 마치 이문세와 5만 관객이 서로 사랑을 고백하고 사랑을 주고 받는 것 같은 연애의 장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어느 대목에선가, 5만 관중이 갑자기 “와!”하는 천둥 같은 소리에 놀라 일어서 봤더니, 가수 김범수, 윤도현, 성시경이 무대에 나와 이문세 노래를 열창하는 게 아닌가. 곧 이어서 가수 이수영, 김완선, 정문영, 김태우, 로이킴, 허각, 이정, 가희, 노을, 소냐, 알리 등이 줄이어 나와 ‘이문세 합창단’이란 이름으로 합창 대열에 끼어 들었다. 그러자 배우 안성기, 양동근, 야구의 박찬호, 영화감독 류승완, 축구선수 송종국, 개그맨 박경림, 박수홍 그리고 그 외에도 아나운서, 모델, 사진작가 등 스타 100여 명이 줄줄이 무대에 쏟아져 나와서 이문세와 함께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을 부르자 5만 관중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대가 마음 먹은 대로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슬픔보다 기쁨이 많은 걸 알게 될 거야… 어두운 밤 하늘 나는 밤 구름 아침이 되면 다시 하얗게 빛나지 새롭게 사랑해요…’를 목이 터져라고 노래할 때, 종합 운동장 스타디움은 찬란한 레이저 광채와 함께 온통 흥분의 거대한 도가니로 변해갔다.
 
이문세가 5만 명의 관객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노래 솜씨 때문만이 아니다. 따뜻한 말과 재치 있는 유머와 진정성 어린 겸손과 지극한 감사의 마음이 모두 합쳐진 결과였다고 보았다. 객석을 바라보면서 “5만개의 별이 빛나는 것 같다.”면서 분위기를 돋구는가 하면 꿈꾸듯이 자기만을 바라보고 있는 관객들을 향하여 “저만 바라보지 말고 주위도 한번 둘러보세요.”하며 겸손을 떨면서 웃기기도 했다. 또 “심장이 터질 것 같습니다. 이런 기분 아십니까?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데 꿈이 아니라는걸 알 수 있게 5만 명의 함성을 질러주세요.”라고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면서 관객과 더불어 하나되는 모습을 과시하기도 한다.
 
그날의 이문세는 노래하는 이문세라기보다 감사하는 이문세였다. 그는 자기를 돋보이게 한 작곡가 고 이영훈에 대한 지극한 감사와 추모를 잊지 않았다. “우리는 무명가수와 무명 작곡가로 만났지요. 워낙 서로 달랐지만, 달랐기 때문에 더 잘 맞았던 것 같아요.”라고 하면서 히트곡을 많이 만들어 준 이영훈을 향하여 ‘죽어도 감사해야 할 사람’이라면서 마치 그의 영혼이 옆에서 연주하듯 ‘사랑이 지나가면’을 불렀다. “어딘가에서 이 노래를 듣고 계신가요? 고마워요!”라는 말을 남기며 고인을 추억하는 이문세의 모습은 숭고하리만치 아름다웠다.
 
그의 감사는 계속되었다. 며칠 전에 작고한 선배 이종환씨를 회상하며 그에게서 받은 은덕과 사랑을 열거한다. 그 외에도 수고해주고 격려해주고 지지해준 선배, 후배, 동료들에게 두루두루 감사의 마음을 말로 노래로 읆조리는 가운데 막판에 와서는 5만 관객들을 향하여 “꿈이었을까요. 이 밤 오래 오래 기억하겠습니다.”라고 하면서 “오랫동안 내 노래를 불러준 당신들에게 나의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이 노래를 여러분에게 받칩니다,”라고 본인이 작사 작곡한 신곡 ‘땡큐(Thank you)’라는 노래를 불러 또 한번 관객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공연이 끝날 무렵, 이문세의 꿈 같은 노래와 마음을 움직이는 멘트와 멋진 스테이지 매너에 푹 빠져서 자리를 뜨지 못하는 관객들을 향하여 던진 마지막 인사말 때문에 그 자리를 더 떠나지 못하게 만들고 말았다. “오늘 저녁 저의 노래를 들으려 여기 오신 5만 명을 제가 어떻게 다 기억 할 수 있겠어요. 나중에 어디서나 길거리에서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꼭 오늘 6 1일 그 자리에 있었다고 말해주세요. 그러면 제가 꼭 안아 드릴게요.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만든 가수 이문세, 그의 노래를 함께 부르던 동료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며 감동과 환호 속에 온 몸으로 호흡하며 행복한 추억을 쌓던 5만 팬들의 삼박자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 ‘대한민국 이문세’는 내게 있어서 확실한 ‘통합의 장’의 롤모델이었다.
 
이 공연을 보고나서 ‘통합’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우리나라의 소위 지도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났다. “제발 이문세한테 가서 한 수 배우고 오시구려”
등록일 : 2013-06-11 13:47   |  수정일 : 2013-12-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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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차윤 ㈜CPR 회장

차윤 ㈜ CPR 회장

● 해군사관학교 / 플로리다 대학/ 위싱턴(시애틀) 대학 졸업
● 해군사관학교 / 해군 대학 / 메릴랜드 대학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 통일원 / 홍보협회 / 문화공보부 / 해외공보관 (이집트, 일본) 근무
● 해외개발공사 / ㈜연합광고 / 미국영화수출협회 / ㈜ CPR 회장 (현재)

국제 정치, 지정학, 국제감각 등 분야에 걸쳐 약 50편의 학술 또는 비학술 논문을 국내외 미디어에 게재하였으며, 최근에는 「조선 Pub」에 약 200회에 걸쳐 온라인 칼럼을 게재한 바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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