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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흔의 재(嶺) 너머 이야기

북한이 금강산 문화공연을 하지 못하는 속사정

글 | 이상흔 조선pub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2018-01-3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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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남북합동문화행사 사전점검 등을 위해 방북한 우리 측 선발대가 23일 금강산 문화회관 내부를 점검하는 모습./통일부 제공

북한이 다음 2월4일 예정된 금강산 남북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하겠다고 1월29일 밤늦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지난 19일 북한 체제 선전의 선봉대인 현송월 모란봉악단장을 단장(대좌: 대령급)으로 하는 사전 점검단을 내려 보내겠다고 통보를 했다가 그날 밤 뒤집은 이래 두 번째다.
 
통일부는 “북한이 29일 밤 10시10분께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우리 쪽 언론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북한이 취하고 있는 진정어린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의 경축행사까지 시비해 나선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통일부는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남북이 합의한 행사가 개최되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어렵게 남북관계 개선에 첫발을 뗀 상황에서 남과 북 모두 상호 존중과 이해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의한 사항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금강산 남북합동문화공연 일방적 취소에 대해 우리 언론은 2월8일로 예정된 북한 군 창건 열병식에 대한 남측 언론의 비판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는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금강산 문화행사 공연장으로 사용될 금강산문화회관의 시설 정비와 전기 공급 등의 비용을 우리 측이 부담할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상충할 수 있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풀이된다는 ‘꿈보다 해몽’같은 분석 기사도 있었다. 
 
금강산 공연의 일방적 취소가 우리 언론의 보도 내용 탓이라면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과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강릉·서울 공연도 같이 취소해야 이치에 맞지만, 북한이 이를 취소하겠다는 통보를 했다는 보도는 아직 없다.
 
북한이 금강산 합동공연을 취소한 것은 자기들이 금지해온 ‘자본주의 날라리풍 남조선 문화’를 북한 주민들에게는 보여 줄 수 없다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보는 게 가장 합리적인 분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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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표단이 MBC를 방문했을 때 한 걸그룹의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 연합뉴스TV 화면 캡쳐

조선일보는 “지난 27일 북한 윤용복 체육성 부국장이 이끄는 북한 선발대가 서울 마포구 MBC 상암홀에 들어섰을 때 걸그룹의 무대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자 북한 인사들이 허공 또는 바닥을 쳐다보거나 제자리에서 뱅뱅 도는 등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보도했다. 남한에 대표단으로 온 이들이 이 정도로 경색되어 있다면, 현재 북한에서 한류를 차단하기 위한 분위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금강산 남북합동문화공연에서는 우리 측의 케이팝(K-pop)을 포함한 현대음악과 전통음악, 북측의 전통음악, 양측의 협연 등을 공연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퇴폐적인 문화’를 반입·유포·불법보관하거나 ‘퇴폐적인 행위’를 한 죄에 대해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김정은은 작년 말 “전당의 모든 당조직들과 당일꾼들이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뿌리 뽑기 위한 ‘섬멸전’을 강도높이 벌려나가라”고 지시했다. 또한 “법 기관들에서는 비사회주의적 현상의 사소한 요소에 대해서도 강한 행정적, 법적 제재를 가하여야 한다”고 지시할 만큼 한류(韓流)로 대변되는 남한 문화 차단에 체제의 사활을 걸고 있을 정도다.
 
북한이 선발대 혹은 점검단 명목으로 남한에 내려와 숙소와 경기장을 둘러본 것도 북한 선수들과 임원, 응원단, 예술단을 가능한 한 곳에 모아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사전에 동선을 파악해 남한 주민들과 접촉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지 다른 뜻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남북합동 문화공연을 내세웠지만, 우리 아이돌 가수의 공연을 북한 주민들에게 공식적으로 노출하는 것은 명목이 서지 않는 일이다. 또한 소규모 주민들에게 노출되는 정도의 남한 문화도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내부가 취약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이 남북 간 합의를 하루가 멀다하고 우롱할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 정부가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비굴하리만큼 저자세를 취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에 앞서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철저하게 우리 정부를 길들이고, 남남갈등과 한미갈등에 이용하고, 내부 체제 결속의 무대로 삼겠다는 계산된 행보를 하고 있을 뿐이다.
등록일 : 2018-01-30 12:59   |  수정일 : 2018-01-3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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