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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카탈락시 Catallaxy

주인이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내는 세상

득보다 실이 많은 정부의 권리금 보호 대책

글 |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프리덤팩토리 대표
필자의 다른 기사 2014-10-0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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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신천역 부근의 상가 밀집 지역. /조선DB

정부가 새로 법을 만들어서 세입자의 권리금을 보호해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찬성하는 분들이 많군요. 세 들어 사는 사람이 약자로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강자인 가게 주인이 횡포를 부려서 권리금을 가로채 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 권리금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정부의 많은 정책들이 그래왔듯이 이 정책도 득보다는 실이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도 세입자 자신들에게 안 좋은 결과가 올 겁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구체적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먼저 권리금이 누구와 누구 사이에서 오가는 돈 인지부터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세입자가 새로운 세입자로부터 받아 나가는 돈이 권리금입니다. 주인이 챙기는 돈이 아니라는 말이죠. 가게 주인이 받는 돈은 권리금이 아니라 보증금과 월세입니다.
 
권리금은 주인이 자신의 권리를 상당 부분 포기하기 때문에 생겨날 수 있습니다. 권리금을 받기 위해 기존 세입자는 새로 들어올 세입자를 고릅니다. 그래야 가장 높은 권리금을 내는 세입자를 고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것은 매우 이상한 관행입니다. 새로운 세입자를 가게 주인이 아니라 기존의 세입자가 고른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세입자가 마치 가게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게 된 것이죠. 이것이 가능한 것은 주인이 권리금 수수 관행을 눈감아주기 때문입니다. 만약 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자기가 직접 고를 테니 임대 기간이 끝나면 가게를 비워달라고 요구한다면 세입자는 그 요구에 따라야 합니다. 가게 주인들이 그 권리를 포기하고 세입자의 ‘주인 행세’를 허락해왔던 거죠.
 
주인은 왜 자신의 권한인 새로운 세입자 선택권을 세입자에게 양보해왔을까요? 그것이 자신에게도 이익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세입자로부터 권리금을 받을 수 있어야 기존 세입자들이 열심히 장사를 할 것이고 그것을 통해서 가게의 가치가 높아지길 기대한 것이죠.
 
대부분의 경우 권리금 제도는 잘 작동해왔습니다만 가끔씩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제일 문제가 된 것은 주인이 일종의 속임수를 쓸 때죠. 계약 기간 종료와 함께 세입자에게 가게를 비워달라고 해 놓고는 세입자가 해 놓은 인테리어 등을 그대로 쓰거나 또는 세입자가 만들어 놓은 고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계속하는 것이죠. 그야말로 무임승차를 하는 겁니다.
이번에 만들어지는 법이 이런 파렴치한 주인만을 혼내 준다면 좋은 일입니다. 투자의 가치가 더 잘 보호 될 테니 세입자들은 더욱 가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투자하고 장사를 하겠죠.
 
하지만 말입니다. 부작용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세입자가 만들어 놓은 가치를 가로채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주인이 장사를 하려는 것이면 어쩌죠? 새로운 법 하에서는 그럴 경우에도 주인은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내야 할지 모릅니다. 자기 가게에서 자기가 장사를 하는데도 말입니다. 이거야 말로 난센스죠.
 
가게를 리모델링하거나 재건축하는 경우는 더욱 문제가 될 것입니다. 기존 가게를 헐고 다른 가게를 만들려고 하는데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내줘야 할지 모릅니다. 권리금은 주인이 아니라 그 전의 세입자가 받아서 나갔는데 말입니다. 이것 역시 난센스입니다.
 
이런 법이 통과된다면 우리나라의 상가 시장에는 차츰 권리금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로운 세입자를 기존 세입자가 아니라 주인이 직접 고르면 권리금은 사라지게 되죠. 그리고 그것을 막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만약 새 법이 주인의 그런 권리마저 제한한다면 상가 주인이 되려는 사람은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권리도 행사 못하고 의무만 있는 상가주인을 왜 하려고 하겠습니까. 안 그래도 매기가 없는 상가 시장은 더욱 얼어붙겠죠. 상가 분양을 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권리금 제도는 한국만의 독특하고 매우 생산적인 제도입니다. 어느 나라에서도 기존 세입자가 새로 들어올 세입자를 골라서 권리금을 받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가끔 안좋은 일이 일어납니다. 새 법을 만든다면 그런 부도덕한 행위만 솎아내는 법이어야 합니다. 그것을 넘어서 가게 주인이 자기가 받지 않은 권리금에 대해서 책임져야 한다면 권리금을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주인의 권리를 행사하기 시작할 겁니다. 권리금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권리금 관행이 없어지면 세입자들도 어려워집니다. 세든 가게에 투자를 하기가 매우 불안할테니 말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불완전합니다. 그것을 완전하게 만들겠다고 개입하다 보면 더 큰 불완전이 올 때가 많습니다. 권리금을 보호하겠다는 정책이 그렇지 않길 바랍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프리덤팩토리 대표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거쳐 1988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2003년에는 숭실대학교에서 법학박사를 받았다. 2012년 3월 9년간 해오던 자유기업원장직을 떠나서 지금은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로 있다.

