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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희 기자의 살며, 생각하며, 배우며

전세계 쥐락펴락...세계를 움직이는 독신의 지도자들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2015-09-26 오전 8:22:00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최초의 '1인 가구' 대통령을 배출한 한국 외에도 세계 여러 나라에는 이미 '1인 가구' 정치 지도자가 있다. 이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최초로 최고의 지위에 오른 여성들
둘째, 남미와 인도의 정치인
셋째, 기타 개인적인 이유로 독신을 고수하는 정치인 등이다.

▲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



<정상의 자리에 오른 독신 여성들>

첫 번째 유형으로는 리투아니아의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재임기간 2009~현재)를 들 수 있다. 리투아니아는 레스토니아, 라트비아와 함께 발트 3국으로 불린다.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은 1990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그가 대선에 출마할 당시, 리투아니아는 국내총생산이 급감하고 폭동이 일어나는 등 상당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었다. 유럽연합(EU)의 예산집행 담당 위원을 맡고 있던 그리바우스카이테는 '리투아니아를 구하겠다'며 포부를 밝혔고 68%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이후엔 연임에도 성공했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심상찮은 군사적 움직임에 대항해 발트 3국의 대표 지도자 격으로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격적으로 징병제 부활도 단행하는 등 리투아니아판 '철의 여인'이라는 평가다.
브라질 최초의 여성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Rousseff) 대통령(2011~현재)도 독신이다.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민족해방군 활동을 하며 투옥되기도 했던 그는 남미의 다른 여성정치인과 달리 아버지나 남편의 후광없이 자신의 힘으로 대통령이 됐다. 2번 결혼해 2번 이혼했다. 두 번째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외동딸을 두었다.

<잦은 스캔들에 휘말린 콘돌리자 전 국무장관>

대통령은 아니지만 콘돌리자 라이스(Rice) 전 미국 국무장관도 대표적인 독신 지도자다.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 최초로 국무 장관을 역임했다. 여성으로는 두번째였다. 특이한 점은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이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Albright) 전 장관도 '싱글'이었다는 점이다. 라이스 전 장관은 장관 재임 시절 염문설에 자주 휘말렸다. 피터 맥케이 캐나다 외무장관, 마시모 달레마 이탈리아 외무장관 등이 그 상대였다. 심지어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의 둘째 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과도 연인관계라는 소문이 한 때 돌았었다.

일본에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자민당 중의원이 있다. 이집트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기자로 활동하다 정치에 입문했다. 당을 자주 옮기는 등 '철새'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7선에 성공했다. 고이즈미 내각에서 환경성 장관을 지냈다. 아베 내각에서는 방위성 장관에 올랐다. 일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방위부 장관이었다. 고이즈미 집권 당시 고이케 의원과 이혼남인 고이즈미 전 총리가 결혼한다는 소문이 일본 정가에 돌기도 했다.

대만의 뤼슈렌(呂秀蓮) 전 부총통(2000~2007)도 빼놓을 수 없다. 제1야당인 민진당 소속으로 여성 최초로 부통령 격인 부총통을 지냈다. 젊은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며 옥고를 치르기도 한 뤼 전 부총통은 여성,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지위를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07년에는 대선에 도전했지만 당선되지는 못했다. 독신으로 살면서 5명의 아이를 입양해 키웠다.

<독신 정치지도자 많은 남미와 인도>

▲ 미첼 바첼렛 칠레 대통령
두번째 유형으로 남미와 인도를 따로 빼놓은 이유가 있다. 거칠게 표현하면 두 지역은 '독신 정치 지도자의 특산지‘쯤 된다. 남미부터 살펴보자.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외에도 에보 모랄레스(Morales) 볼리비아 대통령, 미첼 바첼렛(Bachelet) 칠레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파라과이의 페르난도 루고 전 대통령 등이 대표적인 독신 정치인이다. 이 중 다수는 이혼 경력이 있다.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의 인터넷 신문인 글로벌포스트가 꼽은 '전세계의 독신 정치 지도자 7명'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결혼 경력이 없는 모랄레스 대통령은 두 명의 여인과의 사이에서 각각 자식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뷰에서 공공연하게 '남성에게 이상적인 여성은 어머니의 대리 역할을 해주는 여성'이라고 발언해, 미 신문에 '왜 미혼인지 알겠다'는 평가가 실리기도 했다.

