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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도 교수의 안전한 식품(食品)

유럽의 설탕 함유 음료 ‘비만세(Sugar tax)’ 부과 에 대한 생각

영국이 어린이 비만을 줄이기 위해 설탕 함유 청량음료에 “설탕세(sugar tax)”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인류의 비만을 줄이자는 좋은 취지이고 명분도 있다. 그러나 영양섭취 불균형은 개인이 식습관으로 조절하는 것이지 정부가 공급억제 정책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설탕은 과다 섭취하지 않는다면 꼭 해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설탕의 과도한 사용과 과잉 당분의 섭취로 인한 건강 문제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잘못된 논리로 설탕을 나쁜 독으로 치부하고 비판만 하는 것은 무의미한 논쟁일 뿐이다.

글 |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필자의 다른 기사 2016-04-17 22:08

영국이 어린이 비만을 줄이기 위해 설탕 함유 청량음료에 “설탕세(sugar tax)”를 부과하기로 했다. 영국 조지 오즈본 재무장관은 "다섯 살짜리 아이가 매년 자신의 몸무게만큼의 설탕을 먹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세금이 부과되면 음료회사는 설탕량을 줄이거나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의 설탕 섭취량이 줄어들 것이란 계산이다.
 
“설탕세” 부과는 콜라, 환타 등 아동·청소년이 좋아하는 탄산음료를 정조준했으며, 순수 과일음료나 우유 제품은 제외됐다. 음료회사들은 반발했지만 의료계와 건강 단체는 설탕세 도입이 영국 국민의 비만과 당뇨병 예방에 획기적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Fat tax로도 불리며 영국 외에도 프랑스, 핀란드, 덴마크 등 유럽 각국에서 비만을 유발하는 설탕 함유 식품에 세금 부과를 검토 또는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유럽 각국의 설탕세 부과는 인류의 비만을 줄이자는 좋은 취지이고 명분도 있다. 그러나 영양섭취 불균형은 개인이 식습관으로 조절하는 것이지 정부가 공급억제 정책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식품의 안전성을 판단해 허용한 식품에 대해 불평등한 세금 부과나 특정 유통채널에서의 판매금지는 소비자에게 주의를 촉구시킬 수는 있으나, 음식에 대한 괜한 걱정인 푸드패디즘을 유발할 뿐 인류 질병예방의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탄산음료 업계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면도 있다. 설탕을 약 10% 함유한 콜라, 사이다, 환타 등의 대안으로 제시한 소위 건강음료라 알려진 것들의 설탕 함유량 또한 탄산음료보다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과일주스는 9~13%, 비타민음료와 매실음료는 약 11%, 알로에음료는 약 10%, 식혜는 약 7%, 수정과는 약 11%의 설탕을 함유하기 때문이다. 당이 문제라면 다른 건강음료도 함께 규제해야 하며, 사실 당 함량이 높은 수박, 오렌지, 감 등의 과일에도 세금을 부과해야 옳다.
 
설탕세는 제품 가격 인상에 의한 소비 감소, 증세에 의한 국고 확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설탕 대체 인공감미료의 소비를 촉발시킬 수 있고, 세금 증가로 중소기업의 투자 의지를 약화시킬 우려 또한 있다. 게다가 멕시코와 프랑스에서는 설탕세 도입이 탄산음료 섭취를 줄이는 데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한다.
 
많은 음식전문가들은 설탕을 사용하는 이유가 단순히 단맛을 내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인류학자 시드니 민츠의 저서 <설탕과 권력>을 보면, 설탕은 단맛 이외에도 빵이 상하는 것을 방지해 주며, 소금의 화학적 내용물을 안정시켜 준다고 한다. 게다가 케첩의 신맛을 경감시켜 주며, 단백질 응고를 차단하고 가열음식의 색깔과 풍미를 낼 뿐 아니라 빵이나 술 발효 시 효모(이스트)의 먹이가 될 정도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당은 신체 에너지의 원천이다. 격렬한 육체 활동 시 당은 에너지로 쓰이며, 혈관을 통해 체세포로 이동한다. 세포에 도착한 당은 에너지를 제공하고, 단백질 형성을 돕는다. 쓰고 남은 당은 간에 글리코겐으로 저장돼 있다가 우리 몸이 한 동안 당분을 섭취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혈관에 당을 공급한다. 이런 과정에서도 남은 당은 지방으로 전환돼 몸에 축적된다. 많은 에너지 소비로 간의 글리코겐이 거의 바닥이 났을 때 혈액에 당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 상태를 “피로”라고 하는데, 정상인의 피로는 설탕과 같은 단순당을 섭취해 빠른 시간 내에 혈당을 정상으로 올려주면 해결된다.
 
소비자는 이처럼 다양한 설탕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안전성 측면에서는 매우 인색하다. 그러나 단순 당에 속하는 꿀과 다당류를 주성분으로 하는 쌀밥, 고구마, 감자 등에 대해서는 관대한 이중성을 보인다. 특히, 건강한 식생활을 논할 때, 설탕은 성인병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늘 공격당한다. 특히, 과다한 설탕 섭취는 비만, 당뇨, 충치, 과잉행동 등의 질병 발생률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탕은 과다 섭취하지 않는다면 꼭 해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설탕의 과도한 사용과 과잉 당분의 섭취로 인한 건강 문제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잘못된 논리로 설탕을 나쁜 독으로 치부하고 비판만 하는 것은 무의미한 논쟁일 뿐이다.
칼럼니스트 사진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소비자시민모임 이사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부회장

등록일 : 2016-04-17 22:08   |  수정일 : 2016-04-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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