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미셸라이브의 런던 이야기

아름다운 사람이 그렇듯이 아름다운 도시에는 사연이 있다는데,...

짐승 반 사람 반 야만의 런던이 유럽 중심이 된 배경

글 | 조선pub 편집부 2015-06-29 09:36

본문이미지
런던의 지하철./ 사진=미셸 리

런던에 가본 적이 없어도 ‘L.O.N.D.O.N.’이라는 말을 입에 넣고 가만히 굴려보면 왠지 사탕과 같이 달콤합니다. 그래서인지 런던을 배경으로 하거나 ‘영국적’인 가치를 담은 창작물들은 기이할 정도로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지요. 런던을 바라볼 때에는 뉴욕이나 파리 등 다른 거대 도시에 대한 동경과는 미묘하게 다른 낭만이 담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굳이 런던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되지 못 할 겁니다. 솔직히 얘기하지요. 알면 좋지만 몰라도 그만인 게 외국의 역사잖아요. 그럼에도 우리가 런던의 역사를 꼭 알아야 하는 까닭이 있다면, 런던이 유럽 어딘가의 수도라는 범위를 벗어나 우리의 일상과 크게 겹쳐지는 부분이 있어서일 겁니다.
 
이 책은 바로 그것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런던이 ‘런던’인 이유는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짐승 반 사람 반의 야만으로 불렸던 유럽 변두리의 도시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대 세계의 뿌리가 되었는지, 어떻게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갔는지, 그 길고 긴 시간을 품은 파란만장한 역사가 궁금하지 않으신지요?

 
본문이미지
미셸 리의 <런던 이야기- 천 가지 역사를 품은 살아 있는 도시>(추수밭).
런던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게 되었을까?
 
런던만큼 ‘최초’라는 수식이 많이 붙어 있는 도시는 없을 겁니다. 우리가 품고 있는 런던에 대한 막연한 호의 또한 지금 여기를 완성시킨 공간과 시간에 대한 경의이자 일종의 향수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시간의 기준은 런던 그리니치에 맞춰져 있고, 세계 공용어는 영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또한 런던 시민들 사이에서 싹을 틔웠으며, 근대를 연 산업혁명 또한 런던에서 시작되었지요.
 
이렇게 거창한 게 아니라도, 주변 일상을 둘러볼까요. 모든 게 다 런던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19세기 빅토리아인들이 입었던 정장을 입고 런던에서 발명된 지하철에 올라 런던의 동향에 촉각을 세우는 회사로 출근합니다. 퇴근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어 상호가 번쩍거리는 번화가의 네온사인들을 지나 대영제국 시기 런던의 우아한 숙녀처럼 카페에 앉아 차를 홀짝거리잖아요. 누군가는 조지안 시대의 엉큼한 신사들처럼 인터넷을 헤맬지도 모르지요. 런던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으며, 현대는 런던의 확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런던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죠.
 
그렇다면 어떻게 로마의 식민지에서 출발한 섬나라의 작은 도시가 세계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현대의 ‘틀’이 되었을까요. 그렇게 되기까지 런던은 어떤 특별한 과정을 거쳤으며, 또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사뿐만이 아니라 반드시 런던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반지의 제왕보다 흥미진진하고 비틀즈보다 매혹적인 역사로의 초대
 
하지만 런던의 역사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런던의 역사가 가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세계사가 담겨져 있다는 것이지요. 특히 대영제국 시기에 이르러서는 하나의 사건 안에 여러 분야가 다양하게 얽혀 있기 마련입니다. 이를 모두 짚고 넘어가자면 근현대 세계사를 아울러 설명해야 할 만큼 분량이 방대해지지요. 그래서 런던을 중심으로 영국사 나아가 유럽사를 친절하게 소개하는 시도가 이미 많이 이뤄졌지만, 단숨에 읽어나가면서 대략적인 틀을 잡고자 하던 분들께는 여전히 벽이 높았습니다.