2013년 8월에는 시민 731명으로부터 1억 8478만원의 출자를 받아 새로운 싱크탱크인 프리덤팩토리를 경영하고 있다. 그 밖에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이념분과의 민간위원으로도 활동 중이고,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김정호 교수는 대한민국 최고령 래퍼이기도 하다. 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해 김박사와 시인들이라는 그룹을 결성해서 2011년 1월에는 <개미보다 베짱이가 많아>라는 음반을 냈다. 또 같은 해 6월에는 김문겸 중소기업호민관과 같이 동반성장을 주제로 하는 랩배틀 뮤직비디오를 제작해서 유튜브에 공개했다. 제목은 We Can Do It! 2012년 10월과 11월에는 대학로 갈갈이홀에서 <기호 0번 박후보>라는 시사 코미디에 래퍼이자 강연자로 출연했다.

「다시 경제를 생각한다 」「k-pop 세계를 춤추게하다 」비즈니스 마인드 셋」, 「블라디보스토크의 해운대행 버스」, 「누가소비자를 가두는가」, 「땅은 사유재산이다」, 「왜 우리는 비싼 땅에서 비좁게 살까」 등 여러 권의 저서와 논문도 펴냈다.

등록일 : 2014-10-08 09:48   |  수정일 : 2014-10-0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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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욱상  ( 2014-10-08 )  답글보이기 찬성 : 6 반대 : 11
외국에 권리금이 없다구요? 외국도 상가 임대해서 자영업하는 사람들 비지니스 사고 팝니다. 한국하고 똑같아요. 오히려 한국의 일부 상가주인처럼 전매를 금지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자기 비지니스 자기가 사고 판다는데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단지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건물주가 렌트 계약을 리뉴해주지 않는 경우 임차인이 손해를 볼 수는 있습니다. 물론 이 기사에 언급된 그런 법은 당연히 없죠.
이달호  ( 2014-10-08 )  답글보이기 찬성 : 6 반대 : 12
권리금 않주고 상가를 비운후에 건물주가 새로운 세입자를 받으면서 보증금이외에 권리금과 비슷한 바닥세를 받아챙기죠.이런 바닥세는 보증금에 포함하던지 전세입자에게 주어야 되겠죠.결국 권리금은 사라지고 보증금에 포함해야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입니다.
김길동  ( 2014-10-09 )  답글보이기 찬성 : 7 반대 : 11
외국은 건물주와 임차인이 장기 리스계약을 맺고 있죠. 5년 내지 7년 정도가 일반적이고 더 길수도 있구요. 리스 계약중인 임차인이 비즈니스를 팔때는 남은 리스기간이 프리미엄(권리금으로 볼수 있죠) 형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새로운 임차인이 안정적으로 가게를 운영할수 있는기간이 중요하니... 그리고 외국은 대체로 업종에 따른 허가가 건물을 대상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그 업종에서 벗어난 새로운 업으로 변경하려고 하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심지어 몇년이 걸리는 수도 있어요. 해서 대부분 같은 업종으로 이어지는거죠. 리스 재계약(연장)시, 기존 임차인과 건물주가 새로운 임대료에 합의를 못보면, 대부분 법원에서 조정하는 절차를 밟더라구요.
오석태  ( 2014-10-09 )  답글보이기 찬성 : 20 반대 : 20
장사는 해봤는지? 탁상공론, 말빨로 먹고사는 자의 한계...랩으로 소통하지말고 작은규모라도 자기자금 투자해서 해보고 현실과 소통하시오
김대현  ( 2014-10-09 )  답글보이기 찬성 : 11 반대 : 15
이 분은 뭘 좀 알고 글을 쓰시던가 하시지 저도 외국에 살지만 당연히 권리금 있습니다. 어느 장사하는 사람이 짧은 임차 기간에 본인 돈 내서 인테리어하고 권리금도 못 받고 손 털고 나갈수 있을까요 짧은 계약 기간에 인테리어 비용 뽑고 자기 가족 생활비하고 돈 벌어 나갈수 있는 자영업자가 몇 퍼센트나 될것 같습니까 장사하는 분들 이글보면 바로 욕 나올겁니다. 이 분 말대로하면 자영업 할 사람 아무도 없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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