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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진 기자의 잉글리시 문화사

기사가 되는데 필요한 사교육비는 얼마?

글 | 이범진 인터넷뉴스부 차장대우
필자의 다른 기사 2014-01-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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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기사는 귀족의 아들 중에서 주로 선발됐어요. 아들을 기사로 만들고 싶은 귀족은, 아이가 8살이 되면, 가까운 성으로 보내 레슬링, 말타기, 검술 등을 가르치며 ‘수습 기사’ 교육을 시켰지요. 8살부터였으니까, 요즘으로 치면 초등학교 1학년부터라고 할 수 있겠죠.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싸움 기술만 필요했던 것이 아니예요. 라틴어, 프랑스어, 춤, 게다가 노래까지 배워서 귀족으로서의 교양을 갖춰야 했지요. 요즘으로 치면 레슬링 학원, 승마 학원, 검도 학원, 외국어 학원 2개, 댄스 학원, 성악 학원 등을 모두 다 다녀야 했던 셈이예요.
 
당시엔 이런 것들을 가르쳐주는 학교 시설이 마땅치 않았으니, 대부분 과외를 통해 배워야 했어요. 중세 유럽 귀족 학생들도 요즘 학생들처럼 ‘사교육’으로 몸살을 앓았던 거죠.
 
과외공부를 통해 온갖 기술을 익힌 수습기사는 15~16세가 되면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돼요. 우리로 치면 중학생 나이에 ‘Squire(스콰이어)’라고 불리는 ‘시종’의 임무를 맡게 되는 거예요. 스콰이어의 주요 임무는 아침에 기사한테 옷을 입혀주고, 때맞춰 식사를 준비해 주고, 기사의 말을 건강하게 잘 보살펴 주고, 갑옷과 무기를 항상 깨끗하게 닦아놓는 것 등이었어요. 전투가 벌어지거나 말을 타고 무예를 겨루는 마상시합이 열리게 되면, 기사의 방패나 갑옷을 들고 다니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함께 출전해 싸우기도 했지요.
 
수습기사는 수년을 더 이렇게 보내다가 마침내 스무살이 되면, 그때서야 정식으로 기사가 될 수 있었어요. 험난한 길을 10년 이상 걸어야 정식 기사가 될 수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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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되는 것은 엄청난 영예였어요. 선배 기사들은 새로 기사가 된 후배들에게 축하세례를 퍼부어 주죠. TV나 영화를 보면, 영주가 기사의 어깨를 검으로 탁탁 치며 ‘기사가 됐음’을 선언하는 수여식이 나오죠? 그런데 실제 기사 수여식은 그렇게 우아하지 않았어요. 영주를 비롯한 ‘선배’들은 이제 갓 기사가 된 ‘후배’를 바닥에 쓰러뜨리고, 주먹으로 두드려 패는 등 온갖 과격한 방법을 동원해 아주 짓궂게 축하를 해 줬다고 해요. 물론 기사 수여식이 끝나면 음식과 음악, 춤 등을 동원해 새로 기사가 된 사람을 환영해 줬지만 말이죠. 영화에 그려진 기사 수여식은 실제로 있었던 중세 수여식의 극히 일부분만을 보여준 거예요.
 
그럼 기사가 되기까지의 총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산정하기가 쉽진 않지만, 어림짐작으로 따져봐도 요즘 돈 수억원 이상 들었던 것이 확실해요.
 
가장 큰 이유는 말이었어요. 말은 기사의 필수 품목 중 하나였죠. 좋은 말 한 마리를 사려면 요즘에도 수천만~수십억원을 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중세 기사는 자기 돈을 내고 말을 사야했어요. 뿐만 아니라 갑옷, 방패, 창, 칼 등을 비롯한 각종 무기들도 모두 자기 돈으로 구입해야 했어요. 철제로된 갑옷은 모두 수제품으로, 여기에 호버크라고 불리는 보호장비 등을 갖추려면 요즘돈으로 수천만원 이상이 들었어요. 칼, 창 같은 공격용 무기들은 이와 별개로 추가 구입해야 했죠. 물론 많은 경우엔, 기사 개인 뿐 아니라 가문에서 그 비용을 도와주긴 했지만 말이죠.
 
그런데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었어요. 기사들은 자신의 ‘주군’에게 피프(fief)라고 부르는 영토를 제공해야 했어요. 피프를 받은 영주는 그 기사를 자기 휘하에 넣어 줌으로써, 그 기사가 왕의 군대에 끌려가지 않도록 보호해 줬죠. 군대를 가긴 가는 건데, 왕의 군대로 끌려 가진 않고, 고향에서 가까운 영주의 군대에 남을 수 있도록 해주는 거였어요. 피프는 그 대가로 영주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거래’였죠.
 
당시엔 기사가 되려면 좋은 말, 갑옷, 방패, 창, 칼, 투구, 장갑, 기타 무기, 그리고 피프가 있어야 했어요. 이것을 모두 다 합치면 요즘의 서울 고급 아파트 한 채 값을 훌쩍 넘는 거액이 돼요. 그러니까 옛날 서양에선 원한다고 해서 아무나 기사가 될 수는 없었던 거예요. 제아무리 똑똑하고, 용감하고, 건강한 사람이라 해도, 돈이 없으면 되기 어려웠던 게 서양의 기사였던 거죠. 쩝~.
등록일 : 2014-01-10 09:50   |  수정일 : 2014-01-1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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