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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의 라운드하우스

"과거 박정희 정부는 공산주의식 독재가 아니었다"

[인터뷰] 칼 거슈먼 미국 민주주의기금 (NED) 회장

ㆍ민주주의는 어떤 문화권이라도 정착될 수 있다
ㆍ민주주의가 겪고 있는 네가지 딜레마
ㆍ한국의 교과서 국정화 미국도 유사사례 있어
ㆍ한국의 군사독재는 민주국가에서 필히 수반되는 과정이다
ㆍ북한은 침식하고 있어 붕괴할 것

[칼 거슈먼 약력]
現 미국 민주주의기금(NED) 회장
前 프리덤 하우스 연구원
세계민주주의운동(WMD) 초대추진위원장
미국 예일 대학 학사(B.A)
미국 하버드 대학 석사(M.Ed.)

글 | 김동연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필자의 다른 기사 2015-12-0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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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거슈먼(Carl Gershman) 미국 민주주의기금 회장 /사진: 민주주의기금(NED)
지난 11월 여의도에서는 세계민주주의운동이라는 주제아래 전 세계 100여명의 민주주의 전문가들이 모여 민주주의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고 있었다. 마침 한국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올바른 역사를 통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을 시점이었다.
 
이날 세계민주주의운동은 황교안 국무총리, 킴 켐벨(Kim Campbell) 전 캐나다 국무총리, 칼 거슈먼(Carl Gershman) 미국 민주주의기금회장(NED: National Endwoment for Democracy) 등이 참석했다. 이번 세계민주주의운동을 주관한 미국 민주주의기금의 칼 거슈먼(Carl Gershman)  회장을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민주주의기금은 미국 의회로부터 예산을 받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약 90여 개국에 민주주의의 발전과 가치를 전파하는 비정부조직이다. 의회로부터 예산을 받지만, 여당이나 야당의 정책과는 무관하게 운영되고 있어 미국내 정치판도와는 무관한 것이 특징이다. 이 민주주의기금은 민주국가의 상징인 미국에만 있는 특수한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기금은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세계민주주의운동(World  Movement for Democracy)을 11월 1일부터 4일까지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했다. 세계민주주의운동을 한국에서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칼 거슈먼 회장은 기자를 반갑게 맞으며, “한국은 올 때마다 발전하는 모습이 놀랍다”는 간략한 소감을 기자에게 전했다. 다음은 거쉬만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민주주의기금 및 자신의 간략한 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민주주의기금의 회장입니다. 민주주의기금은 1980년대 초에 설립된 기관으로 전 세계에 민주주의의 가치를 전파하고자 만들어진 비정부 조직입니다. 이 민주주의는 국민의 자유를 전파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저희 민주주의기금은 비정부조직이자 비정치적인 조직입니다. 비정부조직이지만 예산은 매년 미국 의회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영향력을 방지하고자 이 민주주의기금은 설립이후 예하에 여당과 야당을 대표하는 기관을 만들었습니다. 의회 내 민주당 쪽 예산 집행은 미국 국제사무민주학회(NDI: National Democratic Institute for International Affairs)라는 조직을 통해서 추진됩니다. 국제사무민주학회의 의장은 메들린 올브라이트(Madeline Albright)가 맡고 있습니다. 공화당 쪽에서는 국제공화당학회(IRI: International Republican Institute)를 조직했으며 의장은 존 매케인 의원이 의장직을 맡고 있으며 공화당의 예산을 지원합니다.
 
이렇게 받은 예산은 이번에 서울에서 개최하는 세계민주주의운동과 같은 국제 민주주의 전파 업무에 사용됩니다. 이런 운동 이외에는 민주주의와 연관된 여러 관계 기관으로 분배합니다. 이렇게 예산을 분산함으로서 여러 기관이 조직적으로 민주주의를 전파하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가 지원하는 예산을 받는 기관은 전 세계에 약 1,400 여개에 달합니다. 이 기관들이 추진하는 여러 민주주의 전파 프로그램이 있으며 이 프로그램들이 실질적으로 민주주의를 전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특히 각 기관마다 1만5천에서 2만 달러가량(한화로 약 2천4백만원)은 비민주주의 국가인 개도국 국민들의 인권 보호(human rights)에 활용됩니다. 한반도의 경우에는 북한의 정보공개 요구활동에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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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한 거슈먼 회장
 
