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조현제의 가고싶은 가고시마

역사와 문명의 만남 – 조총과 로켓의 섬 다네가시마(種子島)

글 | 조현제 남큐슈전문여행사 스토리투어 대표
필자의 다른 기사 2013-12-13 오전 9:14:00

몇 일전 경기도 포천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우주발사체를 띄웠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고교생들이 만들어서 우주로 날려 보냈기에 고교생 우주발사체라고 부르고, 몸체에는
‘독도는 대한민국 고유영토임을 전 우주에 공표하노라' 라는 슬로건을 부착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고 한다. 앞으로 이들이 우리나라의 우주공학 발전에 큰 기여를 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웃나라 일본의 대표적인 우주로켓 발사기지는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라는 섬에 있다.
다네가시마는 높은 산이 없고 열도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다는, 입지적 조건으로 인해 1969년에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산하의 우주센터가 설치되었다.
본문이미지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내 대형로켓트 발사장 사진: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JAXA)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는 쿠로시오 해류의 바닷길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어 예로부터 많은 문물이 유입된 곳이다. 그 중에서도 역사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은 고구마와 조총의 전래라고 할 수 있는데, 쿠로시오 해류를 통한 조총의 전래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다네가시마 연안은 쿠로시오 해류, 즉 흑조(黒潮)가 흐른다. 흑조의 원류는 북적도 해류로 타이완 동측으로부터 오키나와 제도, 아마미(奄美)제도로 북상하여 가고시마 아래에서 쓰시마 난류와 갈라지며 야쿠시마(屋久島)와 다네가시마 동측을 거슬러 시코쿠(四国)로 향한다. 늘 온난하며 습기를 머금은 흑조야말로 남방으로부터 철포(鉄砲:조총)등 온갖 문물이 유입되는 근거가 되었다. 흑조는 여름에는 고온다습하고, 겨울에는 건조한 아열대성 바람을 몰고 오며 강력한 태풍을 동반한다. 사실 포르투갈 배의 난파는 필연적이었다. 1543년 이래로 근 70척 이상의 배들이 다네가시마에서 난파되어 구조되었다. 또한 남만선(南蛮船), 남만인들이 보인다는 기록이 자주 나타난다. 배가 현대화된 1945년 이후에도 1950년 겨울부터 1951년 연말까지 북서계절풍이 강하게 불어, 무려 400여 척이 다네가시마 연안에서 조난당하였다.<주강현저,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 중에서, 웅진씽크빅 출간> 
 
고구마는 전래된 후 일본 전국에 보급되어 기근을 해결하는 구황작물로 이용되어 평화적인 기능을 한 반면에, 조총은 일본의 전국시대(戦国時代)의 전쟁의 양상을 바꿔놓았고, 결국에는 임진왜란을 일으켜 우리나라에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입혔으니 우리나라의 역사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조총의 전래는, 1543년에 중국으로 향하던 배가 다네가시마의 카도쿠라미사키(門倉岬) 에 표류하게 되고, 당시 다네가시마의 도주(島主)가 그 배에 타고 있던 포르투갈인으로부터 2자루의 조총을 구입하면서 시작되었다.
 
본문이미지
중국으로 가던 배가 표류한 카도쿠라미사키(門倉岬) : 가고시마현 관광연맹
 
 
포르투갈인으로부터 조총 2자루를 구입한 다네가시마의 도주는 대장장이의 우두머리인 야이타킨베에게 명하여 똑 같이 조총을 만들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조총제작과 관련한 슬픈 전설이 전해 지는데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대장장이 야이타킨베(矢板金兵衛)에게는 와카사(若狭)라고 하는 예쁜 딸이 있었다.
다네가시마 도주 도키타카의 명에 의해 포르투갈인으로부터 구입한 조총의 국산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지만 조총 총신의 안쪽의 나사부분의 구조가 알 수가 없어서 포르투갈인에게 물어 보았다. 그러자 포르투갈인은 딸인 와카사를 자기에게 시집 보내면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국산조총의 완성은 도주의 지상명령이자 자기 자신의 소원이기도 했지만 딸을 외국인에게 시집 보낸다는 것은 정말로 괴로운 일이었다.
딸인 와카사에게 있어서도 당시에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로써 아버지의 임무와 자신의 운명 사이에서 수없이 고민을 하지만, 결국 아버지를 위해 포르투갈인의 아내가 되었다. 이런 후에야 야이타킨베는 나사의 비법을 전수받아 마침내 조총을 완성하게 되었다.
와카사의 슬픈 이야기는 조총제작이 얼마나 어려운 사업이었는지 알려주는 동시에 부녀간의 천륜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가슴 아픈 전설인 것 같다.
 
