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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조화유의 영어 그리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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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추모사에서 웬 농담? 매케인 전 미국 대통령후보 추모식을 보고

글 | 조화유 재미 작가, 영어교재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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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케인 장례식에서 조사를 하다 눈물을 닦는 바이든 전 부통령. 그는 곧 농담을 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출신 상원의원 John McCain(잔 매케인)이 향년 81세로 엊그제 별세했다. 매케인은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다 해군 장성들인 집안에서 태어나(파나마운하 주둔 해군기지에서 출생)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항공모함 함재기 조종사가 되어 월남전에 파견되었고 적의 대공포를 맞고 추락해 포로가 된다. 그는 월맹정권이 장군의 아들이라 먼저 석방해주려고 했으나 자기보다 앞서 포로가 된 전우들보다 먼저 나갈수 없다고 버텼고 결국 5년 동안 포로생활을 하고 풀려나 귀국했다.
 
그리고 연방하원의원 4년, 연방상원으로 31년이나 지냈다. 그는 2000년과 2004년 공화당 대통령후보가 되려고 했지만 조오지 붓쉬(George W. Bush)에게 패하고 2008년에야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긴 했으나 40대 젊은 흑백혼혈 민주당후보 버랙 오바마(Barack Obama)에게 지고 현직 상원의원으로 있다가 지난 8월25일 병사했다.
 
장례식은 고향 애리조나주에서 먼저 거행되었고 이틀 후인 9월1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추모식이 또 거행되었다. 이 추모식에는 붓쉬 대통령부부, 오바마 대통령부부, 클린턴 대통령 부부 등이 참석했다. 이 추모식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What better way to get a last laugh than make George and I say nice things about him to a national audience?라고 조오크를 해서 매케인 미망인을 비롯한 모든 조객들의 잔잔한 웃음을 자아냈다. 정치적 경쟁에서는 자기를 패배시켰던 붓쉬와 오바마를 자기 장례식에 불러내 자기를 칭송하게 만든 매케인이야말로 최후의 승자라는 뜻의 농담이었다.
 
애리조나 주에서 이틀 먼저 거행된 장례식에 참석한 조오 바이든(Joe Biden) 전 부통령은 비록 자기와 매케인은 정치적으로는 적이었지만 아주 친한 친구였다며 눈물로 조사를 하다가 이런 농담도 했다. 한번은 매케인이 자기한테 전화를 걸어와 "당신 오늘 무슨 뜻으로 그 런 말을 한 거야? 아주 죽을 썼더군!"이라고 하더라고 말해서 조문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국은 물론 세계 어디에서도 장례식에서 고인에 대한 농담을 해서 조문객들을 웃기는 건 아마도 미국 뿐일 것이다.
 
미국인 3명에게 “당신의 장례식에 참석한 조객들이 당신의 열린 관을 지나가면서 무슨 말 하기를 바라느냐?”고 물었다. 2명은 “물론 나를 칭찬하는 말 한마디 해주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나머지 한 명은 “ ‘이 친구 지금 움직였어!’라고 말해주는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조오크가 있다.
 
미국에서 45년째 살고 있는 필자는 그 동안 여러가지 느낀 게 많다. 그 중의 하나는 미국인들이 joke를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정치인이든, 기업가든, 종교인이든, 교육자든, 여러 사람들 앞에서 연설이나 강연이나 설교를 할 때 미국인들은 반드시 조오크를 곁들인다. 미국인들에게 조오크 없는 연설은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얼마나 조오크를 좋아하는지 장례식에서조차 조오크를 한다. 조객 대표가 조사(弔辭)를 할 때도 조오크를 하지만, 상을 당한 유가족들도 조오크를 한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집뜰에다 빈소를 지어놓고 3년 동안 삼베옷을 입고 “아이고 아이고”하던 사람들의 후예가 사는 대한민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1999년 John F. Kennedy(쟌 엡흐 케네디) 대통령의 외아들 John F. Kennedy Jr.(쟌 엡흐 케네디 주니어)가 소형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했을 때, 그의 삼촌 Edward Kennedy 상원의원은 조카의 장례식에서 “조카가 살아있을 때 사람들이 그에게 정계에 들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맨 먼저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물으면 ‘제일 먼저 Ted(Edward의 애칭) 삼촌한테 전화를 걸어 배 아프게 할거에요’라고 말했다고 해서 조문객들을 웃겼다. 에드워드 자신도 대통령이 되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미모의 여비서 익사 방치사건이 항상 발목을 잡아 끝내 백악관행은 좌절되고 만다. 그는 2009년 작고했다.
 