이 책은 유럽 변방의 작은 도시에서 출발해 세계로 뻗어나간 대영제국 시기를 거쳐 우리 주변 곳곳에 뿌리를 내린 지금까지, 런던이 품은 2,000년의 길고 긴 이야기를 마치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영국사를 전공한 역사 전문가가 아닙니다. 다만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해명하고 싶었을 뿐이지요. 그래서 회계사를 잠시 쉬고 역사 공부를 시작했고, 역사 현장들을 하나하나 직접 발로 밟아가면서 조금씩 런던을 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성과를 블로그에 연재하며 이웃들과 공유했지요.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영국 사극을 보는 것 같다면서 글을 빨리 써달라는 독촉이 줄을 이었지요. 그렇게 되자 블로그 이웃들을 위해서라도 글을 멈출 수 없었고, 기왕 시작한 김에 아예 영국의 형성부터 지금까지 훑어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장장 4년여가 흘렀습니다.
 
《런던 이야기》는 원고지 5,000매에 이르는 블로그 연재 글들을 간추려 540여 컷의 사진과 608페이지 분량의 책으로 정리한 결과입니다.

런던인이 역사의 현장에서 우리말로 전하는 런던 이야기
교과서 속 숨겨진 인물들을 밝혀내다

그럼에도 전문가도 아니고 영국인도 아닌 이의 시선에서 쓰인 런던의 역사를 왜 읽어야 하는지 여전히 의아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헨리 8세의 처절한 치정극과 같은 역사와 그것이 초래한 세계사적인 변화는 교과서에서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찰스 1세와 크롬웰의 갈등을 통해 왜 영국에서는 프랑스 혁명과 같은 형태의 전복이 이뤄지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수업 시간에 들으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혹시 역사 수업에서 부디카를 배운 적이 있으신지요? 1세기 무렵 맹위를 떨쳤던 반란 세력의 지도자였던 여성입니다. 런던의 역사는 곧 저항과 지양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뿌리에는 영국 최초의 반란자이자 여성 지도자인 부디카가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1세, 빅토리아 여왕, 마거릿 대처 수상 모두 부디카 스타일이며 그녀의 후손을 자처했습니다.
 
또 하나, 가이 폭스는 아시는지요. 〈브이 포 벤데타〉를 통해 낯익은 이름이라고 느끼신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가이 폭스가 어떤 누명을 썼으며, 왜 가이 폭스의 가면이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를 뒤덮으며 저항의 의미로 쓰이는지는 잘 모르실 겁니다.
 
책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인물 가운데 한 명만 더 꼽아 보겠습니다. ‘멜리투스’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종말이 지나간 것 같은 런던에 파견되어 고군분투했던 로마의 수도사입니다. 영국 역사에 헤아릴 수 없는 영향을 끼쳤던 세인트 폴 대성당을 세운 사람이기도 하지요. 멜리투스가 아니었으면 런던의 문명화는 훨씬 늦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런던 현지에서조차 멜리투스를 언급하는 안내책자가 많지 않다고 하네요.
 
교과서 밖의 숨겨진 의미들을 발굴하다

런던의 역사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여전히 런던의 안개와 같이 뿌옇습니다. ‘천 일의 앤’에서 천 일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천 일에는 긴 듯 아쉬운 시간이라는 뉘앙스가 맴돕니다. 그래서 세에라자드가 샤리아르에게 목숨을 맡겼던 기간은 천 일 하고도 하루를 더 넘겼고, 그것을 넘기지 못한 앤 볼린의 영화도, 아서 슐레진저의 회고록 제목도, 이승환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노래 제목도, 독일군이 레닌그라드를 포위 공격했던 기간도 ‘천 일’입니다.
 
예전 연세대학교 학생회에서는 ‘마광수 교수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가 인도대사관 측의 항의를 받고 사과한 적이 있습니다. 원래는 마광수 대신 셰익스피어가 들어간 이 말은 셰익스피어가 영국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잘 나타냅니다. 이미 정해진 결론foregone conclusion임은 내 마음속의 눈my mind’s eye으로 볼 수 있고, 인생은 운에 달린 것이라as good as luck would have it는 식의 관용어가 셰익스피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하네요.
 
영어가 워낙 많은 문화를 받아들여 압도적인 어휘량을 자랑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소는 영국 본토배기 말이면서 쇠고기는 불어인 게 이상하지 않으셨나요? 이런, 악명 높은 영국 요리 때문이 아닙니다. 노르만 정복 이후 300여 년간 프랑스어가 지배계급의 언어가 되고, 영어는 천한 사람들이 쓰는 언어로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영국인 농민들이 소cow를 잡아 비프beef를, 돼지pig를 잡아 포크pork를, 양sheep을 잡아 머튼mutton을 프랑스인 주인들에게 대접했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이 책은 런던에 살고 있는 우리 이웃이 런던의 길고 긴 시간을 꼼꼼하게 훑어 내려가면서, 교과서나 권위 있는 역사서들도 놓치기 쉬웠던 런던의 숨은 사연과 그것에 담긴 의미들을 차근차근 밝히고자 했습니다.

