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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전도연

우리 모두의 슬픔이자 아픔 그리고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사건. 세월호를 소재로 한 영화 <생일>의 반응이 개봉하자마자 뜨겁다. 영화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를 연기한 전도연의 진심이 담긴 진한 연기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쓰다듬고 있다. 전도연은 이번 작품이 운명이었다고 말한다.

글 | 임언영 여성조선 기자 2019-05-08 09:59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나 아픈 이야기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세월호가 우리에게 남긴 숙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영화 <생일>은 2014년 4월 이후 남겨진 우리 이야기다. 세월호 침몰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가족이 기억을 나누는 모습을 담담하게 담았다.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만든 주인공은 <밀양> <시> 등 이창동 감독 영화 연출부에서 내공을 다진 이종언 감독이다. 2015년 여름,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치유 공간 ‘이웃’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이 감독은 유가족과 희생자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슬퍼하고 아파했다. 그곳에서는 매년 아이들 생일이 다가오면 그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모임을 갖는다. 그들은 물론 세월호를 잊고 지내는 사람들에게도 넌지시 말을 건넬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전도연, 설경구의 출연으로 영화 제작에 힘이 붙었다. 굵직한 두 배우가 시대의 아픔을 다룬 영화에 선뜻 출연한다는 사실이 영화계 안팎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아이를 잃은 부모가 된 두 사람은, 그들이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폭발적인 열연으로 관객의 슬픔을 가만히 쓰다듬고 있다.
 

끝나지 않은 아픔 ‘세월호’
무섭지만 피할 수 없었던 작품

<생일>의 이종언 감독은 “0.01초도 진짜 감정으로 반응하지 않은 순간이 없는 것 같다”고 평했다. 전도연은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슬픔을 묵묵히 견뎌내는 엄마 ‘순남’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과연 전도연’이라는 찬사를 끌어내는 몰입력 높은 연기를 선보였다.

전도연이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배역이지만, 실제 전도연은 역할 제안이 들어왔을 때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세월호라는 소재 자체가 누구에게나 어려울 수밖에 없기도 하거니와 엄마 역할에 대한 개인적인 두려움도 있었다. 영화 <밀양>에서 아이 잃은 엄마 역을 맡은 바 있는 그는 그 처절한 캐릭터를 그리는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4년 만에 출연한 작품이다. 전작이 떠오르는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한다. <생일>은 피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 출연하고 나니 마음의 돌덩이 하나를 내려놓은 기분이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 작품을 안 했다면 후회했을 것 같다. 물론 (세월호라는 소재가) 힘든 지점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지만, 그럼에도 용기가 생겼다.

처음에는 출연 제의를 고사했다고 들었다. 이종언 감독에게 시나리오 이야기를 듣고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 게 맞아? 괜찮아?”라고 되물었다. 걱정과 우려가 앞섰다. (세월호에 대한) 너무 많은 시각이 있어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고, 오해와 편견도 있고, 피로감을 느끼는 시각도 있다. 영화로서 온전히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무엇이 마음을 움직였나. 누가 하더라도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시나리오를 보고 느낀 점을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용기를 못 내더라도 좋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는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못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마음에서는 배역을 놓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밀양>에서 신애 역을 맡은 이후 막연히 아이 엄마 역할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일>을 받았을 때도 그런 이유로 고사했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너무너무 좋았다. 이유는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이야기라서. 세월호와 관련한 사람들 이야기이지만, 이게 과연 유가족만의 이야기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고, 그래서 피하지 않고 하겠다고 결심했다.

쉽지 않은 소재다. 영화 <생일>을 두고 상업영화에 대한 찬반 논란도 있었다. 나도 그랬다. 세월호에 대해서 편견도 있고, 오해도 있고, 아픈 이야기는 보고 싶어 하지 않기도 한다. 다가가기 쉽지 않은 영화일 수 있다. 확실한 건 슬프기만 한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과 후에 생각이 달라졌다. 이야기는 어제 만들어질 수도 있고, 그것이 내일일 수도, 오늘일 수도 있다. 오늘이면 지금이다. 타이밍은 내가 만들어가는 거고,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렇게 용기를 냈다. 