본문이미지
비련의 전설의 주인공 와카사공원, 왼쪽에 총알모양의 ‘일본 포르투갈 친선우호비’가 세워져 있다 : 다네가시마 니시노오모테시(種子島 西之表市)

본문이미지
나사기술의 습득이 조총제작의 열쇠였다. 지금은 나사가 없는 생활을 생각할 수 없지만 나사의 일본말인 ‘네지’는 당시의 조총을 분해한 대장장이들이 ‘비틀다,쥐어짜다’라는 일본말’네지리( 捻り)’에서 따 왔다고 한다. 다네가시마 니시노오모테시(西之表市)
 
다네가시마의 조총을 비롯한 섬의 역사와 민속, 자연을 자료와 전시물, 사진 등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다네가시마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이 다네가시마개발 종합센터(鉄砲館)이다. 포르투갈에서 처음 전래된 조총, 일본산 1호 조총, 그 외에 국내외의 전통총 1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그래서 철포관(鉄砲館:조총 박물관)이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다.  
본문이미지
다네가시마 개발 종합센터(조총박물관): 다네가시마에 표류하여 조총을 전해 준 포르투갈배를 이미지로 만든 건물이라서 외관이 독특하다. 니시노오모테시(西之表市)
 
본문이미지
철포관에 전시된 전통총들 : 다네가시마 니시노오모테시(西之表市)

본문이미지
철포관에 전시된 포르투갈에서 전래된 총 : 다네가시마 니시노오모테시(西之表市)
 
본문이미지
철포관에 전시된 일본산 1호 조총 : 다네가시마 니시노오모테시(西之表市)

당시 유럽의 최고의 기계문명인 조총이 일본에 고스란히 전달된 배경에는 다네가시마가 가지고 있던 풍부한 양의 사철(砂鉄)과 도검들을 만들어 온 숙련된 대장장이, 그리고 표류해 온 외국인과 그 문물을 받아 들인 다네가시마인들의 기질이 합쳐져서 가능했다고 일본인들은 이야기 하고 있다.
 
종종 한국의 뉴스에서 다네가시마 관련 소식을 들을 수 있는데 그것은 우주로켓 발사에 관련한 것이 대부분이다. 2006년 이후의 일본의 위성발사용 로켓은 전부 이곳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되었다고 한다. 지구의 자전을 이용한 로켓 발사는 적도에 가까울수록 유리하다고 하는데 일본열도의 최남단이 아닌 다네가시마가 우주센터로 선정된 것은 당시 일본주권이 미치는 열도의 최남단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야트막한 언덕 사이에 센터가 자리잡고 있고, 또 발사대가 산호초로 둘러싸인 곶의 끝부분에 설치되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주센터로 불린다고 자랑하고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여러 가지 실험과 연구를 반복하여 독자의 기술로 로켓을 발사해 왔다.
그 중에서도 H-IIA 로켓은 신뢰성이 높은 대형 주력로켓으로서 각종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임무를 수행해 왔다. 
 
본문이미지
대형 주력로켓 H-IIA의 발사장면: 사진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JAXA)
 
 
우주센터 내에서는 견학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서 미리 신청을 하면 센터 내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면서 현장견학도 가능하다.
본문이미지
견학 프로그램을 따라 세계15개국의 협조아래 우주공간에 건설예정인 국제 우주정거장 의 일본실험동의 내부에 들어가 실제의 크기를 체감할 수도 있다.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JAXA)
 
다네가시마는 따뜻한 기온과 깨끗한 모래사장 그리고 잔잔한 바다 등으로 인하여, 일본 내 윈드서핑의 최적지로 사랑 받는 관광지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으로만 보면 조총, 로켓 발사기지 등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곳을 아름답고 평화로운 관광지로만 볼 수가 없다. 그것은 임진왜란 의 아픈 역사를 잊을 수 없기에, 그리고 대한민국이 우주강국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램 이 겹쳐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560년 전 당대의 첨단 기계문명인 조총이 다네가시마로부터 일본 전국으로 전파된 후 한국,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에는 그 자리를 최첨단 물질문명인 로켓 발사기지 다네가시마 우주센터가 대신하고 있다.
500여 년 만에 일본열도의 남쪽 끝 작은 섬 다네가시마에 다시 첨단의 물질문명이 자리 잡은 현실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가졌던 그 의문을 나 역시도 갖게 된다. 그것은 역사의 우연일까. 아니면 필연일까.
칼럼니스트 사진

조현제 남큐슈전문여행사 스토리투어 대표

일본 남큐슈 최대의 여행 레저그룹인 이와사키 그룹 서울사무소장을 맡아 오랬동안 일했다. 지금은 남큐슈 전문여행사 스토리투어 대표로 '여행을 통한 일본 제대로 알기'에 힘을 쏟고있다.

등록일 : 2013-12-13 오전 9:14:00   |  수정일 : 2013-12-15 07:13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SNS 로그인
  • 페이스북 로그인
  • 카톡 로그인
  • 조선미디어 통합회원 로그인
  • pub 로그인
댓글을 입력해주세요.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