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메뉴

시리즈 | 유슬기 기자의 연예시대
  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조선마술사> 고아라 인터뷰, "승호는 어른스러워요"

조선시대 최고의 환술사이던 환희는 청나라로 끌려가던 공주 청명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 마법 같은 사랑이야기는 배우들이 관객을 설득할 수 있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소녀에서 여인이 된 배우 고아라를 만났다.

글 | 유슬기 톱클래스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본문이미지
오디션은 현재 스타가 되는 가장 빠르고 넓은 길이다. 가수, 밴드, 모델, 셰프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몰려든 각 분야의 도전자들이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고아라는 이 ‘슈퍼루키’의 원조다. 그는 2003년, SM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에서 8,231:1의 경쟁을 뚫고 최후의 1인이 됐다. 고작 열세 살 때 일이다. ‘친구가 백댄서가 필요하다고 해서 따라갔다가 우연히 발탁됐다’는 오디션의 전설 같은 이야기도 함께다.
 
일찌감치 대형 기획사의 우량주가 된 그는 이후 더 혹독한 오디션을 치르게 된다. 1,000:1의 경쟁을 뚫고 발탁된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에서는 네 명의 연출자를 만났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는 중학생이 된 옥림이를, 2005년부터 2006년까지는 고등학생이 된 옥림이를 연기했다.
 
학창시절을 반납하고 현장을 학교처럼 다녔다. 연기경력이 전무했던 그에게 그 3년의 트레이닝은 카메라 앞에서 받은 공개수업이나 다름없었다. 이 후에는 좀 더 본격적인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2007년 일본과 몽골 합작으로 만든 영화 <푸른 늑대>에서는 칭키스칸의 사랑을 받는 여인 쿠란 역을 맡았다. 이 역에 응시한 배우는 한, 중, 일을 합쳐 4만 여명에 이르렀다. 춤과 노래, 연기와 일본어까지 선보인 고아라는 “내 이름이 호명되는 걸 듣고도 어안이 벙벙했다”고 했다. 이후 일본, 홍콩, 울란바토르에서 한 해를 보냈다. 당시 그의 나이 열일곱이었다. 
 
사춘기는 뒤늦게 찾아왔다. “여긴 어디고, 난 누구지?”라는 질문이 슬그머니 피어올랐다. 하나의 역할을 위해 쉴 틈 없이 연습하고 연마하고 응시하고 통과하던 오디션의 연속, 그러는 사이 고아라는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리고 2013년, <응답하라 1997>의 오디션이 있었다. 당시 고아라의 모습을 신원호 PD는 이렇게 기억했다.
 
“고아라를 만났는데, 간절함이 느껴졌다. 여러 작품을 했는데 떠오르는 건 10년 전의 드라마 <반올림>이었다. 그 이미지를 뒤집을 수 있다면 더 파급효과가 클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본인의 의지가 강했다. 나와 작가에게 가슴으로 와 닿았다.”
 
본문이미지

진짜 나를 만나는 순간
 
<응답하라>의 나정이를 만나면서, 고아라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건널 수 있었다. 비로소 배우로서의 오디션을 마친 기분이었다. 이후 나정이를 닮은 캐릭터들이 고아라에게 찾아왔다. 그가 선택한 것은 혼란의 조선시대, 청나라의 왕비가 된 비운의 공주였다.
 
“청명은 아주 슬프면서도 무척 사랑스러운 면을 함께 갖고 있어요. 그런 매력 때문에 선택을 했는데, 그래서 어려웠어요. 청명의 모델이 된 의순공주가 실제로 열여섯이었어요. 소녀의 감성을 지녔으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강해지는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본문이미지
<조선마술사>는 군대에 다녀온 배우 유승호의 복귀작이자 고아라의 첫 사극이다. 순정만화를 찢고 나온 것 같은 두 사람의 만남에 제작 전부터 화제가 됐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1650년, 청나라 구왕이 조선의 공주를 아내로 삼겠다고 선포하자 효종임금은 자신의 미혼 공주들을 급히 결혼시키고 종친의 딸을 양녀로 삼아 청으로 보낸다. 이렇게 간택된 이가 의순공주, 스러져가는 가문과 나라를 위해 ‘의에 순복한’ 공주라는 뜻이다.
 