2004년 Ronald Reagan(로날드 레이건) 대통령 장례식 때도 당시 대통령 George W. Bush(조오지 다블유 붓쉬)와 그의 아버지 George H. W. Bush 전 대통령이 레이건 대통령과 관련된 조오크를 해서 세계 각국에서 온 조문객들의 폭소를 자아낸 것은 유명하다. 아버지 붓쉬가 먼저 이런 조오크를 했다. 남아프리카 민권운동가 Desmond Tutu(데스먼드 투투) 주교가 백악관을 예방하고 떠난 후 자기(당시 부통령)가 레이건 대통령에게 “투투 주교와의 면담은 어떠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레이건 대통령은 So-so! (그저 그래!)라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Tutu와 So-so의 발음 때문에 조문객들의 폭소가 터진 것이다.
 
이어서 등단한 아들 붓쉬 대통령은 레이건 대통령의 B급(2류) 배우 시절 일화를 소개해서 또 웃겼다. 레이건이 옛날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고 있을 때 동료 배우가 "자네, 대통령 같은 것 한번 해 볼 생각 없나?"라고 물었는데 레이건은 "왜 또 그래? 자네도 내 연기(演技)가 시원찮다고 생각하는 거야?"라고 대꾸했다는 것이다.
 
인기 가수 출신 하원의원 싸니 보노(Sonny Bono)의 장례식에 참석한 Newt Gingrich(뉴우트 깅그리취) 당시 하원의장은 조사(弔辭)를 하는 도중 "보노의원이 처음 국회의사당에 나타나던 날 그는 ‘때묻은 기성 정치인들은 물러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 사무실에 들어올 때마다 나는 그가 내 자리를 노리는 것 같아 위협을 느꼈습니다"라고 말해 엄숙한 장례식장에 웃음을 선사했다.
 
뒤이어 등단한 보노의원의 전처(가수) Cher(쉐어)는 한참 울먹이며 조사를 하다가 "내가 싸니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씨이저와 나폴레옹의 머리를 반반씩 흉내낸 괴상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는 자기가 나폴레옹의 후손이며 자기 성(姓) Bono도 나폴레옹의 성 Bonaparte(보나파르트)를 줄여 만든 것이라고 허풍을 떨더라고요"라고 말해 조문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장례식에서 고인의 처가 조오크를 하다니, 우리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영어에 ‘Laughter is the best medicine(웃음이 최고의 약이다)’이라는 말이 있지만 웃음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우리가 미국인들같이 장례식장에서 웃는 것은 아직은 좀 이를지 모르지만, 그 밖의 모든 사회생활에서 우리 한국인들은 좀 더 웃어야겠다. 그래야 정치도, 경제도, 사회생활도 좀 더 잘 풀릴 것 같다.
 
2018년 9월2일
워싱턴에서 조화유
등록일 : 2018-09-03 09:11   |  수정일 : 2018-09-0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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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조화유 재미 작가, 영어교재 저술가

조화유 (曺和裕 / W.Y. JOH)

경남 거창 출생. 부산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조선일보 기자로 일하다가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가 Western Michigan University 대학원에서 韓美관계사를 연구한 뒤 미국에 정착했다.

도미 전 응시한 TOEFL에서 어휘 및 작문 부문 세계 최고점수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1970년엔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흉일”이 당선, 문단에 데뷔했다. 1998년 문학작품집 “이것이 정말 내가 쓰고 싶었던 글들이다”를 냈고, 2010년엔 두 번째 작품집 “전쟁과 사랑”을 출간했다. 이 작품집에 실린 단편 “다대포에서 생긴 일”은 한국비평문학회가 “2003년의 문제소설”로 선정하였고, 이 소설을 직접 영어로 다시 쓴 Heaven Knows What Happened at Dadaepo는 amazon.com에서 eBook으로도 나왔다.

미주동포들을 위해 쓴 “미국생활영어” 전10권은 1990년대 조선일보사가 “이것이 미국영어다” 전10권으로 재출간, 국내에서만 100만부 이상 보급되었고, 중국, 대만, 일본에서도 각각 그 나라 글로 번역 출판되었다. 1996~7년에는 “레미제라블” “파리의 노틀담” “로미오와 줄리엣” “줄리어스 씨이저” “왕자와 거지” 등 세계명작을 한영대역 만화로 재구성하여 조선일보에 연재하기도 했다.
현재 워싱턴 교외에 거주하며 창작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메일 johbook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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