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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의사 이동윤의 백세시대 백세건강

길은 달리기를 통해 수많은 지식과 지혜를 전해 주자에게 힘을 준다

달리기는 희열을 향한 자기 개방이다. 주변 환경과 몸으로 직접 만나는 일이므로 여러 장소의 감각적 조건에 끊임없이, 거리낌없이 자신을 맡기게 된다. 냉기는 달리기에 소금과도 같은 것이다. 규칙적 질서를 뒤흔들어 놓기는 하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보증한다.

글 | 이동윤 이동윤외과의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1-21 09:58

달리면서 즐기는 풍경은 단순히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 이전에 어떤 정서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대부분이다. 어떤 장소가 자아내는 각각의 느낌들은 주자가 세상을 접촉하는 기분과 심리에 따라 다르며, 물과 숲, 공기와 땅, 그리고 그들을 구성하는 원소들의 세계와 관련이 있다.  

달리기는 땅과 공기와 물과 숲 등 원초적이고 원소적인 세상과의 만남의 수단이다. 달리기는 사회적인 공간을 세상에 종속시킴으로써 우리 내면에 성서러운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달리면서 만나는 사람이나 장소와의 인연을 통해 자신의 근원에 변화를 가져오는 존재감을 느낀다.

도시 자연 속에 묻혀 오랫동안 평범한 사물들을 까마득히 잊고 심드렁하게 지내온 도시 사람들에게 이런 메아리 같은 내밀한 울림은 기적마냥 놀라운 감격적 사건이다. 그런 만큼 달리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우습게 보일 뿐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한 겨울에 차가운 냉기 속을 숲속이나 들판을 달리면 그때의 기억은 마음속에 남아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찬 바람이나 눈속에 서면 우리는 무한하고 진동하는 어떤 우주 속에 던져진 피조물로 되돌아간 자신의 존재를 느낀다.

낮과 밤, 더위와 추위, 비와 눈 같은 자연 현상들은 경이로움과 두려움이라는 두 가지 얼굴을 대면시킨다. 그에 따른 괴로움과 즐거움, 그리고 아쉬움, 또 오늘이나 내일 다시 그런 순간을 되풀이하여 맛보고 싶은 향수에 젖게 된다. 

그런 경험은 일상의 지각에서 시작하지만, 자아를 초월하는 피안의 세계와 접하는 방식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겨울은 더할 수 없는 낭만과 감동의 세계지만,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수한 생명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가늠할 수 없는 섬뜩한 두려움이 되살아나는 시간이다.

마음의 준비나 의복 등 보온 대책이 부실한 상태에서 출발하면 처음 얼마 동안의 즐거움이 몸이 서서히 부자연스럽게 굳어지는 고통과 불안이 공포로 변하면서 오던 길로 되돌아가고 싶어진다. 주위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고요한 겨울 냉기에 기가 꺽여 가던 길을 되돌아온다.

달리기는 희열을 향한 자기 개방이다. 주변 환경과 몸으로 직접 만나는 일이므로 여러 장소의 감각적 조건에 끊임없이, 거리낌없이 자신을 맡기게 된다. 냉기는 달리기에 소금과도 같은 것이다. 추위가 규칙적 질서를 뒤흔들어 놓기는 하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보증한다.

길은 살아 있다. 우리가 달리는 길은 언제나 여유를 가지고 우리를 어디론가로 데려간다. 길이 제 갈 길이나 제 목표를 모르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길을 밟는 발의 관능적인 쾌감은 어떤 길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심지어 미끄러운 길까지도 재미있어한다.

달리기는 전신의 감각을 열어놓고 몸을 맡긴 채 더듬어가는 길을 벗삼아 살아있는 관계를 맺는 가운데, 매순간 발밑에 밟히는 땅을 느끼고 배우게 만든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거쳐가는 길 위의 숱한 사건들을 골고루 기억하고 즐기게 된다. 

칼럼니스트 사진

이동윤 이동윤외과의원장

이동윤외과의원장

전 한국달리는 의사들 회장
Lee Dong Yoon, President of the Korean Practicing Surgeon's Association

등록일 : 2019-01-21 09:58   |  수정일 : 2019-01-2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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