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메뉴

시리즈 | 황근 교수의 유쾌한 세상
  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정치인만 보면 떠오르는 추억의 야바위꾼들

꼼수로 흥한 자 꼼수로 망한다.

글 | 황근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필자의 다른 기사

본문이미지
예전 길거리에서 흔히 보던 '컵 야바위'가 요즘은 마술의 소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사진은 TV조선의 예능프로그램인 ‘매직홀’에 출연한 마술사 최현우가 작은 컵 속에 숨긴 공을 알아맞히는 모습. / TV조선 제공
 
 
필자는 종로 계동골목(비원 옆 지금 현대사옥 위치하고 있는 곳)에 있는 중학교를 다녔다. 뺑뺑이 초기세대로서 공동학군에 있던 학교를 배정받았던 것이다. 때문에 방과 후 놀이터는 종로와 청계천, 을지로가 주 무대였다. 특히 종로4가에서 퇴계로까지 이 도로들을 가로지르는 세운상가 구름다리는 특히 놀기 좋은 곳이었다.
 
이 세운상가 육교에는 각종 노점상들이 죽 늘어서있었다. 호떡, 토스트를 파는 구루마(?)부터, 청춘들이 좋아했던 이른바 '빨간 책(빨간색 표지로 된 말하자면 음란소설)과 '김일성의 침실' '가루지기' 같은 도색만화(요즘 기준으로 보면 너무나 건전한 성인만화 수준이었던), 그리고 아주 흔치는 않았지만 지나가는 아저씨들 귀에다 대고 낮은 목소리로 '야한 비데오 있어요'라고 말하는 호객꾼들도 있었다. 아울러 빠지지 않은 것이 바로 야바위다. 박포장기나 바둑 야바위가 있지만 야바위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컵 3개 놓고 주사위 들어있는 것 고르는 ‘컵 야바위’가 단연 으뜸이다.

거의 매일 이곳에서 놀다보니 야바위꾼이 어떻게 이기는가를 알아차린 것이다. 방법은 이렇다. 야바위판에 항상 몰려있는 3~4명은 같은 패거리들이다. 이들은 누군가 미끼에 걸릴 것 같다 싶으면 갑자기 돈을 걸고 두서너판 딴다. 그리고 막 흥분해서 소리지르고, 야바위꾼은 마치 큰 손해를 본 것처럼 능청을 떤다. 그러면서 점점 판돈을 크게 만든다. 그러면 미끼를 부추겨 결국 돈을 걸게 만든다. 물론 미끼는 처음부터 큰 돈을 걸지 않는다. 그리고 한·두판 돈을 따게 만든다.
 
결국 패거리꾼들이 바람을 잡아 큰돈을 걸게 만든다. 하지만 이 판은 무조건 미끼가 진다. 왜냐하면 이판에는 세 개의 컵 어디에도 주사위가 없기 때문이다. 야바위꾼의 안주머니나 소매 안에 들어있다. 야바위꾼은 미끼가 돈을 걸었던 컵을 열어 보이고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한 다음 돈을 쓸어간다. 
 
그래서 같이 다니던 단짝이 생각해 낸 방법은 야바위 패거리들이 돈을 따는 바람잡이 판에 그들이 거는 컵 뒤에 슬쩍 따라가는 것이다. 실제 그렇게 했더니 야바위꾼은 똥 씹은 표정을 하고 마지못해 돈을 내어준다. 왜냐하면 그들의 목표는 내가 아니라 미끼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두번 적은 돈이지만 따는 기쁨을 맛보았다.

그러자 어느 날 친구가 아예 한 번에 큰돈을 벌어보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방법은 미끼가 마지막으로 큰 판을 걸 때 즉, 야바위가 소매나 안주머니에 주사위를 넣는 판에 나도 크게 돈을 거는 것이다. 어차피 3개의 컵 어디에도 주사위는 없다. 방법은 돈을 걸었던 컵을 내 손으로 잡고 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야바위꾼이 아닌 주위 누군가에게 나머지 2개의 컵을 열어보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컵들에는 주사위가 있을 리 없다. 왜냐하면 안주머니나 소매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결전의 그날, 친구와 나는 일주일 용돈과 책값을 모두 끌어 모은 돈 2,000원을 걸었다. 작전대로 결정적인 순간에 돈을 걸고 컵을 잡았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누구에게 열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누군가 머뭇거리면서 나머지 컵을 여니 주사위는 당연히 없다.
 ‘아저씨 두 컵에 주사위가 없으니 여기 제가 잡은 컵 안에 주사위가 있겠네요? 돈 주세요 3배’라고 우겼다. 그렇지만 야바위꾼은 내 컵을 열어보자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러면 자기가 속임수 썼다는 것이 들통 나기 때문이다. 결국 우물쭈물하다가 똥 씹은 표정으로 6,000원을 내주는 것이다.

돈을 받자마자 친구와 나는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다. 그러자 그 패거리들이 달려왔다. 중학교 2학년생이 도망가면 얼마나 갔겠는가? 겨우 한 블록도 채 못 도망가고 골목에서 붙잡혔고 친구와 나는 가지고 있던 돈마저 모두 빼앗겼다. 그리고 그 패거리들 한마디 내뱉는다. “애새끼들이 벌써부터 까져가지고.... 다시는 이곳에 얼씬거리지 마!” 그 후 한참 뒤에 그곳에 다시 가보니 그 야바위패거리들은 없었다.
 
“꼼수로 흥한 자 꼼수로 망한다.” 요즘 정치판이나 사회 모두 이렇게 꼼수로 적당이 빌붙어서 한건 해보자는 인간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당연히 ‘꼼수의 말로는 비참하다’는 진리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등록일 : 2014-10-10 09:47   |  수정일 : 2014-10-10 15:45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칼럼니스트 사진

황근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육군사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학위취득후 옛 공보처 산하 한국방송개발원(현재 콘텐츠진흥원으로 통합) 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방송‧통신정책에 대한 실제와 이론들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였다.

그 후 정부의 여러 다양한 방송정책에 참여하였고, YTN라디오에서 시사토론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또한 방송법제연구회장과 정치커뮤니케이션연구회 회장, KBS이상 등을 역임하였다. 최근에는 각종 언론과 페이스북 등 SNS에 언론, 정치,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 대해 활발한 평론활동을 하고 있다.

2건
독자 리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손창호  ( 2014-10-10 )  답글보이기 찬성 : 22 반대 : 15
훌륭하십니다!
맨위로

하단메뉴

개인정보 취급방침독자센터취재제보광고문의조선뉴스프레스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