바첼렛 칠레 대통령은 4개 국어에 능통한 의사 출신의 대통령이다. 지난 2010년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후, 지난해 다시 대통령에 선출됐다. 연임 불가 규정 2번 결혼해 2번 이혼했고 3명의 자식들을 혼자 키우고 있다. 가톨릭 국가로 21세기에 들어서야 이혼이 합법화된 보수적인 칠레에서 '이혼녀'이자 '싱글맘'인 바첼렛이 2번이나 대선에서 승리한 데에는, 특유의 '어머니'같은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007년 남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전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에 당선돼 세계 최초의 ‘직선제 선출 부부 대통령’으로 주목받았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 2010년 남편과 사별했다. 이듬해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 2013년 암으로 사망한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은 2번 결혼해 2번 이혼했다. 생전에 모델 나오미 캠벨과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루고 전 파라과이 대통령은 가톨릭 주교 출신으로 한 때 '빈자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한 인물이다. 주교 출신이니 결혼 경험은 없다. 파라과이 최초의 중도좌파 대통령으로 차베스, 룰라 등과 함께 '중남미 좌파 블럭'의 일원으로 주목받았지만, 여러 명의 10대 소녀들과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하고 아이까지 낳았다는 것이 밝혀지며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2012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 계기가 돼 탄핵됐다. 이외에도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Castro) 국가평의회 의장도 독신이다. 지난 2007년 부인과 사별했다.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독신자의 전투’ 2012년 인도 대선 당시 언론 보도에 자주 등장했던 표현이다. 당선이 유력했던 나렌드라 모디는 물론 라훌 간디 후보도 독신이었기 때문이다. 선거전 당시 모디가 결혼한 유부남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그는 ‘어릴 때 결혼을 했지만 결혼 직후 헤어져 만난 적이 없다’며 인정했다. 결혼은 했다지만 사십여년 넘게 따로 살고 있으니 ‘사실상 독신’이나 마찬가지다. 모디 총리의 부인 자쇼다벤은 지금도 혼자 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경호 상황을 알려달라며 정부에 정보 공개 청구를 하기도 했다.

국민회의당의 라훌 간디 부총재도 독신이다. 그는 ‘인도의 케네디家’인 네루-간디 가문의 후손이다. 정확히는 네루의 증손자다. 이제 마흔중반으로 앞길이 창창한 정치인이지만 최근엔 ‘죽을 쑤고’ 있다. 잇따라 제기되는 국민회의당의 부패 스캔들이 문제다.

이들 외에도 인도에는 독신 정치인이 많다. 이에 대해 힌두스탄 타임스는 ‘독신 정치인이 기혼자보다 청렴하고 추진력이 있다는 인식이 인도사회 전반에 퍼져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역사적인 이유도 있을 터다. 인도에서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성인 수준으로 추앙받는 마하트마 간디 역시 어린 시절 결혼했지만 부인과 떨어져 평생 혼자 산 ‘사실상 독신’이었다.
언급하기 새삼스럽지만 인도 다람살라에서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는 달라이 라마 14세도 독신이다.

▲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특별히 유형화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로 독신 생활을 즐기고 있는 지도자들도 꽤 있다. 우선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Rutte) 총리(2010~현재)를 들 수 있다. 올해 48세의 뤼터 총리는 동반자가 있어야 하는 행사에는 모친이나 왕실의 왕비와 동행한다. 사생활에 대해서 별로 알려진 게 없다. 심지어 이성애자인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

벨기에의 엘리오 디 뤼포(Di Rupo) 전 총리는 동성애자다. 1996년에 일찌감치 커밍아웃을 했다. 2011년 총리 취임 당시 동성애자임을 공표한 최초의 총리로 주목을 받았다. 연애는 하지만 결혼은 아직이다.

필리핀의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은 대표적인 ‘총각 대통령’이다.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그는 한국계 필리핀 방송인 그레이스 리, 주식 중개인 렌 로페즈, 스타일리스트 리즈 우이 등 여러 여인과 염문설을 뿌렸다. ‘내 연애사에 정권 차원의 성과가 가려진다’며 지나친 관심에 불만을 표시해왔던 아키노 대통령은 급기야 지난 2013년 밸런타인데이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6년까지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임기가 끝나는 2016년까지는 필리핀 국민과 결혼한 셈이라는 얘기다. 그는 ‘외로운 독신자들을 위해 유익한 조언을 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시간을 때울만한 일들이 많다’고 상당히 건조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 이안 카마 보츠나와 대통령 / photo by UKZAMBIANS에서 캡쳐


