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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장윤희의 캠퍼스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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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세계' 김준현에게서 '신세계' 이정재를 발견할 때

틀에 박힌 현실 세계에 대한 하이킥

글 | 장윤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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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 '큰 세계'. 영화 '신세계'를 패러디하며 뚱뚱해야 살아 남는 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 photo by /KBS2
"거,먹기 딱 좋은 날씨네" 

푸하하하. 오랜만에 웃었다.
개그콘서트 새 코너 '큰세계'는 이정재·황정민 주연의 영화 '신세계'를 절묘하게 재구성했다. 영화 속 명대사 '거, 죽기 딱 좋은 날씨네'는 '거, 먹기 딱 좋은 날씨네'로, '누구 있음 담배 한대만 줘라'는 '누구 있음 치킨 한마리만 줘라'로 탈바꿈됐다. 이 코너는 방영되자마자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큰 화제를 모았다.
영화 '신세계'가 보스 자리를 향한 거대 조직 폭력배의 칼부림과 음모를 담았다면 '큰세계'는 뚱뚱함이 곧 권력이 되는 먹성과 덩치 자랑을 그렸다.

이 코너의 웃음 포인트는 정작 패러디 자체보다는 '상식의 균열'에서 벌어진다.
식스팩과 S라인 몸매를 선호하는 실제 현실과 다르게 '큰 세계'는 뚱뚱함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긴다. 평균 몸무게 100kg이 넘는 거구의 개그맨들은 날씬한 몸을 강요하는 '작은 세계'를 조롱하며 '큰 세계'의 교훈을 강조한다. 

2인자로 나오는 개그맨 김준현은 살이 빠진 보스 유민상에게 "형님, 이 바닥 살 빠지면 자리 내려와야하는거 알죠?"라며 일침을 가한다. 유민상은 정색하며 "무슨 소리야! 나 완전 뚱뚱해!"라 외치며 정색한다.
방청객과 시청자는 이 부분에서 웃는다. '날씬함은 선, 뚱뚱함은 악'이란 현대의 상식과 균열을 일으키는 개그 상황에 통렬함을 느끼는 것이다. TV 속 '큰 세계' 형님들은 "이 세계는 뚱뚱한 놈이 지배한다"고 으스대며 뱃살을 과시한다. 부끄러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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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세계>에서 이정재.


한편 영화 '신세계'의 주인공 이정재도 상식의 균열을 통해 자신만의 신세계를 이룬다. 잠입 경찰관으로서 거대 범죄 조직의 2인자가 된 그는 예상을 뒤엎는 선택을 한다. '경찰은 선, 조폭은 악'이란 경계를 무너뜨리고 온갖 반전 끝에 조직 최고 보스 자리에 오른 것이다. 더 이상의 복종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그동안 믿었던 대상에게 의지할 수 없을 때, 무엇이 가장 그에게 정의로운 결정이었을까. 
결국 '큰 세계' 김준현과 '신세계' 이정재는 어떠한 틀을 강요하는 세계에 대항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또다른 세계를 만들어낸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우리의 기억 속에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세계관이란 불특정 다수가 만들어 놓은 허상 또는 편견은 아닐지. 이 온갖 틀로 구성된 '세계'의 패러다임은 시대와 변혁에 따라 늘 바뀌게 마련이다. 특정 세계관에서 탈출해 자신만의 담대한 세계를 만드는 것이 최선인 시대다. 그 세계가 '큰 세계'이든 '신 세계'이든.
등록일 : 2014-07-04 오전 9:24:00   |  수정일 : 2014-07-0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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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장윤희 서울대 일반대학원 문학교육

unique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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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 2014-07-04 )  답글보이기 찬성 : 22 반대 : 15
저도 그 코너 엄청 재밌게 봤는데ㅋㅋ 신선한 시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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