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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검찰 수사 '전직 대통령 예우 매뉴얼'...전두환-노태우 수사 김기수 전 검찰총장 비화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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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검찰 조사를 마친 후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 photo by 뉴시스
3월 21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될 때 교통통제와 휴식용 침대 마련 등 검찰이 ’과잉 예우’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행 때문에 강남 일대 출근길 교통이 마비됐고, 서울중앙지검 도착 후 검찰 관계자의 마중을 받으며 미소짓는 표정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는 과정은 일반인 수사와는 다소 다를 수밖에 없다. 불시에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철저하게 방지해야 하고, 피의자의 자백을 받아낼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 어느 정도 예우를 하지 않으면 지지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을 수 있고,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최초로 전직 대통령 수사(전두환, 노태우)를 지휘했던 김기수 당시 검찰총장을 박 전 대통령 소환 전날인 20일 서울 서초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전 총장은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을 소환,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을 검찰로 불러낸 검찰총장이다.
 
그는 같은해 12월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가자 최환 서울지검장에게 “도주한 전씨를 체포하라”고 지시하고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해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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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전 검찰총장  / 사진출처=조선DB

 한치의 틈도 없는 소환계획 필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한 검찰총장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아직 구속가능성을 높게 보는 건 아닙니다. 제가 분석하기에 법적으로는 구속을 확신할 수가 없어요. 물론 검찰이 여론을 의식해 구속하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대선을 앞두고 있어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 보수세력이 결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됩니다.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구속과 불구속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보입니다.”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노태우)을 검찰에 소환 조사한 검찰총장입니다. 박 전 대통령을 어떻게 조사할 것인지 검찰도 고민이 클 텐데요. 당시엔 어떻게 조사를 지시했습니까.
 
“조사는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춰서 하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문제는 소환과정에서의 예우입니다. ”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의전 말인가요.
 
“파면된 대통령이니 의전이라고 하기엔 좀 부적절하고… 예우 정도로 말합시다. 예우의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전직대통령인데 어느 정도 예우를 받지 못하면 입을 열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첫번째입니다. 두 번째는 사고가능성입니다. 혹시라도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면 검찰수사는 완전히 망가지는 겁니다. 또 식사와 생리현상 등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검찰이 공격당할 가능성도 많아요. 그래서 한치의 틈도 없도록 완벽한 소환계획을 짜야 했습니다.”
 
 
전두환 체포당시 차에 실린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체포해 데려올 때는 어땠습니까.
 
“합천에서 오니까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요. 중간에 식사나 생리현상을 거를 수 없는 시간인데 휴게소에 갈 순 없잖습니까. 휴게소에 가면 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어떤 위해를 가할지도 모르고 그분이 어떤 일을 저지를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요. 준비를 다 하고 갔어요. 차에 소변통도 실어놓았고 간단한 식사도 준비해서 가져갔습니다. 차를 떠날 수 없도록 한 거죠.”
 
-전 전 대통령은 안양교도소로 바로 갔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은 검찰로 출두했죠.
 
“그때 사실상 ‘전직 대통령 검찰 소환 예우 매뉴얼’ 이 만들어졌다고 봐야죠. 그 이후 전직 대통령 소환때는 모두 노태우 전 대통령 소환당시를 참고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소환 관련 계획은 누가 결정합니까.
 
“지금 박 전 대통령은 서울지검에서 조사받으니까 서울지검장이 할 겁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때는 중수부에서 수사를 했고 전직 대통령 조사가 처음이라 검찰총장인 내가 다 진두지휘했지요.”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전직 대통령이 검찰청사 내부를 잘 모르니 안내할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거물급 피의자가 오면 보통 담당 수사관이 데리러 나가서 안내를 하는데 전직 대통령은 검찰 일반직공무원 중 가장 높은 검찰 사무국장이 나가도록 했습니다. 조사 전 수사책임자와 티타임을 갖도록 했고요. 화장실 사용도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철저하게 계획합니다. 모든 상황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다 합니다. 식사도 미리 변호인측과 상의를 하는데, 도시락을 싸오겠다면 괜찮은데 검찰에서 제공하는 걸로 먹겠다고 하면 검찰은 부담이 많아집니다. “
 
-부담이 많아지다뇨.
 
“주변 식당에서 배달이나 포장을 해야 하는데, 맛은 둘째치고 조리과정은 물론 배달이나 포장, 운반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거든요.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일행이 직접 일식집에 가서 포장해온 도시락을 먹었기 때문에 검찰측의 부담은 덜했습니다. 제가 있던 시절은 아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때는 곰탕을 시켰는데, 수사관들이 검찰청 주변 식당 여러 곳을 돌며 맛을 점검했고, 당일에는 수사관이 가서 주방에서 끓인 곰탕을 먼저 맛본 후 대통령 식사용 곰탕을 같은 솥에서 퍼낸 걸 확인 후 가져왔다고 합니다.” 
 
-식사 외에 음식물 반입도 괜찮습니까.
 
“식사를 의논할 때 간식도 이야기를 합니다. 전직 대통령들은 대부분 고령이기 때문에 중간 휴식도 필요하고 오랜 조사에 피곤해 간식이 필요한 경우도 많거든요. 또 밤늦게까지 조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간식이 꼭 필요합니다.”
 
 
첫 여성 전직대통령이라 부담 컸을 것
 
-이번에도 전직 대통령 소환조사 당시를 참고해 예우하면 되겠습니다.
 
“근데 여성은 처음이잖아요. 지금 검찰은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여성의 몸 상태나 생리현상도 고려해야 하고 여성수사관이 옆에서 밀착보조를 해야 할텐데 여성수사관이 많지도 않아요. 또 깔끔한 성격이라고 알고 있는데 낯선 환경에 적응이 안된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요. “
 
-박 전 대통령이 식사는 직접 가져올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점심 저녁 두 끼는 싸 올 수 있을텐데 조사시간이 길어질 것 같으니 간식도 준비할 겁니다. 혹시 직접 준비를 못 할 경우에 검찰측이 언제라도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
 
-박 전 대통령은 남이 썼던 변기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보도도 있었죠.
 
“이번 조사를 위해 새로운 변기를 설치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그 얘기가 언론에서 그정도로 떠들썩했는데 모른척 할 순 없지요.”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습니까. 
 
“검찰에게 전직 대통령 수사가 얼마나 까다롭고 부담이 큰 일인지 내가 알기 때문에 하는 얘깁니다. 지나친 예우다 의전이다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검찰의 최대 목표는 제대로 된 진술을 끌어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걸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지요. 물론 과잉의전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동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교통통제 후 빨리 도착하게 한다거나, 식사제공에 만전을 기한다거나 하는 일은 수사상 필요한 일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1일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은 후 22일 아침에 귀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진술을 거부하거나 언성을 높이지 않았고 조사에 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우에 만전을 기한 검찰의 수사계획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등록일 : 2017-03-22 09:19   |  수정일 : 2017-03-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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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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