아프리카 보츠나와의 이안 카마(Khama) 대통령(2008~현재)도 총각이다. 군살없는 몸매와 카리스마적인 분위기를 갖춰, 아프리카에서 가장 매력적인 총각으로 꼽히는 카마 대통령은 당황스럽게도 ‘키가 크고 날씬하고 아름다울 것’을 배우자의 최우선 조건으로 제시한 적이 있다. 그가 정작 유명해진 것은 사실 한 여성 시인 때문이었다. 카마를 전세계적인 농담(joke)의 대상으로 만든 이는 보츠나와의 베리 할트(Heart)라는 시인이다. 카마 대통령보다 거의 40살 어린 할트는 ‘나는 이안 카마에게 반했어요’라는 제목의 시를 발표하는 등 거의 스토킹 수준으로 카마 대통령에게 ‘들이대’왔다. 카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별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도 엘리제궁에서 독수공방을 하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그와 사실혼 관계였던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가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 논란이 불거졌다. ‘퍼스트 걸프렌드’라는 용어가 쓰이기도 했다. 이들의 관계는 지난해 1월 올랑드가 배우 쥘리 가예와 밀회하러 가는 모습이 공개되며 파국을 맞았다. 이후 올랑드 대통령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혼자 사는 게 좋겠다’는 측근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혼자 살기로 했다고 한다. 발레리는 지난해 ‘올랑드는 위선자’라는 내용을 담은 회고록을 냈다. 발레리 이전에 올랑드와 25년간 동거했던 세골렌 루아얄 전 사회당 당수는 책 내용을 반박하기도 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비로소 법적인 ‘돌싱(돌아온 싱글)’ 대열에 합류했다. 31년간 부부였던 류드밀라 푸티나와 이혼 후 현재는 다른 여인과 열애 중이다. 상대가 누군지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체조 종목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알리나 카바예바라는 설이 유력하다. 심지어 두 사람 사이에 아들까지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있다. 카바예바는 지난해 언론사인 내셔널미디어그룹의 회장에 취임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전 총리도 이혼남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결혼한 지 4년만에 이혼했는데, 당시 부인과의 사이에 아들을 두명 두고 있었다. 부인은 임신 중이기도 했다.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은 고이즈미 집안에서 키우고, 이혼 후 태어난 셋째 아들은 엄마와 함께 자랐다. 이혼 후 총리에 취임할 때까지 셋째 아들을 한번도 만나지 않았고, 다른 아들들 또한 생모를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비정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일본의 고유한 ‘이혼 문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누나 노부코는 평생 독신으로 아버지와 동생의 비서 역할을 해왔다.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아버지와 동생을 뒷바라지해 ‘일본 정치의 여제’라고 불리기도 했다.

역사 속의 독신 지도자로는 영국의 ‘처녀여왕’ 엘리자베스 1세와, 터키의 국부(國父)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있다. 한국에는 케말 파샤(지도자 케말)로 더 잘 알려진 아타튀르크는 이혼남이다. 결혼한 지 2년만에 이혼했다. 아이들을 좋아했는지 8명을 입양해 키웠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독신 대통령은 단 한명이다. 바로 제임스 뷰캐넌(Buchanan) 15대 대통령이다. 그의 독신생활의 시작은 비극적이고 낭만적이다. 일찍이 약혼자가 있었지만 약혼자의 아버지가 이들의 결혼을 반대했다. 상심한 약혼자는 자살했고, 뷰캐넌 대통령은 평생 혼자 살기로 결심하고 실천했다고 한다.

흔히 맥킨지 킹(Mackenzie King)이라고 불리는 윌리엄 맥킨지 킹 캐나다 총리도 독신이었다. 그는 1921년 처음 총리직에 취임한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20년 넘게 총리를 역임했다. 영연방 국가의 총리 중 최장수 재임 총리라고 한다.

미국에는 ‘독신자에게 평등을(Unmarried Equality)’이라는 시민단체가 있다. 독신자에 대한 차별을 없앨 것을 주장하는 단체다. 이 단체에서 내세우는 ‘독신자 선배’ 목록의 최고참은 바로 ‘잔 다르크(Joan Of Arc)’다.
등록일 : 2015-09-26 오전 8:22:00   |  수정일 : 2015-09-3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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