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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제의 가고싶은 가고시마

흑돼지(黒豚)도 즐겨먹는 가고시마 고구마

글 | 조현제 남큐슈전문여행사 스토리투어 대표
필자의 다른 기사 2013-12-05 오후 3:48:00

몇 해전 유행했던 우스개 소리 중에 고구마와 관련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어느 퀴즈프로그램에서 정답이 고구마인 문제가 출제되었다. 그러자 지방출신의 한 학생이 발언권을 얻어서 정답을 '고-메(고구마의 '남부지방 사투리’ 라고 하였다. 안타까운 사회자가 정답이 3음절이라고 하자 잠시 고민하던 학생은 ‘물고-메(물 고구마)’  라고 답을 하여 정답을 살짝 비켜가는 바람에 여러 사람을 안타깝게 했다는 이야기이다. 한 때 대단히 유행했던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고구마의 존재감을 확인 시켜준 하나의 사례라고 생각한다. 
국민간식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고구마는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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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 고구마 : 사진제공 가고시마현>

고구마는 멕시코 남부를 중심으로 한 중앙아메리카와 남미북부 지역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는 전세계 생산량의 90%를 아시아가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 지역으로의 3가지 전파설 중 유력한 설은 콜롬부스에 의해 다른 작물과 함께 유럽으로 전해진 뒤에 아프리카, 인도 등을 거쳐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전파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에 고구마가 전래된 것은 1763년 통신사 조엄이 일본의 대마도로부터 고구마종자를 들여와 부산지방에서 재배한 후 전국으로 보급되었다고 하는 설이 일반적이다.
일본에의 전래는 16세기말 필리핀을 경유하여 중국의 복건성에 전해진 다음, 1597년에 오키나와의 미야코지마에 전해진 후 가고시마에 전해졌다고 한다.

일본에 고구마가 전래된 기록으로는 여러 경로가 소개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록보다도 더 많은 경로로 전래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전래가 되고 나서도 재배 후 수확의 가능여부, 식생활에 스며들었는지의 여부, 재배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가 등, ‘신식물’이 ‘신작물’로 정착하는 데에는 넘어서야 할 난관들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가고시마에도 1609년에 전래되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재배된 기록으로는 1698년에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種子島) 섬의 영주가 류큐국(오키나와)의  왕에게 사신을 보내어 얻어 왔다는 것이 최초이다. 다네가시마의 니시노오모테시(西之表市)에는 일본최초의 고구마 재배지 비석「日本甘藷栽培初地之碑 (일본감저재배 초지지비)」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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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최초의 고구마 재배지 비석: 다네가시마 니시노오모테시>
        
고구마의 일본이름은 사츠마이모 이다. ‘사츠마’는 가고시마현의 옛지명이고 ‘이모’는 감자, 고구마, 토란, 마 등의 뿌리작물의 총칭이다. 당시 가고시마현에서 고구마 재배가 성행한 후에 전국으로 보급되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카라이모, 칸쇼(甘藷)라고도 부른다. 또 다른 재미있는 호칭은 ‘13리’이다. 즉 “밤보다 맛있는 고구마” 에서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는 오랜 시간 쌀을 주식으로 살아왔지만, 고구마와 함께 ‘이모’라고 통칭하는 토란 등의 뿌리작물도 쌀 못지않게 오랜 시간 인류와 친숙하게 지내 왔다고 한다. 아마도 그래서 고구마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친숙한 먹거리로 자리 잡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 앞에서 나는 직관으로 토란은 신석기시대부터 먹었던 식물이 틀림없다는 예상을 했는데, 그것을 거의 증명하고 있는 듯한 문헌이 이미 있었고, 그것이 쓰보이 히로후미 (坪井洋文)씨의 ‘이모와 일본인’ 이라는 책이었다. 그 책 속에서 쓰보이 히로후미는, 벼를 중심으로 한 민속을 주류라고 본 야나기다민속학(柳田民俗学)과는 달리, 또 하나의 주류로서 토란의 민속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실증하고 있다. “
<야마오산세이 저 ‘여기에 사는 즐거움’ 중에서, 도솔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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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 치란의(知覧)고구마밭. 멀리 이브스키의 상징인 카이몬다케 봉우리가 보인다. 사진제공 가고시마현>

가고시마현은 전국 고구마생산의 40%를 차지하고 있는데, 전분을 원료용으로 쓰기 위한경작이 많다고 한다. 일본에서의 고구마의 용도를 크게 나누면 식용이 50%, 전분 혹은 알코올원료용이 30%, 사료용과 기타가 20%이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고구마소주의 원료가 바로 이 고구마이다. 

가고시마가 고구마 생산을 많이 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배수가 좋은 화산재를 포함한 토지가 고구마경작에 적당한데 그러한 토양이 가고시마에는 널려 있다.

둘째, 고구마는 지상에 열매를 맺는 작물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풍해에도 강한 작물이다. 태풍이 자주 오는 가고시마에서는 이러한 풍해에 강하다고 하는 점이 다른 작물을 경작하는 것보다도 유리한 것이다.
 
