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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찍고 한국 상륙 ‘기생충’ 개봉 하루 전 예매율 54%

글 | 선수현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5-29 09:56

▲ 영화 ‘기생충’ 포스터. 제공=CJ엔터테인먼트/㈜바른손이앤에이.
 
“아들아,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영화 ‘기생충’ 기택의 대사다. 대사의 주어를 바꿔봄직하다.
“봉준호 감독님, 다 계획이 있었군요.”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철두철미한 계획에 의해 이뤄졌다. 러닝타임 131분 내내 ‘봉테일’이 살아있다. 영화는 스토리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사회와 시스템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각본, 캐스팅, 미장센 어느 하나 그의 계획에서 벗어난 게 없어 보인다. 영화가 끝나면 관객은 ‘웃픈’(웃기고 슬픈) 감정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마더’ ‘설국열차’ 등에서 명장면을 탄생시킨 홍경표 촬영 감독, ‘하녀’ ‘도둑들’ ‘옥자’ 등에서 촬영 효율과 미장센의 황금 조합을 구현해 온 이하준 미술 감독, ‘마더’ ‘도둑들’ ‘독전’ 등에서 인물을 표현한 최세연 의상 감독 등 모두 봉 감독의 계획에 합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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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사진=CJ엔터테인먼트/㈜바른손이앤에이.
 
반복되는 실패를 겪은 가장 기택(송강호)과 대학 입시에 수차례 실패한 백수 아들 기우(최우식), 딸 기정(박소담), 잘 풀리지 않은 운동선수 출신 아내 충숙(장혜진)은 가족이다. 기택은 연이은 실패로 계획해 봐야 될 리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아들이 부잣집 과외 선생이 되자 평범하게 먹고 살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기우가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진다.
 
봉준호 감독은 5월 28일 진행된 언론시사회 보도자료에서 “스토리의 크고 작은 고비들마다 관객들이 때론 숨죽이고, 때론 놀라며, 매 순간의 생생한 감정들과 함께 영화 속으로 빠져들기를, 만든 이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면서 “예고편 등을 통해 노출된 두 남매의 과외 알바 진입 이후의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 최대한 감춰주신다면 저희 제작진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다”고 절제된 보도를 당부했다.
 
봉 감독의 함구령에는 이유가 있다. 어설픈 의도와 몇 번의 우연들이 겹쳐 사건은 예측불허로 커진다. 작은 눈뭉치가 구르고 굴러 영화는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단단한 눈덩어리가 된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 연출력은 감탄을 자아낸다. 결국 더 이상의 이야기 줄기를 알게 되면 손해보는 건 관객이다. 그러니 스포일러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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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사진=CJ엔터테인먼트/㈜바른손이앤에이.
 
영화 ‘기생충’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족이다. 영화는 광대나 악인이 등장하지 않은 채 두 가족의 모습을 통해 현실의 희비극을 발현한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구상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가족을 소재로 사용하기로 했다”며 “‘설국열차’가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기생충’은 우리 삶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 단위인 가족을 통해 빈부를 일상에서 밀접하게 표현했다”고 했다. 기택네 가족 이야기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관통하듯, ‘기생충’은 기택, 기우, 기정과 충숙의 생(生), 즉 그들의 삶을 뜻한다. 그 삶의 모습은 생존을 위해 염치는 잠시 제쳐두는 기생충과 같다.
 
도저히 만날 일 없어 보이는 극과 극의 두 가족의 집은 극적 대비를 이룬다. 두 계층 어느 한쪽도 악한 의도를 품고 있지 않지만 자칫 삐걱거릴 경우 벌어질 수 있는 균열과 파열음을 따라간다. 기택네 가족이 사는 반지하와 박사장네가 사는 유명 건축가가 지은 언덕 위 집은 비극을 배가한다. 이 수직 구조는 두 가족의 사회적 위치를 대변한다. 두 공간을 오르내리는 계단은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넘어 현대사회의 수직적 질서에 대한 메타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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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사진=CJ엔터테인먼트/㈜바른손이앤에이.

기생충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남에게 덧붙어서 살아가는 사람을 낮잡는 말이지만 제목 ‘기생충’은 반어적이다. 봉 감독의 전작 ‘살인의 추억’과 유사한 맥락이다. 살인이 추억이 될 수 없지만 한 시대를 기억하는 가늠자 역할을 했듯, ‘기생충’ 역시 “그들이? 왜?”라는 질문을 우리 시대에 던진다. 궁상맞고 처절한 기택의 가족은 상생·공생의 삶을 원하지만 누군가에게 기생해 살아가야만 하는 잔혹한 현실을 전한다.
 
‘봉테일’한 계획의 ‘기생충’이 계획하지 않은 한국 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 영예를 안았다. 칸을 뒤흔든 ‘기생충’의 힘은 국내까지 전해졌다. 개봉 이틀 전 열린 언론시사회는 ‘지금껏 이런 반응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취재진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국내 예매율은 5월 29일 오전 기준 54%를 넘었다. 영화 밖 현실에 봉준호 감독의 계획을 넘어서는 일이 이어진다. 흡사 봉준호 신드롬이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봉 감독님, 계획대로 되고 있나요?”
등록일 : 2019-05-29 09:56   |  수정일 : 2019-05-2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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