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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봉 구간 생태]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힘 지닌 양지꽃

글 | 신준범 월간 산 기자 2019-05-22 09:43

▲ 양지꽃
고산 능선에서 흔히 마주치는 여러해살이 봄꽃
 
노란 똥을 누고 간 줄 알았다. 잔설과 칼바람 기세등등한 고도 1,000m 능선에 이토록 샛노란 빛깔이라니.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 갓 태어난 아기처럼, 가냘픈 노란 꽃이 반가워 가만히 옆에 앉아 있었다. 바람도 잠이 드는 양지바른 곳이었다. 그래서 이름도 양지꽃이다. 
 
백두대간의 꽁꽁 얼어붙은 대지를 깨고, 오들오들 떨면서도 꿋꿋이 피어나는 야생화를 만났다. 노랑제비꽃, 둥근털제비꽃, 양지꽃이었다.   
 
이번 구간의 주인공은 양지꽃이다. 양지꽃은 전국의 산과 들, 햇볕이 잘 드는 곳이면 어디든 자생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1,000m대 능선이나 낮은 산기슭이나 들녘이나 가릴 것 없이 햇볕만 잘 들면 피는 무던한 성격의 꽃이다. 
 
한겨울에도 햇볕 잘 드는 곳이라면 간혹 양지꽃을 볼 수 있다. 산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에도 양지꽃은 살아 있다. 벌벌 떨면서도 오직 볕 들 날만 기다리며 참고 또 참은 인내의 결실이다. 지금 핀 노란 양지꽃은 혹독한 시간을 참고 견딘 만만찮은 내공까지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무자비하게 등산화 굽으로 밟지 않게 주의하길. 
 
양지꽃은 나비나 벌보다 파리에 속하는 등에가 가장 많이 찾아든다. 등에는 얼핏 보면 벌처럼 보이지만, 파리과에 속하며 벌처럼 보이는 방법으로 적의 공격을 막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등에 종류만 52가지가 있는데, 양지꽃을 찾는 것은 빌로도재니등에로 알려져 있다. 채소나 꽃을 기르는 농가에서는 친환경농법으로 꽃등에를 풀어 놓아 꽃가루받이를 돕고 애벌레를 통해 진딧물을 방제하기도 한다.
 
양지꽃 잎은 앞면이 초록색인데, 뒷면은 흰색이라 눈을 뒤집어 부라린다는 뜻의 한자어 ‘번백翻白’이 그대로 약명으로 쓰이고 있다. 뿌리의 모양이 닭다리 같다고 해서 ‘계퇴근’이라고도 부르며, 꽃잎이 닭발처럼 오므라든다고 해서 닭의 발톱이란 뜻의 ‘계각조’라고 불린다. 뿌리 껍질은 붉은색이지만 속살은 흰색이라 닭다리의 속살을 닮아 ‘계퇴근’이라고도 한다. 
 
양지꽃은 가을에 채취해 약용으로도 쓰는데 해열과 해독 작용이 강해 장염, 이질, 학질, 폐렴 등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고 한다. 또한 지혈제로도 이용되며 외상에 출혈이 있을 때 찧어 환부에 붙이면 쉽게 지혈이 된다. 
 
염창이 발생해 환부가 붓고 고름이 나올 때도 달인 물로 환부를 씻어 내기를 반복하면 효과를 본다고 한다. 서릿발을 견디며 피어나는 꽃인 만큼 신비로운 약성까지 갖춘 건지도 모르겠다. 
양지꽃은 햇살의 정도에 민감해 이른 봄에는 바닥에 바짝 엎드려 피어난다. 마른 풀잎을 보온재 삼아 그 틈새로 피어나기도 하며, 완연한 봄이 되면 최대 50㎝까지 줄기를 뻗어 피어난다.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하여 더 많은 등에를 끌어들이고, 경쟁하는 다른 풀보다 햇볕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일 것이다.
 
양지꽃 꽃말은 ‘사랑스러움’, ‘봄날’, ‘행복의 열쇠’다. 고산 능선의 혹독한 처지에도 굴복하지 않고, 햇볕 한줌의 소중함을 알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놓는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꽃이 양지꽃이다. 
등록일 : 2019-05-22 09:43   |  수정일 : 2019-05-22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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