고구마를 원료로 한 가공식품 중에 70% 이상이 과자류인데, 과거의 소박한 것에서부터창의적으로 고구마의 이미지를 새롭게 한 고급품까지 다양하다. 특히 보라색 고구마의 색깔을 그대로 활용한 과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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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의 고구마과자. 우리의 고구마 과자와 흡사하다. 가고시마현 관광연맹>
 
약400년 전에 중국의 이시진은 <본초강목> 에서 '해변에 사는 사람들이 오곡을 먹지 않고 고구마를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이 장수한다' 라고 저술했다고 한다. 성분은 특정 되지 않았지만 고구마가 일본인의 건강의 유지, 증진에 도움이 되는, 소위 기능성 식품 이라는 의미로 말한 것 같다. 일본인에게 부족한 식물섬유 및 칼슘함량에 있어서도 고구마가 흰 쌀보다 10배 이상 많다고 한다. 다만 단백질은 흰쌀보다 함유량이 적은데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어패류를 통하여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시진의 서술은 고구마의 특성을 잘 파악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고구마는 탄수화물, 비타민, 미네랄 등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양소를 균형 있게 포함하고 있어 일부에서는 준 완전 영양식품이라고도 불린다. 

이런 영양식품의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이 가고시마현의 또 다른 특산품인 흑돼지(黒豚)   이다 . 가고시마의 흑돼지는 맛있기로 정평이 나있는데, 이 흑돼지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이 바로 고구마이다. 가고시마의 흑돼지는 고구마를 10~20% 첨가한 사료를 60일 이상 섭취하며 자란다. 육성후기가 되면 전분의 사료를 많이 주지만, 다른 곡물을 사료로 먹인 돼지와 고구마를 사료로 먹인 돼지를 비교해 보면 명확하게 지방의 성질이 다르다고 한다. 고구마를 먹인 돼지는 지방의 녹는 온도가 상승해서 불포화지방산의 함유량이 감소한다는 사실이 최근의 연구에 의해 증명되었다.

가고시마 흑돼지의 특징인 '깔끔한 식감' 과 '신체에의 적은 부담'은 이와 같은 부분이 배경이 되었다. 게다가 가고시마의 온난한 기후는 추위에 약한 새끼돼지들이 생육하는데 최적이며, 또 따뜻한 지방에서 성장한 돼지의 육질이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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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 샤브샤브요리 : JA가고시마현 경제련>
 
흑돼지와 고구마에 관련된 자료를 찾던 중 독특한 질문을 발견하였다. 어쩌면 여러분 중에서도 이런 의문을 가진 분이 계신지 모르겠다.

질문) 궁금한 것은 방귀이다. 고구마를 많이 먹게 되면 방귀가 잦아지게 되는데,
고구마를 많이 먹인 흑돼지도 필시 사육장에서는 방귀를 많이 뀌지 않을까?

- 이 질문에 대해 실제 흑돼지 축산업자는 “확실히 방귀는 뀌지만 고구마를 먹고 난 직후에 뀐다든지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돼지에 비해서 흑돼지가 방귀를 많이 뀌는지는 모르겠다” 라는 다소 싱거운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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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 흑돼지(六白黒豚 : 육백 흑돼지라고 부른다. 코끝, 꼬리, 네발 등 6군데만 흰색이고 나머지는 검은 색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진제공 가고시마현>

미 항공우주국 NASA에서는 우주선과 우주농장에서 재배가 가능한 작물로써 벼, 보리, 고구마 등을 연구해 왔지만 고구마가 가장 유망하다고 한다. 환경에의 적응력도 강하고 튼튼하게 빨리 자라며, 뿌리뿐만 아니라 줄기와 잎도 먹을 수 있고 게다가 비타민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영양도 풍부한 고구마가 우주식에 알맞다는 것이다. 고구마는 세계적 식량부족, 자원의 고갈,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작물로써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 질 것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흉년에 기근을 해결해 주는 구황작물로서, 현재는 국민간식으로, 앞으로는 우주식으로도 사용될 모양이다.

가고시마에 가게 되면, 꼭 고구마를 먹고 자란 흑돼지 샤브샤브에 고구마 소주 한 잔을 곁들여서, 가고시마 특유의 먹거리를 온전하게 즐기고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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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이 보내 주신 고구마를 집사람이 먹기 좋게 쪘다.>

얼마 전 처가에서, 텃밭에서 경작한 고구마를 보내주셨다. 연로한 몸으로 고구마를 캐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자식들을 먹이고자 하는 마음으로 힘든 노동을 이겨냈겠지. 세상의 모든 부모님의 마음이 다 그러하겠지만, 고구마를 통해서 그 마음이 오롯이 전달되는 것 같다. 오늘은 집에 돌아가면 장모님이 보내주신 고구마를 쪄서 먹어야겠다.
칼럼니스트 사진

조현제 남큐슈전문여행사 스토리투어 대표

일본 남큐슈 최대의 여행 레저그룹인 이와사키 그룹 서울사무소장을 맡아 오랬동안 일했다. 지금은 남큐슈 전문여행사 스토리투어 대표로 '여행을 통한 일본 제대로 알기'에 힘을 쏟고있다.

등록일 : 2013-12-05 오후 3:48:00   |  수정일 : 2013-12-0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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