민주주의기금은 정치 중립기관
 
-역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만약 정부와 의회의 정치적 영향을 반영한다면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가령 특정 의원간의 기부경쟁이나, 더 많은 지지자 유치 등 예산확보에 도움이 될 만한 요소가 더 있을 것 같은데요. 왜 비정부 기관인 것이지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민주주의기금은  완전히 정부와는 독립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런 독립적 비정치적 기관이라는 콘셉트 자체는 미국적인 방식이자 민주주의적 방식입니다. 정부가 관여하고 좌지우지한다면 이것은 민주적이지 못한 처사입니다. 우리는 특정 이념이나 단체의 의견을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알리는 것입니다. 이 민주주의 안에는 많은 것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정부조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정부가 관여한다면 여기에는 정책과 정권이 관여하게 됩니다. 정권이 바뀌면 지원도 달라질 것이고 정부정책이 바뀌면 역시나 지원금과 추진방향도 달라질 것입니다. 심지어 민주주의기금의 주요보직자들도 정권이 바뀌면 바뀔 것입니다. 가령 미국의 對중국 정책이나 對아시아 정책이 우리의 정책과는 무관한 것입니다.”
 
-그럼 거슈먼 회장님의 정치성향은 어떻습니까? 민주당 지지자이신가요?
 
“저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있습니다. 저는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 정당지지자가 아닙니다. 물론 특정 이슈에 대해서 제 개인적인 의견과 입장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부분일 뿐 제 업무와는 분명 분리시키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가진 4가지 딜레마
 
-민주주의(democracy)는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를 논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데요. 그는 대표적인 민주주의 옹호 철학가로서 “역사의 종말(end of history)”이라는 책을 통해 민주주의는 최고의 통치방법이라고 극찬했습니다. 그런 그도 2014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귄위주의는 더 이상 진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라며 민주주의도 위기에 봉착했음을 암시했습니다. 이에 동의하시나요?  
 
“사실 그 민주주의가 처한 위기를 논하고자 서울에 왔습니다. 후쿠야마가 민주주의에 대한 책을 적을 때만하더라도 당시 (1989년 무렵) 상황이 지금과는 달랐습니다. 그때는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민주주의의 라이벌이었던 공산주의의 참담한 모습을 본 것입니다. 당시로서는 민주주의가 유일한 대안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우리가 민주주의를 추진하면서 우리는 또다른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당시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중 공산주의가 무너져서 택할 수밖에 없었던 민주주의였는데, 시간이 지나자 막상 민주주의 그 이상의 대안이 나오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민주주의라는게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민주주의란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를 말합니다. 여기에는 인권이 있고,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있고, 법치(法治, rule of law)가 있습니다. 일련의 이런 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 사실 상당히 어려운 것입니다. 일례로 중동국가를 보십시오. 수많은 중동국가들이 민주주의를 세우는 데에 실패했습니다. 중동에서 과거 독재정권이 붕괴되었음에도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경우들입니다. 가령 이집트와 예멘(Yemen)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외에 민주주의가 가진 첫 번째 문제점으로는 ‘퇴보’(退步,backsliding)라고 부르는 게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태국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런 국가는 과거에는 민주국가였는데 도리어 다시 공산주의나 독재주의로 빠져들고 있는 것입니다. 태국 이외에도 헝가리와 터키, 그리고 베네수엘라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종의 민주주의의 역주행 혹은 퇴보입니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되도록 전개하는 과정(transition)에서 실패하여 역행하는 것입니다. 보통 이 민주주의의 전개되는 과정에서 많은 부패(corruption)가 발생하면서 역행하게 만들곤 합니다.
 