주름 하나하나까지 진짜 런던의 민낯을 담다
 
‘동란의 성장기’, ‘청년 위기’ 등 이 책은 목차에서 런던의 역사 흐름을 인간의 삶에 비유했습니다. 런던은 세계를 뒤흔든 역사적 사건들의 무대이기도 하지만 살아 숨 쉬는 배우 그 자체이기 때문이지요. 런던의 역사는 유명한 건축물에만 있지 않고, 일어난 사건들에만도 국한되지 않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굳이 런던이 겪어온 시간들을 저항과 지양의 연속이라고 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런던은 로마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욕망이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충돌하며 세계로 확장되었던 특별한 공간입니다. 이렇게 사람 냄새가 강하게 나는 곳에서 마그나 카르타나 산업혁명과 같은 교과서에 나올 법한 지식만 전해 받아서는 왠지 억울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사람처럼 생의 희로애락이 골목 구석구석에 주름처럼 새겨져 있는 런던의 ‘진짜 역사’를 보여드리고자 카메라를 들고 이야기의 배경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역사 위에서 펄떡거리는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고자 했습니다. 어떤 공간이 오래 묵는다는 것은 익숙해진 곳이 낯설어지고, 그 낯설어진 곳이 다시 익숙해지는 과정일 것이며 그것을 우리는 역사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런던 아이와 같은 런던의 명물보다는 보로 마켓과 같이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시장을, 산업혁명의 빛과 그림자를 설명해주는 박제화된 명소보다는 산업혁명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는 뒷골목의 풍경을, 런던의 진짜 역사를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런던 속에서 런던이 된 여덟 가지 명소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하필 건축학과를 추억의 배경으로 삼은 까닭은 무엇일까요. 건축물이 품은 공간에는 시간과, 그 안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동선이 담겨 있게 마련이고, 그래서 역사와 추억의 상징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에서는 런던의 역사와 그 배경이 되는 공간을 버무려 소개하는 데에서 조금 더 나아가 책 말미에 런던 타워나 웨스트민스터 타원과 같이 런던의 대표적인 명소 여덟 곳을 따로 소개하는 부록 챕터를 따로 마련했습니다. 그럼으로써 언젠가 런던에 가야지 하고 마음만 먹었던 분들께는 런던 명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그리고 곧 런던의 명소들을 접하실 분들께는 명소들을 보다 풍부하게 접할 수 있는 런던의 추억을 제공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제 ‘썸남’의 페이스북을 몰래 보는 것보다 짜릿하고 해리 포터의 승리자 론보다 매력적인 런던과 진한 데이트를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남은 페이지가 아쉬워지는 모처럼의 감정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저자 미셸 리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마치고 부모님과 함께 뉴질랜드로 건너갔다. 오클랜드 대학을 나와 공인회계사로 일하다가 2006년부터 런던에서 살고 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기업에서 일했지만, 인생이 뭔가 2% 부족함을 느꼈다. 스스로를 행복하고 설레게 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 책을 쓰기 시작했다. 항상 글 쓰는 것과 춤추는 것을 좋아했는데, 춤추기에는 나이가 조금 많았지만 글 쓰는 것은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라 희망이 보였다. 주위 사람들은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인생은 짧고, 사람은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해 후회하며 산다.
 
런던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기에 런던은 자연스러운 소재가 되었다. 항상 런던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역사책은 지루하고 가이드북은 내용이 없었다. 명소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 궁금했고, 런던이 어떻게 만들어진 도시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런던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고, 4년 후에 이 책을 내놓는다.
등록일 : 2015-06-29 09:36   |  수정일 : 2015-06-29 11:26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건
  • SNS 로그인
  • 페이스북 로그인
  • 카톡 로그인
  • 조선미디어 통합회원 로그인
  • pub 로그인
댓글을 입력해주세요.
hylee  ( 2015-07-05 )  답글보이기 찬성 : 17 반대 : 15
아하 드디어 나왔군요!
김이홍  ( 2015-09-23 )  답글보이기 찬성 : 8 반대 : 9
나도 많이 기다렸는데,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