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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유슬기 기자의 연예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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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수라'...최고급 비빔밥인가, 맛없는 소문난 잔치인가?

글 | 유슬기 인터넷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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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중생관에 따르면 중생은 지은 업에 따라 천상, 인간, 아수라, 아귀, 축생, 지옥으로 윤회하게 된다. 아수라는 그 중 서로 헐뜯고 싸우기를 좋아하며 지혜는 있지만 성질이 거칠어 싸움을 좋아하는 탓에 쫓겨난 이들이 머무는 곳이다.
 
<아수라>는 이 날것같은 싸움에 대한 영화다. 김성수 감독은 영화를 보면 주인공 곁에서 시시하게 살다가 죽어가는 악당이 있다. 그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범죄 액션 누아르 영화를 보면 악당의 하수인들은 하나같이 맹목적인 충성을 다짐하다가 별 볼 일없이 죽어간다. 그는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고 나니 이렇게 소모당하고 사라지는 이들이 도처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영화 <아수라>에서도 악의 꼭대기에 있는 황정민(박성배 역)은 정우성(한도경 역)이나 주지훈(문선모 역)이 자신의 지시에 잘 따를 때는 기름진 먹이를 던져 주지만, 이들이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새를 보이면 목줄을 그러잡는다. 결국 아수라는 개 취급을 받던 어떤 악인이 자신의 주인인 더 큰 악인을 무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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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주인을 무는 이야기
 
때문에 영화에는 약하고 악한 자와, 강하고 악한 자가 등장한다. 여기에는 일말의 선이 없다. 악하고, 악하고, 악한 인물만 등장하는 덕분에 영웅이 등장해 이 상황을 일망타진해 주리라는 부질없는 소망은 싹도 나지 않는다. 황량한 도심의 뒷골목에서 이들은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을 비정하게 비출 뿐이다.
 
김성수 감독은 이 장면들을 측면이나 뒷면이 아닌 정면 앵글로 잡았다. 사운드도 다듬지 않았다. 배우가 느끼는 공포와 통증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서다. 더구나 이 악인은 황정민과 곽도원의 얼굴을 하고 있다. 관객은 이들이 악인을 연기할 때 얼마만큼 잔인해질지 익히 알고 있다. 눈을 돌리고 귀를 막아도 거기에는 신음하고 포효하는 정우성이 있다.
 
<아수라>는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이 만난 네 번째 작품이다. 정우성의 얼굴은 <비트>의 청춘과 <태양은 없다>의 청년, <무사>의 어른 남자를 지나왔다. 이제 그는 찌들대로 찌든 피로하고 비열한 중년의 얼굴을 하고 있다.<아수라>에서 그는 단 한 장면도 멋있지 않다. 감독은 보란 듯이 정우성을 통해 인물의 외모와 수트, 이미지와 인격을 망가뜨린다. 영화를 찍고 나니 가장 악한 인물은 김성수 감독이었다는 정우성의 우스개처럼, 영화는 한 순간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없는 지옥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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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가능한 캐스팅으로 전형적인 인물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최고급 재료로 비빔밥을 만들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많았지만 맛이 없었다는 혹평도 눈에 띈다. 한편 연기와 흥행이 검증된 안전한 배우들로 한국영화가 가보지 않은 길로 갔다는 건 영화의 소득이다. 현실도, 영화도 메시아적인 영웅이나 개인의 선의가 아니라 악에 대한 각성과 구조와 시스템의 변화로만 바꿀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이곳은 여전히 거대한 양아치의 세계’ 일 뿐이다
 
등록일 : 2016-10-10 15:16   |  수정일 : 2016-10-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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