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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장윤희의 캠퍼스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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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가족의 존재, 가족 예능이 대신하다

TV 속 연예인 가족에 대리만족하는 대한민국 진짜 가족들

글 | 장윤희 서울대 일반대학원 문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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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2 육아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추성훈-추사랑 부녀. / photo by 니콘
2014년 한국 예능은 가족 프로그램 홍수다.
주말 저녁에는 어느 채널을 돌려도 연예인과 그의 아이들이 나온다. 마치 시청자가 연예인 가정의 관찰 카메라가 된 기분이다. 소설이든 방송이든 한 시대의 인기 작품은 그 시대의 정서를 드러낸다. 이런 점에서 가족 예능 프로그램 인기는 현실의 가족 관계에 공허함이 있음을 은유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SBS가 '오 마이 베이비'란 부부 육아 예능 프로그램을 기존 수요일에서 토요일로 편성을 옮기면서 공중파의 본격적인 '주말 가족 예능 전쟁'이 펼쳐졌다. KBS와 MBC의 가족 예능이 아버지에 초점을 맞춘 것에 비해 오 마이 베이비는 부부가 함께 나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가족 예능 전쟁의 신호탄은 MBC였다. 연예인 아버지와 자녀들의 여행기를 다룬 '아빠 어디가' 코너는 시청률 부진을 겪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동일 시간대 1위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중국으로까지 수출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아빠 어디가'가 돌풍을 일으키자 KBS2는 초보 아빠들의 육아기를 다룬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추석 때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추사랑 열풍을 일으키며 주말 황금시간대 정규 편성에 성공한다. 예능에 무심해보이던 KBS1도 5월부터 일요일마다 연예인 가족의 임신과 출산 과정을 그린 '엄마의 탄생'을 방영 중이다.
 KBS1은 '저출산 위기 의식을 일깨우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라 설명했지만 육아 예능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는 애'를 방송 소재로 삼아 이목을 끌기도 했다. 

 종합편성채널에서도 가족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TV조선은 가족 고민을 상담해주는 '가족의 문', 채널A는 방송인 가족의 1박2일 화해 여행을 다룬 '집 나간 가족', JTBC는 방송인 부모와 자녀들의 토크쇼 '유자식 상팔자' 등을 방영 중이다.
 
관찰 카메라에 담겨진 연예인 가족의 일상은 늘 재미나고 화기애애하다. 가족 예능에 출연한 아이들은 연예인 아빠를 어려워하지 않고 잘 따른다. 아빠는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가고 단 둘이서 놀이공원에 놀러 간다. 엄마보다 더 출중한 요리 솜씨를 보이기도 한다. 

TV 밖 현실은 어떠한가. 엄부자모(嚴父慈母)란 전통적 가치관 속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현실의 진짜 아빠들은 연예인 아빠처럼 아이들을 살갑게 대하는 데 서툴다. 본인도 자신의 아버지와 친근하게 지내본 경험이 별로 없다. 평일에는 직장에 다니느라, 주말에는 쉬느라 바쁘다. 워킹맘이더라도 아이들은 엄마를 더 따른다. 아빠들은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멀어진 거리를 좁히기 힘들다. 다가가는 것도 어렵고 이미 무뚝뚝해진 사이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다.  

현실의 극단적인 사례가 6·4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정몽준-아들'과 '고승덕-딸' 사건이다. 정몽준 의원은 아들의 페이스북 게시글 때문에 정치 생명의 타격을 입었다. 고승덕 변호사는 딸로부터 아버지로서, 교육감으로서의 자질 부족을 적나라하게 지적 받았다. 만일 정몽준 의원이 아들과 '페이스북 친구' 사이였다면, 고승덕 변호사가 딸에게 조금 더 일찍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더라면 두 정치인의 선거 결과, 적어도 이미지는 달라지지 않았을까란 상상을 해본다. 

벌써 또다른 주말이 다가온다. 리모콘만 돌리면 비슷한 연예인 가족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속속 틀어질 것이다. 가족 예능 프로그램 시청도 좋지만 옆에서 TV를 함께 보는 '진짜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면 더욱 바람직한 주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등록일 : 2014-06-20 18:14   |  수정일 : 2014-06-2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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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장윤희 서울대 일반대학원 문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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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우유  ( 2014-07-06 )  답글보이기 찬성 : 24 반대 : 22
추사랑 팬입니다. 추사랑 기사 찾다가 칼럼 잘 읽었습니다. 사실 요즘 육아 예능 너무 많아서 식상한 점이 있거든요,,, 현실 가족이 워낙 해체 상태라 연예인 가족에서 대리만족한다는 분석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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