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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장윤희의 캠퍼스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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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에 빠진 TV, 연애를 TV로 하는 청춘

실제 연애를 대신하려는 연애 프로그램 단상

글 | 장윤희 서울대 일반대학원 문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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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자기계발서보다 연애 에세이를 먼저 써보는 것은 어떠세요?"

'올해의 출판 트렌드'란 기획 기사를 위해 취재를 다닌 적 있었다. 취재차 만난 모 대형출판사 자기 계발서 분야 C팀장은 출판에 관심있는 내게 연애 계발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나는 평소 '대학생활 잘 하는 법'에 대한 원고를 써왔다고 말했지만 C팀장은 누차 '연애'를 강조했다. 

"연애는 인류의 화두죠. 하지만 막상 남에게 상담 받기는 쑥스러운 분야라 책이나 인터넷에서 조언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독자층이 일정하고 화제성도 커요."

C팀장의 조언은 솔깃했다. '내 연애는 못 챙기면서 남의 연애를 논할 자격이 있나'란 생각도 들었지만 동시대 젊은이로서 핑크빛 고민을 논하는 것도 의의가 있다고 느꼈다. 의욕이 솟았다. 연애 서적의 성공 조건은 풍부한 사례와 가시 돋힌 조언이다. 야심차게 집필에 착수했지만 신통방통하지 않은 연애 내공과 그 역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지인들 덕분에 원고 진전은 거북이 걸음이었다. 

'연애 베스트셀러 작가'의 꿈 달성 시기는 잘 모르겠지만 연애 고민자들을 만나면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솔로는 연애가 하고 싶고, 커플은 이상적인 연애를 원한다. 기혼자들은 연애 시절의 풋풋함을 그리워한다. 함께 있어도 외로운 인간의 고독 본성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남은 반쪽을 추구한다. 운명적 느낌, '필(feel) 꽂히는' 순간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취재원 가운데 일부 '연포자'(연애를 포기한 사람)도 존재했지만 이들은 야근을 많이 시키는 직장 상사만 바뀌면 언제든지 연애가 가능하다고 종교처럼 믿고 있었다.

요즘 제목에 '연애'가 들어간 TV프로그램들이 넘친다. 연애를 전면으로 내세운 드라마만 해도 '연애 말고 결혼' '연애의 발견' '로맨스가 필요해' 등 너댓개가 넘는다. 주로 케이블에서 다루던 연애 소재는 이제 공중파에서도 거리낌 없이 등장한다. 연애 상담 프로그램 '마녀사냥'에 나오는 용어 '그린라이트'는 상대방이 내게 호감있는 지를 판단하는 대세 유행어로 떠오를 정도다.

당대의 작품은 대중들의 욕망을 반영하게 마련이다. 연애 프로그램 범람은 답답한 연애 고민을 TV가 '보여주는' 현상이다. TV는 영화보다 더 대중적으로 연애를 다룬다. 인터넷 게시판, 라디오 사연과 대중 노래 가사도 연애를 이야기하지만 드라마 서사를 따라잡기 힘들다. 또한 TV만큼 화려하고 길게 연애를 드러내지 못한다. 

시청자는 영상 속 남녀 주인공을 자신과 일치시키거나 비교해본다. TV 브라운관 속 연애는 늘 예쁘고 환상적이다. 전날 과음을 해도 다음날 얼굴은 늘 보송보송하며 가만히 있어도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옛 애인까지 돌아와 애정공세를 펼친다. 주인공 곁에는 멋진 동성 친구가 있어 연애 고민을 시원히 해결해준다. 남녀 주인공은 악연으로 시작하더라도 극진한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현실? 한번 악연은 계속 악연이 될 확률이 높고, 친구는 고민 해결보다 독설이나 안 해주면 다행이다. 쳇바퀴 같은 일상 속에서 새로운 설렘은 느끼기 힘들며 드라마 주인공이 실장님 소리 들을 때 또래 직장인은 대리 달기도 힘들다. 입담 좋은 연예인이 제시하는 연애 조언은 공허하게 맴돌 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움직이는 것이다. 연애 드라마, 연예인들의 연애 상담에 시선을 고정시키면 안 된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다큐멘터리를 보는 대신 호랑이 굴에 가야 하듯이.
등록일 : 2014-08-29 오후 4:33:00   |  수정일 : 2014-08-2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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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장윤희 서울대 일반대학원 문학교육

unique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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