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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이상흔의 재(嶺) 너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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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을 회복한 북한 병사의 첫 소원이 된 케이팝(K-pop)

글 | 이상흔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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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9일 K-pop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방탄소년단이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 무대에 초청받아 공연을 펼쳤다. / 유투브 관련 영상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 북한군의 집중 사격으로 사경을 헤매던 북한군 병사가 의식을 회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많은 이들은 이 무명 북한 병사가 단 며칠이라도 의식을 회복하여 자신이 그토록 그렸을 자유의 땅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기를 바라며, 그의 소생을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사실상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던 사람이 의식을 회복했다니 이런 것을 두고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는 것일까?
 
어쨌거나 이 북한 병사가 의식을 회복한 후 “남한 노래가 듣고 싶다”며 노래를 틀어달라고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그가 의식을 회복한 후 들었을 첫 남한 노래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해지지만, 신세대 장병이니만큼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K-pop 일 것이다. 아마 지금 북한에서는 이 병사처럼 수많은 군인, 청소년, 젊은이들이 K-pop과 한국 드라마에 빠져서 자유세계를 동경하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K-pop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사경을 헤매다 살아난 북한 병사의 첫 소망이 될 정도가 되었을까? K-pop은 우리나라 대중가요를 기존의 미국 pop과 구별하기 위해 외국의 K-pop 애호가들이 붙인 이름이다.
 
10여 년 전 아시아 일부 국가에 머물던 K-pop은 2007년 걸그룹 ‘소녀시대’ 데뷔를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2009~2010년은 그야말로 K-pop의 부흥기였다. 포미닛, 브라운아이드걸스, 카라, 샤이니, 2PM, 티아라 등 쟁쟁한 그룹이 이 당시 등장했다. 이 무렵 K-pop은 드라마와 영화에 이은 제2차 한류 붐을 주도하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기 시작했다.
 
당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유튜브(You tube)라는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도 K-pop을 세계로 퍼뜨리는 견인차 구실을 했다. 당시 유튜브는 2012년 K-pop의 인기와 영향력을 반영해 자신들의 음악 채널에 K-pop이라는 별도의 카테고리를 개설하기도 했다. 한 나라의 음악이 이처럼 별도의 장르로 대접받은 경우는 없었다. 
 
K-pop은 40대 중후반인 필자의 삶도 많이 바꾸어놓았다. 필자는 1990년 중반부터 2008년 소녀시대라는 걸그룹을 알기 전 10여년 동안 대중음악과 완벽하게 차단된 채 지내왔다. 2008년 무렵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한 기회에 소녀시대라는 그룹을 알게 되면서, 그들의 가창력과 춤실력에 반하게 되었고, 점점 다른 아이돌 그룹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10년 동안 소녀시대, 2ne1, 빅뱅 같은 그룹은 생활의 큰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K-pop은 우리 대중 가요사에서 거의 처음으로 부모세대(주로 1970년대 생)와 자녀세대가 세대를 초월해 같은 노래를 듣고 즐기게 만들었다. 
 
갓 등장한 새내기 아이돌 그룹이 국내 무대를 넘어 세계무대에 진출하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면서 뿌듯함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 히트를 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에 앞서 5~6년간 한류 아이돌 스타들이 세계적으로 폭넓은 K-pop 팬층을 다져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빅뱅과 소녀시대가 데뷔한 지도 어느덧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남녀를 통틀어 이토록 장수하는 아이돌 그룹이 나온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빅뱅과 소녀시대는 어쨌거나 그 일을 해냈고, 대중 가요사에 큰 별로 남을 것이다.

얼마 전 필자는 미국에서 뮤지컬 작곡가로 활동하면서 ‘KPOP(케이팝)’이라는 제목의 뮤지컬을 무대에 올린 헬렌 박을 인터뷰 하면서 그에게 “2012년을 정점으로 K팝 열풍이 한풀 꺾인 것이 아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그렇지 않아요. 미국에서 방탄소년단(BTS)이 K-pop 가수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10위 안에 들었잖아요. K-pop은 미국 팝에 비해 하모니가 복잡하고, 멜로디가 중독성이 있으며, 멋진 안무와 어울려 전 세계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충분히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국에는 한류와 K-pop이 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우리 작품을 통해 K-pop의 매력과 장르의 다양성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미국인들이 K-pop을 알고 나면 금방 빠져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헬렌 박이 언급했던 방탄소년단은 지난 11월 19일 우리나라 K-pop 그룹으로는 최초로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를 통해 미국 TV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 기업 중에 K-pop과 아이돌 그룹에 신세를 지지 않은 업체가 과연 있을까? 대한민국의 위상을 K-pop 그룹 만큼 전 세계에 떨친 이들이 있을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고 한들 일본의 대형 콘서트장에 수만 명의 아주머니 부대를 동원할 수 있을까? 동남아에서, 남미에서, 유럽에서 이처럼 많은 한국 팬들을 만들 수 있을까?
 
심정이라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기업의 대외 이미지 개선에 기여한 공로로 K-pop 그룹을 대표하여 빅뱅과 소녀시대에게 훈장이라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아울러 탈북 병사가 깨어나면 그가 가슴에만 품어왔던 아이돌 그룹과 만남이 이루어지길 바라본다.
등록일 : 2017-11-21 17:07   |  수정일 : 2017-11-2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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