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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사망 500주기 다빈치 ‘발명 노트’의 재발견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2019-05-31 09:21

지난 5월 2일은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든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사망한 지 500년 되는 날이다. 조국인 이탈리아는 물론 그가 숨을 거두었던 프랑스 곳곳에서 그의 업적을 기리는 각종 행사가 줄을 잇고 있고, 과학계는 빼곡하게 적힌 그의 연구 노트를 재조명하고 있다. 그는 예술과 과학을 모두 아우르는 융합형 인재로 꼽힌다.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과학과 감성적이고 주관적인 예술의 세계를 하나로 조화시킨 역사 이래 유일무이한 인물이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을 가면 누구나 찾는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한 화가이기도 했던 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다. 사람들이 유독 이 작품에 매력을 느끼는 까닭은 살아 있는 사람처럼 바뀌는 그림 속 모델의 미소 때문이다. 때론 웃는 듯 보이고 때론 무표정한 표정을 짓는 것처럼 보이는 미소의 비밀은 뭘까. 과학자들은 다빈치의 과학적 연구의 결과물에서 그 비밀을 찾고 있다. 바로 눈과 입의 과학적 표현이 그것이다.   
   

▲ 다빈치의 헬리콥터 스케치.


모나리자 미소를 통해 본 다빈치의 과학
   
다빈치는 화가 이전에 과학자였다. 특히 해부학에 관심이 많아 인체의 각 부위를 단면으로 그려낸 최초의 화가였다. 보통 시체 한 구당 일주일 이상 해부해 관찰했고, 단순한 해부학적 구조를 넘어 인체 각 부위의 기능을 비롯해 심혈관계와 신경에 관한 연구 결과를 기록으로 남겼다. 또 자궁 속 태아에 대한 전례 없는 연구를 하기도 했다. 당시 시체를 보관할 냉동기술이나 방부제가 없었음에도 총 30구 이상 해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눈을 이해하기 위해 힘썼다. 안구의 구조를 정교하게 해부하기 위해 삶은 달걀에서 형성되는 글루타민산염으로 안구를 고정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오늘날에도 안구 해부에 앞서 그의 방식과 유사하게 파라핀 같은 응고물로 안구를 고정시키는 방법이 사용된다.
   
그는 또 눈과 연계해 빛의 성질을 파악하는 일에도 힘썼다. 본다는 것은 눈, 즉 생물학적인 부분과 빛이라는 광학이 결합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명암의 미묘한 차이와 빛의 분산을 밝히기 위해 다면체의 각 면에 내리쬐는 빛을 관찰했다. 그 결과 ‘대기 속에서는 수분과 먼지가 빛을 난반사시켜 멀리 있는 물체의 윤곽선이 흐릿하게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대기원근법의 원리를 적용한 결과물 중 하나가 ‘모나리자’다. 관람객들이 모나리자 미소를 볼 때 표정이 바뀌는 듯한 느낌을 받는 이유가 바로 그림의 윤곽선을 뿌옇게 만드는 ‘스푸마토’라는 기법 때문이다.
   
모나리자의 눈가와 입가 윤곽선은 안개처럼 희미하게 표현됐다. 이전까지는 가까운 것은 크게, 멀리 있는 것은 작게 그리는 방식으로 원경과 근경을 표현했지만 다빈치는 멀리 있는 사물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을 이용해 거리감을 나타냈다. 이러한 사실은 프랑스박물관연구복원센터와 그르노블 유럽가속방사광설비 학자들이 X선 형광분광기를 통해 알아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다빈치는 모나리자 눈과 입 주변의 그림자를 2가지 물감을 이용해 여러 번 덧칠했다. 먼저 망간 성분이 든 반투명 물감으로 한 차례 색을 칠하고, 이어 주홍색 안료와 납이 혼합된 물감으로 다시 한 번 덧칠해 모나리자의 미소에 담긴 독특한 깊이, 부피, 형태의 느낌을 만들었다. 이처럼 정교하게 만든 뿌연 윤곽선은 시신경에 혼란을 일으킨다. 우리 눈의 망막세포들은 사물의 크기, 명도, 위치 정보를 코드화해 각각 다르게 분류된 정보를 뇌에 전달하기 때문에 조건의 변화에 따라 미소를 보거나 볼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는 게 연구를 주도한 학자들의 설명이다.
   
망막 뒤쪽 시신경에는 간상세포와 원추세포가 연결되어 있다. 원추세포는 색깔과 정지한 사물을, 간상세포는 명암과 운동하는 물체를 인식한다. 동물적 감각에 가까운 역할은 간상세포가 하는데, 다빈치가 윤곽선을 희미하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간상세포를 자극해 다양한 반응을 유도한 셈이다. 이 연구는 물체에서 나오는 빛의 양을 분석해 미술 작품을 해석한 첫 사례이다.
   
평생 꿈꾸었던 인간의 비행
   
많은 이들이 다빈치의 걸작으로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을 꼽는다. 하지만 진정한 걸작은 바로 그의 노트다. 다빈치의 노트는 발명 계획 스케치와 낙서, 해부학, 식물학, 지질학에 대한 내용은 물론 요리법과 농담, 우화 등으로 가득 차 있다. 비록 종이 위에 그려진 설계도로만 남아 있지만, 그의 생각이 담긴 발명 노트를 아직도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있을 정도다. 빌 게이츠는 경매에서 그의 필사본 스케치 노트를 3000만달러에 구입하기도 했다.
   
다빈치의 노트는 도저히 한 사람이 다 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지적 능력을 다방면으로 발휘하고 있다. 특히 그가 평생 꿈꿨던 것은 인간의 비행이었다. 그는 새처럼 사람도 직접 날개를 움직이면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새는 수학 법칙을 통해 작동하는 기구라고 생각했고, 새가 하는 일을 인간이 하지 못하리라는 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새의 비행을 본떠 만든 그의 비행기 그림은 매우 유명하다.