두 번째 민주주의의 딜레마로는 독재주의의 재유행(Resurgent Authoritarianism)라는 게 있습니다. 대표적인 국가로는 러시아와 중국이 있습니다. 이들은 시민사회를 억압하고 규제하는 것을 서슴지 않습니다. 인권을 위한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지원을 삭감한다던지, 정부를 균형 있게 감시하는 기관들을 없애버리는 식입니다. 비정부조직(NGO)을 억압하고 언론을 통제합니다. 이미 중국, 러시아, 에티오피아, 이집트 등에서 이런 행태가 만연해 있습니다. 선거의 자유도 통제합니다. 국민의 인권을 중시한다기보다는 정부의 행정력을 집중시키는 데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국민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 번째 문제점은 발전된 민주주의(advanced democracy)에서 겪고 있는 내부적 갈등(internal divide)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발전된 민주주의를 확립한 국가들이 점차 민주주의의 발전에 대한 노력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이 생기고 분파적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하나의 정책을 만드는데 동의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고, 국가의 발전에 필요한 정책들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보면 이것은 민주국가이기 때문에 이런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권위주의적 통치를 하는 러시아, 중국, 시리아, 등에서는 하나의 구심점으로 힘이 모여듭니다. 그것은 정권에 반대를 할 세력이 없기 때문에 마치 청소기에 빨려들 듯이 하나로 힘이 쏠리는 현상입니다.

마지막 딜레마는 최근 부각되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독립성 보장입니다. 이것은 민주국가와 독재국가 모두에서 해당되는 문제입니다. 물론 독재국가에서는 그 정도가 심해 사이버 공간과 비정부기관을 압박하고 통제하려고 합니다. 이들의 자유와 독립성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중동의 석유가 민주국가의 정착을 방해해
 
- 방금 회장님께서 언급하신 문제점 중에서 저는 중동에서의 민주주의 정착부분에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중동의 일부 전문가들은 이라크 등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더 나은 정권이 유지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도 합니다. 즉 중동에 갑작스런 민주주의의 정착시도가 도리어 문제를 만들었다는 주장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앞서 언급했듯이 민주주의란 어려운 시스템이고, 정착을 한다는 것도 매우 어렵습니다. 갑자기 법치국가를 만들고 언론에게 자유를 제공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중동에는 헤즈볼라와 IS와 같은 테러집단들이 이런 민주국가의 시작을 방해하고 공격합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경제적인 여건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비교적 빠른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치와 인프라가 민주주의의 확립을 위한 초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제적 바탕에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산층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서 반드시 경제적 성장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경제력 없이도 정착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례로는 인도를 들 수 있습니다. 인도는 1940년대부터 민주국가의 초석을 다져놓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실현하게 된 것입니다. 인도는 영국의 식민통치가 이런 민주국가의 기반을 다지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자체적으로 발현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어떤 물건처럼 수입을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외부의 영향으로 완성될 수 없습니다. 내부적인 동기가 부여되어야만 성공적으로 민주국가를 만들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의 내용을 보자면, 민주주의에 경제력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중동에는 오일머니(oil money)가 있습니다. 이 오일머니만 보자면 충분한 경제적 뒷받침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종교의 문제 때문일까요? 중동에서는 왜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는 것입니까?
 
“지금 오일과 종교 두가지를 언급하셨는데요. 먼저 오일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오일의 경우는 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에 해당합니다. 이 자원의 저주라는 것은 오일과 같이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한 막강한 경제력입니다. 이런 경우 막대한 자금으로 인해 내부적인 부패를 유도합니다. 정권 내부적으로 공무원들이 부패하게 되고 돈을 훔쳐갑니다. 그리고 자체적인 개발의지를 상실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열심히 민주국가를 만들지 않아도 당장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기에 노력하지 않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국민을 우대해야할 필요성을 간과하게됩니다. 왜냐하면 정부입장에서는 국민의 세금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부란 모름지기 국민을 섬기는 제도입니다. 국민의 투표로부터 모든 권력이 나오는 제도입니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국민을 두려워합니다. 그런데 막강한 오일머니가 유입된다면 정부는 국민의 투표와 세금 앞에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그러다보니 역으로 국민에게 독재력을 과시하며 국민들이 정부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겁니다. 이런 이유에서 중동의 석유는 자원의 저주입니다.
 
