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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의 남자’ 송강호

글 | 선수현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6-04 10:31

 
“‘기생충’은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던 영화다. 이 자리에 함께 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나의 동반자인 송강호의 멘트를 꼭 이 자리에서 듣고 싶다.”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마이크를 넘겼다. 그는 영광의 자리에서 배우 송강호를 잊지 않았다. 봉 감독의 행동에는 20년 세월을 함께 한 동반자에게 말로는 다 전할 수 없는 감정이 묻어났다. 봉 감독은 무릎 꿇고 수상한 트로피를 송 배우에게 바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두 사람이 함께 이뤄낸 쾌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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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은 송강호 배우에게 트로피를 바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와 송강호 배우가 호흡을 맞춘 네 번째 작품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시나리오를 집필하던 봉준호 감독은 절실했다.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감독 데뷔를 하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지만 흥행 실적은 초라했기 때문이다. 그가 주연에 캐스팅하고 싶었던 송강호는 이미 스타였다. ‘믿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봉 감독은 각본을 보냈고 전화를 걸었다. 송강호는 “5년 전부터 당신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며 흔쾌히 허락했다.

1997년, 봉준호 감독이 조감독으로 일하던 한 영화에 송강호 배우가 오디션을 봤다. 결과는 낙첨. 기회는 다른 배우에게 돌아갔지만 봉 감독은 송강호 배우에게 탈락 사유를 음성 메시지로 남겼다. 연기를 인상 깊게 봤으며, 다음에 꼭 함께 작품을 하자는 말과 함께. 송강호는 봉 감독의 메시지를 기억하고 감독이 되면 반드시 그의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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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의 추억’ 제작발표회에서 봉준호 감독(왼쪽)과 송강호 배우(가운데).

두 사람은 결국 ‘살인의 추억’으로 합을 맞췄다. 영화는 약 520만 관객을 모으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두 사람은 그해 대종상 영화제, 대한민국 영화대상 등 굵직한 영화제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나란히 수상했다.

봉 감독과 송 배우는 2006년 개봉작 ‘괴물’로 최단기간에 1,000만 관객의 신화를 열어가며 그 호흡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설국열차’(2013)는 할리우드 스타가 함께 출연하며 세계 영화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우수함을 알렸다. 송강호 배우는 최근 개봉한 봉 감독의 ‘기생충’(2019)에 출연했고 영화는 뜨거운 관심 속에 연일 흥행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개봉 전부터 전 세계 192개국에 선판매되며 역대 한국영화 최다 판매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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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 촬영 현장.

물론 송강호 배우는 박찬욱, 김지운 등의 내로라하는 감독의 영화에도 출연하며 명성을 다졌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의 독창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가장 적합한 배우는 송강호였다. 봉 감독은 송강호를 염두에 두고 각본을 썼고, 송 배우는 봉 감독이 머릿속에서 그린 인물을 스크린에 그대로 구현했다. 봉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일곱 작품 중 네 작품에 송강호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송강호는 어느새 봉준호 감독의 페로소나로 자리매김했다.

송강호 배우와 봉준호 감독은 서로의 성장을 직접 목격해왔다. 무명배우와 조감독은 가장 낮은 곳에서 함께 손잡고 세계무대를 향한 계단을 올라왔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다. 송강호 배우는 ‘기생충’ 개봉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과 네 번째 호흡인데, 매번 어떤 발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봉준호 감독은 작가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깊은 통창력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았다”며 “‘기생충’을 통해 예술가 봉준호의 진화와 한국 영화의 성숙도가 표현된 것 같아 매우 기쁘다”고 봉 감독을 지지했다.

‘칸의 남자’ 봉준호. 옆에는 최고의 콤비 ‘봉의 남자’ 송강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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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촬영 현장.
등록일 : 2019-06-04 10:31   |  수정일 : 2019-06-0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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