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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송경태의 희망제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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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는 할아버지, 일 찾는 아주머니

매서운 추위 속에 더욱 어려워지는 노인들의 삶

글 | 송경태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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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지 가격 하락으로 어려운 처지의 노인들 살림살이는 더욱 어려워졌다.<조선일보 DB>
"날씨는 춥고 끼니가 걱정되어 오랜 만에 나왔는디, 요즘은 박스를 줍는 사람이 많아져서 얼마나 주울 수 있을지 모르겠당게.”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지가 시린 손을 호호 불며 말했다.
 
폐박스를 힘겹게 주워 생활을 근근이 이어나가는 할아버지가 참 애처로워 보였다.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들 중 누구 하나도 할아버지에겐 관심이 없었다. 할아버지 옆에는 오래된 자전거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자식들 없어요?”
“4남매가 있는디 모두 객지생활하는 갸들도 똥구녕이 빨개, 어려운 가정형편에 지들 먹고 살기도 곤란혀.”
 
박스를 줍는 것만이 80대 초반의 두 노인의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다.
“하루 5시간 정도 박스를 줍는디, 이렇게 3일 정도 모아 고물상에 가져다주면 1만 원 정도 손에 쥘 수가 있제.”
“....”
 
“이렇게 번 돈으로 겨울철 난방비 등을 내고 나면 입에 풀칠하기도 참 어렵당게.”
“....”
"막노동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디, 늙었다고 일도 안주니까 먹고 살려고 박스를 줍는디 이젠 이것도 못해먹겠당게.”
 
“왜요?”
“폐지가격이 많이 떨어져 부렸어. 지난해 1월까지는 kg당 120원 선이었는데 지금은 kg당 70원 밖에 안되제.”
“많이 떨어졌네요.”

"예전엔 텔레비전이라도 하나 주워 고물상에 갔다 주면 3000원 정도 벌 수 있었는디, 폐기물법인가 뭔가 해서 가전제품을 취급하지 않아 어렵당게.”
한숨을 쉬는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폐지를 쌓아놓은 것 같은 주름살만 가득했다.
 
전주시 고사동 우체국 앞에서 만난 아주머니는 새벽 6시에 집을 나섰다고 했다. 소일거리를 찾기 위해 나온 아주머니 10여명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주 전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나오고 있제라, 어제 하루만 일자리를 구했당게.”
“식구는 어떻게 되나요?”
“중풍 맞은 남편과 두 아들 있지라.”
 
“....”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으니께 매일 이곳에 나오제라.”
하지만 이들의 사정과는 반대로 이들을 구인하기 위한 '사장님(?)'들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승합차라도 한 대 멈춰서면 아주머니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겨울철 추위 때문에 일자리가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경제 사정마저 크게 위축되면서 그나마 있었던 식당 일도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이곳에서 추위를 견디며 일자리를 애타게 찾던 아주머니들 중 상당수는 그냥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한 아주머니가 말했다.
“요즘 같으면 서민들은 어떻게 먹고 살라는 건지 정말 앞이 깜깜혀.”
나는 위로할 말을 찾지 못했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다고는 하는디, 그 일자리는 다 어디 있는지 모르겠제요, 징글징글한 추위가 정말 밉당께, 빨리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제라잉.”
 
매서운 추위 때문에 서민들의 겨울나기가 그 어느 때보다 힘겹다. 가격 하락으로 하루 종일 폐지를 모아도 분식집에서 따뜻한 라면 한 그릇(2500원) 사먹기도 힘들고, 몇 시간씩 거리에서 추위에 떨며 기다려도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서민들의 주름살은 언제나 활짝 펴질련지....
등록일 : 2014-12-22 09:08   |  수정일 : 2014-12-2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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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태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

달리는 희망제조기, 사회복지학 박사 송경태
장애인 세계최초 세계 4대 극한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 달성
(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
국가유공자, 시인, 수필가, 대한민국 신지식인, 우석대 겸임교수

저서 : 신의 숨결 사하라 2011 문광부 우수교양도서
시집 삼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 2008 문광부 우수교양도서
수필집 나는 희망을 꿈꾸지 않는다 2009
희망은 빛보다 눈부시다 2009, 희망제작소

그랜드캐년 울트라 271Km, Kbs-1tv 인간극장 5 부작 ‘그랜드캐년의 두 남자’ 방영, (2012 년 10월 22일-26일)
남극마라톤, Mbc-tv 신년특집 다큐, ‘빛을 향해 달리다’ 방영 2009 년 1월 10일)
사하라사막, Kbs-1tv 토요스페셜 ‘암흑속의 레이스 250Km ’ 방영 2005년 11월 5일)
아타카마사막, Sbs-tv 휴먼다큐, ‘아들의 눈으로 사막을 달리다’ 방영 2008년 5월 10일)
송경태 원작, ‘오! 아타카마’연재만화 주소 : blog.naver.com/janghanbur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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