이와 반대로 한국은 오일은커녕 자원이 부족한 나라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정부는 국민을 섬겨야만 세금이 나오고 돈이 나옵니다. 국민의 높은 생산성을 발휘해야만 국가적으로 발전을 하고 경제가 살아납니다. 사실 이런 자원부족국가라는 점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성공적인 민주국가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중동의 이슬람교는 사실 여러 가지 사안이 걸려있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사실 많은 무슬림들이 다른 종교에 맞서 싸우고 억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받아드리지 않고 적대해야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기에 연관된 극단주의 무력집단들이 이런 문제를 더 크게 만들고 있을뿐,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폭력적이고 다른 이념을 배척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파키스탄을 예로 들 수 있는데 파키스탄 내 무슬림 정당은 국민으로부터 오직 4%만의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력들이 무력을 사용함으로써 공포심을 만들어 그보다 훨신 높은 지지를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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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주의기금의 칼 거슈먼 회장
 
“북한은 침식되는 중, 빈틈이 생기고 그 안으로 민주주의가 파고들 것”
 
-이번에는 주제를 한반도로 옮겨가겠습니다. 한반도에는 북한과 남한이 있고, 두 국가는 상반되는 통치이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공산주의고 남한은 민주주의입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공산주의를 가장 오랫동안 지속시켰다면서 제법 성공적인 독재국가로 평하기도 합니다. 북한의 공산주의를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전혀요. 북한의 공산주의는 완전한 실패작(complete failure)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국민들을 탄압하는 국가입니다. 북한에서는 유교적 공산주의다 뭐라고 부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것은 전체주의적 독재국가(Totalitarian dictatorship)입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자면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 같은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는 남한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남한은 성공적인 민주국가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선진국입니다. 이런 국가를 근거리에서 마주하고 있는 북한에게는 상당히 신경 쓰이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 자체만으로도 북한의 실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극명한 대립하고 있는 예시가 한반도에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보기에 북한은 서서히 붕괴되고 있습니다. 일종의 침식작용(erosion process)입니다. 이런 예는 과거 소련에서도 목격되었던 것들입니다. 견고했던 공산주의가 침식되면서 틈(space)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이런 틈새 안으로 일종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시장(market)이 파고들어갑니다. 북한에서는 ‘장마당’(그는 한국어로 장마당을 말했다)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 장마당이 생겼다는 것은 바로 공산주의 체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배급과 분배 체계가 붕괴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배급이 제대로 유지될 수 없다보니 이런 시장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런 시장에서는 사람간의 소통이 일어납니다. 구매자와 판매자 그리고 사람들 간의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 시장이라는 것 안에서 사람들이 남한의 이야기를 하고, 또 판매된 물건들, 가령 라디오나 텔레비전과 같은 장비를 통해서 남한의 소식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북한이 지상낙원(paradise)인줄 알고 살아왔는데, 남한이 더 잘 산다더라’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사람들이 북한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즉 북한이 붕괴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다만 얼마동안 이런 상황을 유지하고 붕괴를 막고 나가느냐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한반도에도 통일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언제일지 모르고, 또 통일 이후 한반도의 판도에는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지만 분명 통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낙후된 환경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을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도와줘야 할 것입니다.
 
최근 노벨문학상을 받은 벨라루스의 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벨라루스에서 살면서 나는 항상 풀리지 않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어떻게 하면 과거 공산주의 시절 세뇌되어 중독된 우리들
의 생각을 다시 치유할 수 있을까. 나는 과거 공산주의로부터 병든 우리의 생각을 나의 문학으로 치료하고 싶었다” 이렇듯이 한반도가 통일된 이후에도 오랜 공산주의에 멍든 북한 주민들의 마음과 정신을 치료해야만 합니다.”
 
북한의 공산주의가 붕괴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와 싱크탱크 스트렛포(Stratfor) 등은 한반도의 통일을 늦어도 2030년 내외로 예상했습니다. 빅터 차 교수의 경우는 저와의 인터뷰에서 10년 뒤 통일 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언제쯤 한반도가 통일할까요?
 
