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메뉴

시리즈 | 황근 교수의 유쾌한 세상
  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인터뷰'와 '국제시장'의 흥행비결이 궁금하다고?

글 | 황근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필자의 다른 기사

작년 연말과 올 초 큰 관심을 모은 영화가 두 개 있다. 하나는 북한 김정은 체제를 코믹하게 그린 ‘인터뷰’이고 다른 하나는 천만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는 ‘국제시장’이다.
 
이 두 영화의 흥행성공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엄청나게 잘 만든 수작이어서가 아니라 영화를 둘러싼 외부 갈등이 흥행을 더욱 부추겼다는 점이다. ‘인터뷰’가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사건으로 관심이 커졌다면, ‘국제시장’은 진보적 성향 평론가들의 정치적 혹평과 논쟁이 이어지면서 흥행이 증폭된 느낌이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인터뷰’의 작품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코미디라는 장르 장체가 관객들의 사회·문화적 환경차이에 따라 공감 정도가 크게 반감되는 ‘문화적 할인(cultural discount)’이 매우 높은 장르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전에 있었던 미국의 3류 코미디 영화들처럼 미국을 벗어난 다른 지역에서 대박 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그동안 헐리우드 영화들이 보여주었던 아주 어설프고 매우 비현실적인 동양인에 대한 묘사들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 역시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북한체제에 대한 조소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더 심할 수도 있다.
    
본문이미지
▲ 영화 '국제시장'.

그럼 ‘국제시장’은 어떨까? 필자 역시 영화 내내 흐르는 눈물을 훔치기 바빴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특히 ‘이산가족 찾기’ 장면은 펑펑 울게 만들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눈물은 많이 흘렸지만 엄청나게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솔직히 ‘영화적 감동보다 영화소재가 만들어낸 동감’이 더 큰 것 같았다. 어쩌면 ‘사실보다 더 큰 감동은 없다’는 말을 입증해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관객들의 눈물바다가 이어지면서 어느덧 초대박 영화의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는 천만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두 영화의 흥행에 영화내용도 있지만 극장 밖에서 벌어진 갈등이 한 몫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다분히 정치적 갈등이라고 하는 점이다. ‘인터뷰’는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한 북한의 방해가 흥행을 촉발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초강대국이라고 자부하는 미국을 제국주의자라고 비방하면서 무모하게 도전하고 있는 최빈국 북한 지도자를 웃음거리로 묘사한 것이 미국인들의 ‘애국주의’를 부추긴 것 아닌가 싶다.
 
‘국제시장’은 감독도 말했듯이, 6.25전쟁 세대의 힘겨웠던 삶의 역정을 사실적으로 극화한 것이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평론가들이 ‘역사의식이 결여된,,,,,, 기성세대의 반성이 전혀 없는.... 토가 나오는’ 등의 비판적 발언들은 쏟아내면서, 별 생각 없던 소시민들의 호기심을 도리어 자극한 것 같다. 솔직히 이 영화를 보고 박정희 개발독재시절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본문이미지
▲ 영화 '인터뷰'.

결과적으로 이 두 영화는 북한과 진보성향 평론가들의 ‘noise marketing’이 성공한 셈이다. 때문에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북한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국제시장’ 흥행에 크게 기여한 진보적 평론가들은 자충수에 빠져버린 듯하다. 1990년대 이후 한국영화는 진보진영의 전유물이 되었다.
 
때문에 한국영화는 진보적 아니 최소한 사회비판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어야 만 한다는 무의식이 지배하고 있었다. 때로는 마치 강박관념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영화 뿐 아니라 모든 문화 영역에 팽배해 있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국제시장’은 정말 역사적 문제의식이 결여된 ‘허접이나 쓰레기’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국제시장’에 대한 진보적 평론가들의 신경질적인 과잉대응은 모든 문화상품들이 정치·사회적 의식을 내재하고 있어야 한다는 낡은 정치이데올로기의 유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20세기 말 진보적 학자들이 그토록 열망했던 포스트모던 시대의 한 가운데 이미 살고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포스트모던 사회란 산업사회를 지배했던 획일성에서 벗어나 각자 주관대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는 다양성이 지배하는 사회일 것이다.
 
IT기술 발달에 힘입어 이미 우리는 그런 사회에 들어와 있다. 때문에 이제 문화적 취향도 ‘이렇게 봐야 한다’라는 획일적 규범이 아니라 ‘그냥 각자가 생각대로 보는 것일 뿐’이다. ‘국제시장’이 극장 밖에서 보여준 것은 ‘보수적 개발독재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한국 진보의 정치적 강박관념’ 아닌가 싶다.
 
등록일 : 2015-01-14 12:23   |  수정일 : 2015-01-14 13:44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칼럼니스트 사진

황근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육군사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학위취득후 옛 공보처 산하 한국방송개발원(현재 콘텐츠진흥원으로 통합) 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방송‧통신정책에 대한 실제와 이론들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였다.

그 후 정부의 여러 다양한 방송정책에 참여하였고, YTN라디오에서 시사토론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또한 방송법제연구회장과 정치커뮤니케이션연구회 회장, KBS이상 등을 역임하였다. 최근에는 각종 언론과 페이스북 등 SNS에 언론, 정치,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 대해 활발한 평론활동을 하고 있다.

독자 리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맨위로

하단메뉴

개인정보 취급방침독자센터취재제보광고문의조선뉴스프레스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