“모두를 위해 희생양이 된 공주가 처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걸 알게 된 순간이 있어요. 자신의 자아를 찾은 거죠. 영화에서는 그게 환희(유승호)와의 사랑이지만, 모두에게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고 믿어요.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고요.”
고아라가 자아를 찾은 순간은 대학교에 입학한 뒤의 일이다. 공백으로 남은 학창시절을 벌충이라도 하듯 그는 학교생활에 열정을 불태웠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 가장 고민했던 시기에요. 저한테는 <반올림>이 학교였어요. 현장에서 배우면서 뼈대를 세웠는데, 공부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대학에서 살을 붙이고 이론을 익혔죠. 덕분에 동기들에 비해 좀 더 빨리 졸업을 할 수 있었어요. 학창시절에 없던 추억이 대학 때 좀 채워진 거 같아요.”
 
헛헛하던 속이 채워지자 다시 작품을 할 힘이 생겼다. 영화 <파파>와 <페이스메이커>를 찍으며 배우 박용우, 김명민, 안성기 등 깊은 배우들과 한 시절을 보냈다. 두 작품 모두 흥행에서는 아쉬움을 맛봤지만 배우 고아라의 인생에서는 분기점이 됐다. 선배 배우들이 작품을 대하는 태도, 작품을 위해서 아낌없이 자신을 내던지는 모습은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호위무사 이경영과 함께 했다. 카메라가 켜져 있든 꺼져 있든 항상 공주를 바라보듯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 덕분에 ‘보기만 해도 울컥’하는 순간이 많았다고 했다.
 
본문이미지

“항상 책임감이 무거웠어요. 한참 선배님들과 하는데 누가 되면 안 된다는 부담과 제 몫을 해내야한다는 생각이 늘 있었거든요. 그런데 선배님들이 저보다 더 한 씬 한 씬에 최선을 다하시는 걸 보면서 ‘배우가 이런 거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느낌은 고아라가 현장에서 자신을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 특히나 밤에 찍는 촬영이 많았던 이번 영화에서는 매일 졸음 껌을 입에 달고 살며 졸음을 쫓았다. 2년 만의 복귀작이라 걱정이 많았던 상대 배우 유승호에게 살갑게 이야기를 건네며 분위기를 풀어준 것도 그의 몫이었다. 선배들이 그에게 그러했듯이.
 
본문이미지

“처음으로 저보다 어린 배우랑 호흡을 맞췄는데요.(웃음) 승호군이 나이에 비해 굉장히 어른스러워요. 본인은 부담이었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하더라고요.”
의주의 용광로라 불리는 환술사 환희와, 청나라로 향하는 사행길에 잠시 의주에 들른 공주 청명은 잠시나마 마법같은 사랑을 나눈다. 운명의 굴레에 묶였으나 자유를 꿈꾸는 두 사람의 마음이 만난 것이다. 청명을 만나 환희는 처음으로 “나는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도, 마법을 부리는 사람도 아니지만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고 말하고, 청명은 누명을 쓴 환희를 살리기 위해 “전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그런 사랑이 찾아오기를 저 역시 꿈꿔요. 아무것도 두렵지 않고,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는 사랑의 힘이란 게 뭘까요. 일단 밖으로 나가서 많이 만나봐야 하는데, 제가 그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 꿈만 꾸고 있습니다.(웃음)”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고아라의 원래 꿈은 아나운서였다. 중학교 때는 방송반에서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 발성을 연습하던 학생이었다. 꼭 “아홉시 뉴스, 고아라입니다”까지 하고 불을 끄고 나왔다고 했다. 배우가 된 지금도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다. <툼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를 보면 액션을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여전사가 되고 싶고,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을 보면 대책없이 망가지는 로맨틱 코미디도 하고 싶다.
 
본문이미지

“제가 겁이 좀 없는 편이에요. 뭔가에 도전하고 해내는 걸 좋아하고요. 언젠가는 연극무대에도 꼭 서보고 싶어요. 대학교 때 팀웍으로 무대를 꾸려봤는데 무척 재밌더라고요. 현장에서 연극 배우 선배들을 보면 내공이 느껴져요.”
 
갈색과 회색이 약간씩 섞인 그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제가 너무 흥분했나요?”라며 수줍게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마 많은 오디션의 심사위원들이 고아라에게서 발견한 것은 이런 모습일지 모른다. 솔직하나 공손하고, 최선을 다하되 상대를 부담스럽게 만들지 않는 순수한 열정. 영화 개봉 전 jTBC <뉴스룸>에 출연했을 때 손석희 앵커는 그를 보고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겠다”고 했다. 이렇게 만나 보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
 
등록일 : 2016-01-07 07:27   |  수정일 : 2016-01-07 09:30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 리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맨위로
자유지성광장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하단메뉴

개인정보 취급방침독자센터취재제보광고문의조선뉴스프레스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