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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희 기자의 살며, 생각하며, 배우며

YS의 상도동 자택에서...'인간' YS가 남기고 간 것은?

글 | 하주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2015-12-10 18:05

한 때는 ‘상도당’이라 불리기도 했던 곳이다. 24시간도 모자라 25시간동안 돌아가던 곳. 지난 8일 찾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은 조용했다. 자택을 경호하는 전경들이며, 비서진들이 여전히 자택 안팎을 부산히 드나들고 있었지만 어쩐지 허전해 보였다. 건물은 여전한데 보는 이의 생각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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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동 YS 자택의 문패

 
김영삼 전 대통령과 그 가족들이 쓰던 공간과 비서진들이 쓰는 공간은 붙어있는 별개의 건물에 각각 위치해 있다. 두 공간은 통로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 1년여 전 병원에서 퇴원한 후 YS는 비서진의 사무실 등이 위치해 있는 공간에 침대와 재활 기구 등을 두고 생활했다. 주인을 떠나보낸 의료용 침상과 휠체어 등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러고보니 서거 후 아직 보름 가량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었다. 
 

 

 
양옆에 난이 줄지어있는 통로를 건너가 봤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넉넉한 너비의 통로다.  거실이 나왔다. 한 때 한국 정치의 중심이었던 그 곳은 아담했다. 자택 전체가 건평 기준 오십평이 채안되는 땅 위에 세워졌으니 거실이 넓을 수가 없다. 안방 가구의 재배치를 위해 손명순 여사가 잠시 거실에 나와 있었다. 휠체어에 앉은 채였다. 집안일을 돕는 분과 함께 정원의 나무들을 오래도록 보고 계셨다. 가족들의 공간은 사진으로 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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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식당의 식탁과 YS가 쓰던 붓

 
거실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으면 아늑한 식당이 있다.  대권과 킹메이커를 꿈꾸는 이들이 수도 없이 머리를 맞대었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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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보이는 김 전 대통령 내외의 사진

 
사저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여러 군데에 걸려있는 김 전 대통령 부부의 사진이다. 하나같이 참으로 단란해 보이는 모습이다. 식탁 주빈석과 마주한 곳에도 부부의 사진이 걸려 있다. 나는 정치인 YS가 아닌 인간 YS가 남긴 중요한 업적으로 '단란한 부부의 모습을 끝까지 보여준 것'을 들고 싶다. 믿음이니 인내, 혹은 사랑이니 하는 것들이 유지비가 많이 들면서도 부숴지기 쉬운 귀찮은 것으로 여겨지는 세상에서 대통령 내외의 모습은 조화 속 생화와도 같았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부부의 사진 외에 두번째로 눈에 띄는 사진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한 사진이다. 한창 때의 두 사람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한 시대가 사진 한 장에 담겨있다.
여러 사진 중 한미 양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벌인 '동반 조깅'을 담은 사진이 가장 크게 인화되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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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클린턴과의 '동반 조깅' 사진

 
상도동 자택을 둘러보며 떠오른 단어는 '검약'이었다. 특별히 고인이기 때문에 (그것도 뒤늦게) 칭송하려는 건 아니다. 집안 곳곳의 가구들, 소파며 집기들에서 세월의 흔적이 보였다.  벽에 걸려있는 사진만 없었다면 여느 ‘할아버지네’로 보일 정도였다. 건물 자체도 오래됐다. 청와대 생활을 끝낸 후를 위해 자택을 점검해보니 너무 낡아있어 당황했다고 비서관들은 회고했다. 아래층에서 물을 틀면 위층에서 물을 못 쓸 지경이었다고 한다. 문득 예전에 읽은 정치면 기사의 한 귀절이 떠올랐다. 'YS는 재임기간 중 소위 '통치자금'을 받지 않았다는 걸 자랑스럽게 여겼다'
 
 '혹시 꾸며낸 모습은 아닐까' 직업병이 발동했다. 신발장을 열어봤다. 물론 비서진과 함께였다. 연식이 보이는 구두 몇켤레, 그 밑으로 등산화가 보였다. 깨끗한 바닥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한두번 신었을까. 누군가는 등산화를 고르며 주인이 될 이의 건강을 염원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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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통령이 쓰시던 휠체어. 고인의 유품을 아직 그대로 품고 있는 상도동 자택.

 
상도동 자택을 나와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내려왔다. 골목 어귀 벤치에는 어르신 두 분이 겨울 햇볕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맞은편 식육점 유리창에 붙어있는 삐뚤삐뚤한 글씨의 '왕특란 5500원' 글귀.  섬 출신의 어느 정치 지망생이 문민정치를 외치고, 대통령의 꿈을 이뤄낸 바로 그 동네다. 
 
 
등록일 : 2015-12-10 18:05   |  수정일 : 2016-02-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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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h  ( 2015-12-11 )  답글보이기 찬성 : 25 반대 : 4
모든것은 다 지나간다 라는 글귀가 떠오르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원미정  ( 2015-12-12 )  답글보이기 찬성 : 10 반대 : 3
사실 김영삼대통령은 평생 자기 힘으로 돈을 벌어본적도 없고 경제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적도 없고 오직 평생을 민주화투쟁을 하느라 정치밖에 모르는 분입니다. 그래서 경제가 잘못 된 것은 경제를 잘 관리하고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며 대책을 세워야하는 경제부총리를 비릇한 경제관료들의 책임입니다. 김대통령은 그 책임자니까 모두 덮어쓰고 가는 것입니다.모든 공들이 IMF하나때문에 다 덮혀지니 지지자들은 너무 억울합니다.
김기형  ( 2015-12-12 )  답글보이기 찬성 : 13 반대 : 4
YS,DJ가 박정희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지않고 협력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이제 모두를 보내드립시다.
      답글보이기  조재국  ( 2015-12-12 )  찬성 : 4 반대 : 6
용병술에 능한 명장은 부하를 탓하지 않읍니다. 이 사람은 鬪士지 정치가는 아닙니다. 정치인으로서 과대포장된 느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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