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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 교수의 유쾌한 세상

21세기 '양철북'이 된 대한민국 야당 의원들

글 | 황근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필자의 다른 기사 2014-08-29 오전 10:14:00

2001년에 발표된 은희경의 소설 마이너리그를 보면,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녔던 ‘58년 개띠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이들은 대학시절 열렬하게 민주화투쟁을 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공부를 아주 잘해 이른바 출세가도를 달린 인물들이 아니다. 그저 베이비붐시대에 태어나 남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 아둥바둥 살아온 인생들이다. 하지만 장년이 되고나서도 여전히 대학시절의 추억 속에 살고 또 나름 그 시절을 견뎌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소설 말미에 이런 말이 나온다.
 
지식인들은 언제나 자기의 시대를 위기라고 말해왔고, 애국자들은 하나같이 자기의 시대를 국난이라고 했다
 
누구나 항상 자신이 경험한 것들은 너무 중요하고 큰 의미를 가진 것처럼 착각하고 산다. 학창시절 잠시 좋아하다 말았던 풋사랑을 순정을 받친 첫사랑이었다는 망상을 진실처럼 착각하고 사는 것이다.
 
필자가 90년대 말에 만나 10여년 가깝게 지내던 지인이 한분 있었다. 그분 표현대로 하자면, 본인‘70년대 말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치열하게 사셨던분이다. 아니 당시에도 여전히 그는 치열하게 민주화투쟁을 하고 있었다. 그 분이 얼마나 열혈 민주투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정치판에 그 흔하디 흔한 민주화투쟁 별(?)’하나 달지 못한 것 보면, 그렇게 골수 운동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찌되었든 그분의 대화 내용은 거의 대부분 운동권 시절 무용담과 같이 운동했던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술 한잔이라도 걸치게 되면 거의 열정적으로 무용담을 토해내곤 했다. 물론 반민주세력(?)들에 대한 거침없는 성토까지 섞어가면서...
 
말 중에 지금 야권이나 시민단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들의 실명이 적지 않게 나오는 것을 보면, 다소 과장된 것 같으면서 또 실제 같기도 하다. 그분에게 대학시절 같이 활동하다 당시 야권이나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던 사람들과의 친분이 엄청난 자랑거리이자 인생의 자산이었던 것 같다. 솔직히 그분의 성품으로 보아 그분들과의 인연은 다소 과장되었다하더라도 사실일 가능성은 높다.
때문에 그분에게 모든 일상사와 사회적 현상 그리고 특정인을 평가하는데 유일한 판단기준은 그 행위를 한 사람이 '운동권 출신'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파렴치한 범죄행위를 해도 그가 대학시절 운동권이라면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든지 그럴 수도 있다라는 평가를 내리기 일쑤였다.
반대로 운동권 출신이 아니면 무슨 일을 해도 지극히 박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극단적인 인지일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1998년 김대중 2003년 노무현 정권 등장이후 그 분은 항상 흥분상태였다. 또 많은 운동권출신들이 출세(?)하는 것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좋아했던 것 같다.
 
반대로 대학 시절 짱돌 몇 번 던져본 적 밖에 없는 저를 보는 시각은 지극히 냉소적이었다. “그 동안 편안하게 잘 먹고 잘 살아온 당신은 당시 고생했던 민주인사들에 큰 빚을 지고 있는 거야!”라는 소리를 훈계하듯이 반복해대었다. 대학시절 데모 한번 제대로 안하고 부모가 끓여주는 따뜻한 밥먹고 편하게 산 그분 말대로 치열하게 살지 못한죄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날 새벽까지 술을 마셔 만취상태에서 항상 그랬던 것처럼 잘못 살아온 나를 심하게 나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선배님은 1980년 이후에 성장이 멈춰진 것 같아요. 마치 양철북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그 이후 결별한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그분과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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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양철북'의 포스터. 양철북의 주인공 소년 오스카는 어릴 때 스스로 계단에서 떨어져 척추를 다치게 하고 성장을 멈춘다. 어른이 되기를 거부한 것. 그 후 양철북을 두드리고 다니며 소란을 피운다.

요즘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장외투쟁에 들어간 야당의원들의 발언을 보면, 그 분 같은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정권 내내 뭘 맨날 심판하겠다고 외치더니 이제는 '투쟁'하겠단다. 그리고 쟁취하겠다고 한다. 이분들 역시 80년대 운동권시절에서 성장을 멈춘 사람들 아닌가 싶다. 어쩌면 성장을 멈춘 게 아니라 양철북 주인공처럼 성장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 야당정치인들이 진짜 은희경 소설에 나오는 마이너리거들인지 모른다.
칼럼니스트 사진

황근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육군사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학위취득후 옛 공보처 산하 한국방송개발원(현재 콘텐츠진흥원으로 통합) 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방송‧통신정책에 대한 실제와 이론들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였다.

그 후 정부의 여러 다양한 방송정책에 참여하였고, YTN라디오에서 시사토론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또한 방송법제연구회장과 정치커뮤니케이션연구회 회장, KBS이상 등을 역임하였다. 최근에는 각종 언론과 페이스북 등 SNS에 언론, 정치,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 대해 활발한 평론활동을 하고 있다.

등록일 : 2014-08-29 오전 10:14:00   |  수정일 : 2014-08-2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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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 2014-08-29 )  답글보이기 찬성 : 10 반대 : 7
맞는 말씀입니다.
이근수  ( 2014-08-29 )  답글보이기 찬성 : 19 반대 : 2
옳소!
이성규  ( 2014-08-29 )  답글보이기 찬성 : 5 반대 : 1
공감이 오는 글입니다
이광섭  ( 2014-08-29 )  답글보이기 찬성 : 8 반대 : 3
80년대 학교다닐때, 운동권 애들 하는 걸 보고 이런 사람들이 나중에 정권을 잡게 된다면 나라가 어떤 꼴이 될까하고 진실로 절망했었어요
광주  ( 2014-08-29 )  답글보이기 찬성 : 24 반대 : 5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80년대 주체사상을 학습하였던,소위 운동권 출신이었던 한 50줄의 사업가가 여전히 20대 운동권 사고방식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반정부,반민주적인 종북사상에 쩔어있는 것을 보고 나도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양철북이란 책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당신은 20살 그 나이에서 하나도 성장하지 못했다. 나이는 오십이 넘었지만 사고는 운동권 20살 그대로다. 참 답답하다 이런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fpxj  ( 2014-08-30 )  답글보이기 찬성 : 4 반대 : 2
국회만 법을 제정하는 곳이라 무소불휘를 휘두르는거죠. 자격 없는 국회 해산할 권리를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선진화법은 국회를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견제와 균형이 안 이루어 집니다. 국민이 법도 만들고 국민이 국회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회가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됩니다.
최건성  ( 2014-09-20 )  답글보이기 찬성 : 5 반대 : 7
차라리 순수했던 어린시절에서 멈추었으면 좋은 소설가가 되었을것을, 그들을 동조하고 따르는 젊은이들을
어떻게 할것인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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