▲ 다빈치는 평생 인간의 비행을 꿈꿨다. 다빈치의 구상을 바탕으로 만든 박쥐 모양의 비행기 ‘우첼로’. photo 셔터스톡


그는 장치 하나하나를 개발할 때마다 상당히 면밀한 과학적 탐구 과정을 거쳤다. 예를 들어 사람이 하늘을 나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새와 박쥐, 곤충의 비행역학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들의 날개폭과 무게의 비율을 상세히 조사했다. 또 공기역학, 기계공학적인 지식을 총동원해 날개를 설계했다. ‘새들은 양어깨를 위로 올리고 날개의 끝을 쳐들어 올려 두 날개와 가슴 사이에 공기를 압축한다. 그러면 거기서 생겨난 압력이 새를 위로 들어올린다’는 것이 그가 관찰한 새의 비행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사람이 하늘을 나는 데 필요한 날개의 크기를 계산한 후 움직이는 인공 날개 제작을 시도했다. 박쥐 모양의 날개를 단 비행기 ‘우첼로(거대한 새)’가 그것이다.
   
이후 몇 년간 ‘우첼로’를 테스트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동력엔진이 없던 시대, 비행을 할 수 있을 만큼 기계를 빨리 돌릴 힘을 인간이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새처럼 날개를 퍼덕거림으로써 하늘을 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물체가 공기에 의해 받는 압력만큼 공기도 물체에 압력을 가한다’는 그의 관찰은 뉴턴의 운동 제3법칙(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2세기나 앞선 것이었고, 새가 나는 모습을 기록한 그의 노트는 현대 비행기에 대한 논리적 뒷받침이 됐다.
   
한편 그는 인간이 하늘을 나는 대안으로 비행기 대신 나선형 날개를 회전시키는 헬리콥터와 낙하산을 디자인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헬리콥터의 시작을 다빈치로 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1483년 나사의 원리를 이용해 헬리콥터를 스케치했다. 그가 처음 구상한 헬리콥터는 회전 날개가 나선 모양을 하고 있어서 회전 속도가 증가하면 위로 올라가게 된다.
   
당시 다빈치의 헬리콥터는 기본적인 항공역학에 관한 개념들이 정리되어 있지 않아 재미있는 아이디어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후 그의 아이디어가 헬리콥터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다. 러시아 태생의 항공기술자 이고리 시코르스키는 다빈치의 나선형 날개에서 영감을 얻어 1930년대에 최초로 헬리콥터를 만들었다. 비행기와 낙하산 등도 500여년 뒤에 상용화됐다.
   

▲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과학 이전의 과학’ 전시회에 선보인 다빈치 스케치. 수동식 레버 윈치(Manual lever winch)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photo 뉴시스

무기 개발에도 종횡무진
   
서거 500주기를 맞아 군사 기술자로서의 다빈치도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기상천외한 전쟁무기를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모양이 독특한 발명품이 많았다. 그가 고안한 독창적 무기 중 하나는 두꺼운 나무 판의 갑옷으로 완전하게 무장한 장갑차다. 장갑차의 내부에는 병사 한 명만 들어갈 수 있고, 둘레에는 10문의 대포가 설치될 정도로 크기가 컸다. 크랭크와 기어 장치로 움직이거나 말이 네 개의 바퀴를 끌어서 움직일 수 있도록 고안한 이 장갑차는 몸집이 크다 보니 조종뿐 아니라 전진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가 고안한 수많은 석궁과 투석기, 특히 방향 날개를 가진 탄환 또한 주목받고 있다. 탄환은 표적을 향해 정확한 궤도를 유지하면서 날아가도록 물고기 지느러미처럼 생긴 방향 날개를 붙인 게 특징이다. 한편으론 박격포와 대포 같은 포탄으로부터 안전하도록 엄호 지역을 계산한 요새 방어에 대해서도 연구했는데, 도시의 벽들은 포탄의 충격에 잘 견디도록 약간 기울어져 있다. 다빈치가 요새를 건설하기 위해 세웠던 수많은 계획들은 후세의 많은 건축가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머리카락 DNA 검사로 ‘다빈치 코드’ 밝힌다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건축가인 조르조 바사리는 ‘화가, 조각가와 건축가의 생애’라는 그의 저서에서 다빈치를 이렇게 묘사했다. “하느님이 천국에서 우리에게 보낸 사람, 그는 사람이기보다는 신에 가까웠다.” 서거 500주기를 맞아 과학계는 다빈치의 천재적·신적(神的) 발자취를 들춰보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의 머리카락 유전자(DNA)를 검사해 일명 ‘다빈치 코드’를 밝혀내는 일이다. 이탈리아의 미술고고학 전문가들이 미국의 한 개인 소장품에서 그의 머리카락 한 타래를 발견하고 이번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머리카락은 현재 이탈리아 소도시 빈치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박물관’에서 최초 공개돼 관람객들과 만나고 있다.
   
다빈치의 머리카락으로 DNA 검사를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후손을 찾아내고 프랑스 ‘앙부아즈 성’에 있는 다빈치 유해의 진위까지 가려내는 것이 목표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프랑스에서 숨져 생플로랑탱이라는 궁정교회에 안치되었으나 프랑스혁명 때 이곳이 파괴되면서 그의 유해는 인근 ‘앙부아즈 성’ 안의 작은 생위베르 성당으로 이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이는 추정일 뿐 다빈치의 유해 진위 여부는 아직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진보된 유전자 기술이 정확한 답을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등록일 : 2019-05-31 09:21   |  수정일 : 2019-05-3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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