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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장윤희의 캠퍼스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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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소재 TV 프로그램의 씁쓸함

직장인 공감과 위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글 | 장윤희 서울대 일반대학원 문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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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들의 직장 체험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 '오늘부터 출근' / photo by /tvN
 
중장년 가장들의 재취업 과정을 담은 , 출근합니다’, 비정규직의 애환을 그린 인기 웹툰 원작 드라마 미생’, 연예인 8명의 좌충우돌 직장생활 체험기 오늘부터 출근.
 
올 가을들어 취업과 직장 생활을 소재로 한 방송물이 잇따라 전파를 타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심각한 취업난과 직장생활 부조리를 드러내는 이들 프로그램은 시사교양, 예능, 드라마 장르를 망라한다노동과 불평등의 문제가 실제 사회에서 해소되지 못하고 문화적 영역에서 소비되는 셈이다. 방송 트렌드를 보면 대중이 무엇을 바라고 고민하는지가 보인다.
 
콘텐츠는 당대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취업과 직장 생활로 힘들어하는 현대인이 많다는 신호다. 취업 경쟁과 직장인 비애를 그린 프로그램이 꾸준히 제작되고 높은 시청률을 얻는 것은 한국 사회가 그만큼 어렵고 힘들다는 방증이다. 수많은 취업 준비생과 직장인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보며 사회 생활의 고단함을 위로받는다.
 
KBS는 중장년층 재취업 프로그램 ', 출근합니다'를 지난 12일부터 방영하고 있다. 재취업에 도전하는 40~50대 가장들은 일주일동안 희망 캠프라는 합숙소에서 최신 채용 방식과 면접 요령을 배운다. 자신감을 상실한 이들은 심리 치료도 받는다. 이들은 합숙 마지막 날 참가 기업의 채용 결정 여부를 기다린다. 이 방송은 중장년층의 재취업 열기를 반영해 재취업 준비법을 알리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왜 언제나 구직자들은 기업의 선택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이어야 하는지, 청춘을 바친 중장년층이 은퇴 후 쉬지도 못하고 재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은 드러내지 못한다.
 
케이블 방송 tvN은 직장 생활 관찰 프로그램 '오늘부터 출근'과 인기 웹툰 원작의 드라마 '미생'을 직장인 시청률이 몰리는 금토일 저녁 시간에 집중적으로 편성하고 있다. ‘오늘부터 출근은 연예인 8명이 실제 직장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일주일간 겪는 일들을 관찰 예능 방식으로 다룬다. 직장 생활 경험이 없는 출연진들은 출근 첫날 지각을 하거나 청바지를 입고 오는 등 갖은 실수를 벌인다.
미생은 바둑 기사 출신 인턴 주인공을 통해 비정규직 차별, 부조리한 조직 문화를 비꼰다. 두 방송 모두 직장인 시청자의 큰 공감을 얻으며 꾸준한 시청률 상승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방송도 어디까지나 편집된 현실을 보여줄 뿐이다. 방송 분량을 위해 꾸며진 등장인물 캐릭터 설정, 시청자 호기심을 자극하는 황당한 에피소드가 단적인 예다.
 
이들 프로그램은 취업 준비생과 직장인에 대한 공감위로차원에 머물 뿐, 사회구조적 문제 비판이나 해결책 제시까지 이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자칫 방송을 통해 '이렇게 하면 취업을 할 수 있다' '저 사람처럼 처세해야 된다'란 경직된 관념을 심을 수도 있다.
 
 시청자는 방송을 보며 나도 신입사원 때 저런 실수를 했는데’ ‘꼴불견 상사에게 한마디하는 주인공이 멋지군이라며 감정 해소를 할 수는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리모컨을 끄면 곧바로 정글같은 현실이 펼쳐진다. 내일 아침이면 취업 준비생은 영혼 없는 자기소개서를 쓰고, 직장인은 당장의 밥벌이와 미래의 이직을 위해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방송이 일자리 문제와 직장 생활 비애를 다루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프로그램이 한단계 확장해야 한다. 방송의 극적 효과와 시청률을 위해 사회 문제를 유희적으로 다루거나 등장인물에 집중하느라 세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도 방송에 표현된 대중 심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직자의 패배의식, 사회 생활의 소통 부재가 취업과 직장생활을 다룬 방송 인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TV 브라운관이 아닌 실제 사회 공간에서 노동의 문제를 다룰 때다. 
등록일 : 2014-10-24 오전 11:28:00   |  수정일 : 2014-10-2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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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장윤희 서울대 일반대학원 문학교육

unique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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