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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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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고약한(?) 80세 할아버지 바리스타.

글 |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필자의 다른 기사

"도쿄(東京)에 3년에서 10년동안 숙성한 커피를 파는 카페가 있습니다."
 
일본친구 '도미타 가즈나리(富田一成·62)'씨가 오래 전부터 한 말이다. 커피는 갓 볶아서 내려 마셔야 한다는데, 오랫동안 숙성을 해서 커피를 내린다는 사실을 필자의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도쿄에 간 김에 거기를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도쿄의 중심부 긴자(銀座)에서 지하철을 타고 우에노(上野)에 갔다.
 
도미타 씨가 우에노 역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필자는 그와 함께 10분정도 발품을 팔았다. 멀리 필자의 눈에 한자(漢字)로 무뚝뚝하게 쓰인 커피숍의 간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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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야마커피점(北山珈琲店)'
 
횡단보도를 건너서 골목으로 가자 커피숍의 옆얼굴이 또 하나 있었다.
 
'숙성커피콩판매(熟成珂琲豆販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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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간판으로도 무뚝뚝한 커피숍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커피숍의 외관은 시대의 흐름과 관계없는 아니, 아예 무시해버리는 허름한 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나이가 80세쯤 돼 보이는 주인장이 "문에 쓰인 글을 읽고서 들어오세요"했다. 목소리는 낮았으나 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필자와 도미타 씨는 다시 밖으로 쫓겨 나왔다. 그리고서, 또박또박 글을 읽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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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점은 커피를 마시기 위한 집입니다. 다목적으로는 이용될 수 없습니다.
 
이글을 아예 액자로 만들어서 문(門)에 걸어놓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종이로 쓴 추가의 안내문도 붙어있었다.
 
기다림, 상담, 독서, 일처리 등 커피를 마시는 것 이외의 이용은 절대로 사절합니다. 내점(來店)후 30분 정도 머물러주시기 바랍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일까. 필자의 궁금증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안내문을 숙지하고서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다. 커피숍은 거의 창고였다. 커피콩 마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카운터에 몇 자리, 테이블 두 개에, 불쌍하게 구색을 맞춘 의자 7개가 고작이었다. 카운터에는 중년 신사 한사람이 커피 한잔 시켜놓고 우두커니 천장만 쳐다보면서 앉아 있었다. 필자가 메뉴를 달라고 하자, 젊은 종업원은 눈짓으로 테이블위에 있다고 했다.
필자 눈이 크게 떠졌다. 값이 비쌌기 때문이다. 기본이 980엔(9800원), 좀 비싼 것은 3000엔(30000원)에서 4000엔(40000원)이었다.
 
동행한 도미타씨도 '비싸다'고 했다. 둘이서 커피를 고르는 동안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나더니 할아버지 바리스타가 원두를 포장해서 세월을 낚는 듯 앉아있던 카운터의 손님에게 건넸다. 생산지별로 팔고 있는 100-200그램 정도의 원두였다. 잠시 후  종업원이 필자에게 다가와서 주문을 받았다.
 
커피 마시는 방법까지 명시해

필자는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Blue Mountain) 시켰고, 도미타씨는 에티오피아의 예가체프(Yirgacheffe)를 시켰다. 얼음 물 잔이 먼저 나왔다.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들어보니 어디선가 걸려오는 전화는, 대체로 뭔가를 거절하는 것이었다. 20분 만에 주문 한 커피가 나왔다. 커피 향은 무척 진했다. 숙성원두이니 그럴 수밖에. 이 가게는 커피를 마시는 방법에 대해서도 글로 명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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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사진
"일단 반 정도는 블랙으로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설탕을 적당히 넣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우유를 넣되 젓지 마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가게의 지시(?)대로 커피를 마셨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농후한 맛과 나무 같은 무딘 맛이 났다.
 
필자는 커피숍의 엄정한 분위기 상 어떠한 느낌도 말로서 표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다른 사진은 아니 되고 얼굴이 나오게만 된다면서 사진을 '딱 한 컷만 찍어주겠다'고 했다. 필자는 커피 마대를 등지고 앉아서 포즈를 취했다. 비싼 커피를 마시고, 겨우 찍은 사진 한 장. 필자는 큰 상을 받은 것처럼 감사의 표시를 했다.
 
마대 사이에 숨어있는 메켄토시 전축에서 빠른 템포의 재즈 음악이 흘러나왔다. 계산은 현금. 신용카드는 아예 명함도 못 내밀었다. 침묵을 지키면서 죄인(?)처럼 고개 숙이고 커피를 마신 필자는 밖으로 나와서 도미타 씨와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야! 살았다. 지옥에서 겨우 빠져나왔네. 고약한 할아버지!'
 
필자는 그래도 50년동안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80세 할아버지 바리스타의 장인(匠人)정신이 마음에 들었다. 아무런 잡념도 없이 무아지경에서 커피를 내리는 할아버지 바리스타의 모습에서 경외심(敬畏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에이징 커피(Aging Coffee)

숙성 커피의 사연은 이렇다. 일본인들은 우리와 달리  숙성 즉, 에이징 커피(Aging Coffee)를 즐기는 마니아들이 있다. 재고로 남는 올드 빈(Old Bean)과는 차이가 있다. 에이징 커피는 별도의 보관 시설에서 오랫동안 숙성을 시킨다. 개성 있는 향미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다. 일본인들은 이런 유(類)의 커피가 산미가 낮아지고 단맛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들이 숙성 사시미를 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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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도 유명한 인도의 몬순커피
인도의 아라비카와 로브스타는 에스프레소 용 커피로 인기가 있다. 바디감이 무겁고 산도가 낮아서다. 인도 커피는 몬순(Monsoon)법의 건조 방식이 유명하다. 커피체리를 남서계절풍에 말리는 독특한 방법이다. 이는 인도에서만 할 수 있다. 옛날에 스웨즈 운하가 없을 때 아프리카의 희망봉을 거쳐서 장장 6개월간 바다를 건너 유럽에 커피가 전달됐다. 오랜 항해 기간으로 인해 커피의 그린색이 자연스레 황금색으로 변했다. 그런데, 거기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예상 밖의 향미가 나타났던 것이다. 독특한 커피의 향미의 매력에 유럽인들이 열광했다. 요즈음은 교통이 좋아서 그러한 커피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11월에서 2월 사이에 불어오는 남서 계절풍 몬순을 이용해서 인위적으로 건조해서 커피를 만든다.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깊고 부드러운 향미를 위해서다.
 
세계에서 석유 다음의 거래량이라는 커피-한 잔의 커피에는 이토록 많은 '이야기와 향미. 그리고, 사람들의 대화'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것이다.
등록일 : 2016-01-25 10:13   |  수정일 : 2016-01-2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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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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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신택  ( 2016-01-26 )  답글보이기 찬성 : 11 반대 : 7
터키에서부터 아시아를 섭렵하셨으니,
자마이카, 브라질에 다녀오셔서
한국 커피 소물리에협회장에 취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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