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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유슬기 기자의 연예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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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열차에 탑승하시겠습니까...영화가 준 유일한 위로는?

영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 | 유슬기 톱클래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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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는 손에 닿을 듯 가까이에 있을 때 증폭된다. 영화 <숨바꼭질>이나 <이웃사람>이 특별한 특수효과나 CG 없이도 충분히 공포스러웠던 이유다.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우리집, 내 이웃이 공포의 숙주가 되었을 때 주인공과 관객은 도피처를 잃는다. <부산행>은 KTX를 다룬다. 표를 끊고 들어가 앉으면 어느새 우리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었던 이 친숙한 탈것에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가 동승한 순간 기차는 지옥행 급행열차가 된다.
 
<부산행>은 <돼지의 왕>, <사이비> 등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어 온 연상호 감독의 첫 장편 실사영화다. 그는 제작보고회에서 <부산행>이 그저 자신의 세 번째 장편 영화로 불리길 바란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85억이라는 제작비와 공유·정유미·마동석 등의 걸출한 배우의 출연, 제 69회 칸 국제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소식 등으로 <부산행>에 대한 기대치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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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의 연상호 감독

영화를 보면 감독의 성향이 느껴진다. 그는 섣부른 희망이나 영웅적인 인물의 구원을 경계한다. 어떤 경로로 좀비가 탄생하게 되었는가도 애써 설명하지 않는다. 우리가 방어할 수 없는 재앙이 찾아왔을 때, 그 비극의 방문에 반응하는 인간의 군상만이 있을 따름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보면, 우리가 정말 무서워해야 할 것이 좀비인지, 인간인지 혼란스러운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만약 내가 저 열차에 타고 있다면, 저 아비규환 속에서 나는 어떤 인물일까를 돌아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뒤에서 달려오는 이들을 위해 손을 내미는 사람인지, 그들 앞에서 객차의 문을 닫는 사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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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 뒤에 남는 것은 일종의 비애다. 영화는 그들을 구하지 못한다. 때문에 우리가 구하지 못한 숱한 이들이 떠오른다. 영화 속에는 그럼에도 그 안에서 ‘인간의 생명은 누구든 존엄하다’는 단단한 믿음으로 연대한 이들이 있다. 이들은 기꺼이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다. 그 성숙한 이름 모를 누군가 덕분에 이기적이고 냉정했던 이들이 한 뼘 성장한다. 그것은 희망이라기보다는 희생이다. 그렇게 큰 대가를 지불하고도 변한 것이 없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비극에 깨물린 비극이 찾아왔을 때
 
이제 재앙은 도처에 있다.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다가, 쇼핑몰에 있다가, 혹은 공연을 관람하다가 폭탄이 터지거나 총알이 날라드는 일이 우리 생애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는 세상을 산다. 불행히도 우리는 그 재앙을 예방할 믿음직한 시스템이나 바람직한 콘트롤 타워를 아직 갖지 못했다. 그래서 영화는 묻는다. 어느 날 출발한 당신의 기차에, 그리고 당신의 옆 좌석에 비극에게 깨물린 비극이 찾아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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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안 역을 맡은 배우 김수안

영화는 주인공 석우(공유)의 시점도 아니고, 좀비의 시점도 아니고, 어린 수안의 눈에 비친 세상을 비춘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수안은 성경(정유미)의 손을 꼭 잡는다. 어떤 어른은 아이를 지키다가 죽었고, 어떤 어른은 아이를 밀쳐내고 살려다가 죽었다. 그리고 아이는 살아남았다. 그가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아이는 가까스로 어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것이 영화가 준 유일한 위로이자, 자비다.
 *영화 <부산행> 7월 20일 개봉
등록일 : 2016-07-15 16:22   |  수정일 : 2016-07-1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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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욱  ( 2016-07-16 )  답글보이기 찬성 : 7 반대 : 7
이 영화에서는 어느 디젤기관차의 생전 최후의 모습을 볼 수 있음.이제 열차 현차매각이 금지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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