“저는 어떤 추측을 하거나 예상을 하는 주술사가 아니라서 모르겠습니다.”(웃음)
 
-그럼 정치 이념적으로 보셨을 때, 북한의 공산주의가 언제쯤 붕괴될까요? 
 
“언제라고 말하기 보다는 저희 민주주의기금이 정기적으로 출판하는 민주주의 논문(The Journal of Democracy)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우리는 이 논문을 1990년대부터 출판했습니다. 90년대 처음 이 논문을 낼 무렵에 화제가 된 사안은 단연 쿠바의 공산체제였습니다. 당시 여러 공산국가가 다 붕괴되고 쿠바만 남아있을 때였지요.

이 때문에 우리 논문의 제목이 “카스트로의 마지막 생존(Castro's last stand)”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이 어떤 무력적 공격을 통해 카스트로를 체포하거나 제거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아직까지도 살아있지 않습니까.(웃음) 그 뒤로 무언가를 예측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웃음)
 
그래서 저는 예측하거나 언제라고 말하기보다는 일단 붕괴될 것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북한의 공산주의가 금방 붕괴될 것이라고 얕잡아보아서도 안됩니다. 더군다나 북한의 정권을 유지시켜주는 중국이 있고, 중국이 그런 붕괴를 반기지 않기 때문에 언제라고 딱 집어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군사독재는 민주주의 발전에 필히 수반되는 과정이었다.
 
-회장님께서도 한국의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의 경우는 민주주의의 창시자(Founding father) 혹은 전직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서 여야가 논쟁을 벌이는 형국입니다. 미국의 경우도 쟁점에만 차이가 있을뿐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마틴루터킹 박사가 추진한 흑인 인권운동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 큰 논쟁이 있었습니다. 이 내용을 더 부각해야하는지 또 흑인의 인권운동을 정당한 것으로 봐야하는지 등 여러 의견이 있었습니다.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서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슈들은 상당히 민감한 문제들입니다. 또 이런 민감한 내용을 역사책에 담아 후대에까지 전해지는 내용으로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렇다보니 어느 쪽이던지 이 역사를 이용해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싶어 합니다. 따라서 정치적인 내용을 배제하고 양쪽 모두가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야 하고 공통분모를 찾아야 합니다.
 
한국의 과거 박정희 정부시절 군사통치는 이미 여러 국가에서 목격되었던 사례입니다. 스페인도 그랬고, 칠레도 그랬습니다. 이런 국가들이 민주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군사통치는 수반되었습니다. 이런 군사통치가 있었던 덕분에 튼튼한 경제적 기반을 다질 수 있었고, 그 경제적 인프라를 토대로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민주국가로 가기위한 일종의 과도기적 발전형태입니다.
 
또 한국의 경우에는 분명히 짚고넘어가야할 것이 있습니다. 박정희 정부는 당시 전체주의나 공산주의적 독재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점입니다. 만약 한국이 전체주의나 공산주의적 독재로 당시 정권을 통치했다면 지금과 같은 민주주의적 기반을 확립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체주의적 독재(totalitarian dictatorship)를 추진했다면 사회 내부적으로 국민들이 숨을 돌릴 틈이 하나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것은 열려있는 (not closed) 독재정권이었고, 그 덕분에 폭발적인 경제발전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군사통치 중에도 김대중과 같은 반대세력이 목소리를 내고 있었고, 정부에 저항했습니다.
 
이런 세력이 존재했다는 것 자체도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이것은 저 같은 외국인인 제3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도 한국의 독재정권은 북한 등이 시행하는 공산주의적 독재와는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오늘날 대한민국이 성공한 민주국가로 자립한 것은 군사독재체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재 대한민국 안에서도 여야가 팽팽히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미국에서도 보이는 현상입니다.
 
대립하고 있다는 것은 반대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반대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입니다. 반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증거이자 민주주의의 아름다움입니다. 한국이 이룬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한국 국민 모두가 기뻐할 일입니다. 종국에는 남한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북한도 이 남한의 민주주의를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거슈먼 회장은 젊은시절 미국의 사회민주주의자당(Social Democrats USA)의 핵심멤버로 일했던 전력이 있다. 그런 그가 과거 한국의 군사독재를 공산주의식 독재가 아니라고 분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회장님께서는 한국이 성공한 민주주의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민주국가로서 성공했음을 평가할만한 잣대가 있을까요?
 
“비정부기관,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이 기관에서는 국가의 자유(freedom)정도를 기준(freedom house index)으로 얼마나 민주국가인지를 평가합니다. 이 기준치로 보면, 한국은 성공한 민주국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동일한 자료에서 북한은 최저점을 받고 있어서 민주국가가 아님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이 기준은 매년 측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보면 앞서 말한대로 민주주의의 퇴보(backsliding)를 겪고 있는 국가들도 지수를 통해서 확연히 볼 수 있습니다. 태국과 같은 나라는 매년 민주주의 수치가 떨어지고 있어서 민주주의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자가 실제 2014년도 프리덤하우스기준(Freedom House Index)의 국가별 민주주의 정도를 확인해보았다. 여기서 북한은 최악 중에 최악(Worst of worst)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동일한 명단에 최근 분쟁지역인 시리아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경제적으로 성공한 국가들입니다. 두 국가모두 민주국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치적인 시스템에서는 차이를 보입니다. 전문가로서 한일의 민주주의를 보셨을 때 어느 시스템이 더 민주적이고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둘 다 성공한 민주국가입니다. 어느 쪽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두 국가는 각각의 문화가 잘 반영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그 질문에 한 가지 떠오르는 사실이 있네요.
 
과거 일본이 전쟁에서 패하고 나서 여러 전문가들은 일본에 대해 비관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냈습니다. 일본 전문가라는 학자들이 모두 입을 모아 일본에는 민주주의가 절대 뿌리내릴 수 없다고 하더군요. 1940년대 모든 학자들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마치 일본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성공할 수 없다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을 보세요. 일본은 민주주의입니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어느 문화라도 민주주의가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한국에도 해당했으며, 한국에도 민주주의가 뿌리내렸습니다. 이런 사례는 우리들에게 확신을 줍니다. 문화는 분명 중요한 것이지만, 그 어떤 문화라도 민주주의는 뿌리내릴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 생각에는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할 문화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심지어 중동에도 민주주의는 분명 뿌리내릴 수 있으며,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도 지금 예전과 비교하면 훨씬 더 민주주의에 가까워지지 않았습니까. 중산층이 늘어나는 추세이고 경제적으로도 민주주의의 형태를 따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문화적 차이는 민주주의의 정착에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제 신념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민주주의는 국가에 관계없이 인간 본연의 문화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민주주의는 보편적인 이념(universal idea)이라고 말합니다. 즉 이 말은 인간이 존재하는 어느 곳에서라도 민주주의는 뿌리내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몽고를 보세요. 몽고는 소련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공산국가들 사이에서 민주국가로 생존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특정 문화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정착할 수 없다는 말은 있을수가 없습니다.”
 
-민주주의를 한 단어로 정의하신다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민주주의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는 그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체계입니다. 자치 정부(self-government)입니다. 한국을 보세요. 한국은 민주주의의 기적을 이루지 않았나요? 인간의 자유가 없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인공위성에서 본 한반도를 보세요. 자유가 보장된 남한에는 수많은 불빛이 밤을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은 어둡습니다. 언젠가 북한도 자유로 빛이 물들기를 기원합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라운드 하우스(Round House)는 조선시대 '원실'(圓室)이라고하며, 일본에서는 '원형기관차고'(円形機車庫)라고 불렀던 곳입니다. 당시 열차와 같은 '운송수단'의 집합소이자, 수리실이었습니다.

라운드 하우스를 통해서 필자와 함께 둥근,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둥근바퀴로 풀어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라운드 하우스를 붙여서 한 단어로 말하면, 돌려차기 혹은 훅(hook) 펀치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독자분들의 응원을 바탕으로 필자와 함께 시원한 한방을 날려보시기 바랍니다.


등록일 : 2015-12-09 08:33   |  수정일 : 2016-02-2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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