감독의 뚝심과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현장에서 호흡은 어땠나. 작고 여리고, 말씀도 조곤조곤 하신다. 촬영할 때도 조용히 밀고 나가는 게 있다. 목소리 높여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어필하는 것보다 더 힘이 있다. 현장에서 제일 책임감이 많았을 것 같은데, 이제야 알겠다.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약한 것 같지만 강한, 외유내강 스타일이다. 엔딩 생일 모임 신을 찍은 것도 이례적이다. 신인 감독이 뚝심 있게 찍어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설경구와도 오랜만에 만났다.  어릴 때 만나서 친오빠 같은 사람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사석에서 본다. 따뜻한 말 한마디 안 하지만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설경구다.(웃음) 든든한 사람, 옆에 있으면 의지가 되는 사람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설경구가) 뭔가를 꾹꾹 누른 것 같다. 연기하면서 감정이 터질까 봐 그런 것 같다.

이창동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한 점도 눈길을 끈다. 큰 의지가 됐지. 세월호 이야기라는 부담이 있었지만 이창동 감독님의 이름이 신뢰를 줬다. 어떻게 보셨냐는 질문에는, 원래 이창동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게 모호하다. 어떤 말씀을 하셨는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어렵다는 건지, 어떻다는 건지.(웃음) 그저 좋은 말씀이었을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있다.

영화 개봉 전 안산에서 유가족을 초대해 상영회를 가졌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 안으로 무대 인사를 하러 들어가야 하는데, 한 발자국 내딛기가 힘들었다. ‘극장 안의 무거운 분위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들어가서부터 나올 때까지 한 번도 고개를 못 들었다. 그분들의 슬픔을 눈을 맞추면서 볼 수가 없더라. 나는 연기한 배우인데 “영화 어때요? 좋아요?” 할 수도 없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힘들었다. 무섭고 어렵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었다. 

유가족과 만나니 어땠는지? 아이들 생일 모임을 하는 이유는 위로나 치유가 아니라 살아야 할 단 한 가지 이유라도 찾고 싶어서라고 말씀하셨다. 너무너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한 어머니가 지갑을 선물로 주셨다. 직접 수놓은 천으로 된 지갑인데, 노란 리본을 묶어 손에 쥐어주면서 감사하다고 하셨다. 그때 눈물이 터져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내 손에 쥐어준 지갑이 날 위로하고 응원했다. 큰 힘이 났다. 내가 이 자리에 섰고, 서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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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이웃이 될 수 있다면…
남겨진 우리의 따뜻한 이야기

영화 <생일>은 아프지만 따뜻한 영화다. 세월호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아픔을 다루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이웃이 있고, 소박하게 나누는 웃음도 있다.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쓰다듬을 수 있는 건 결국 사람이라는 영화의 메시지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메시지이기도 하다.

일상성을 표현하는 연기로 전도연을 능가하는 사람이 있을까? 다른 것도 잘할 수 있다.(웃음)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다. 연기도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진심을 표현하는 데도 스킬이 필요하다. 없는 것을 꾸며내야 할 때도 있고, 사람들이 동의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다. 나는 내가 느끼는 만큼 연기하려고 한다. 그런 방식이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진심이 보인다고 할 수도 있는데 취향의 문제인 것 같다.

<생일>의 전도연은 엄마 그 자체다. 실제 엄마이기도 하니까. 엄마라서 더 많이 아플 것이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아팠다. 그러나 연기할 때는 ‘나도 엄마니까’ 하는 마음으로 감정적으로 다가가기보다는 한 발짝 떨어져서 순남을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극중 순남은 유가족과 어울리지 못하는 엄마다. 자기 아들을 못 보낸 엄마다. 자기와 다른 방식을 인정하지 않는다. 순남을 대변하자면 자기 안에 갇혀서, 자기와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순남에게는 죽은 아들 수호뿐 아니라 살아 있는 딸 예솔이도 있다. 실제로 그런 아이들이 많다. 감독님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그 아이들은 “그래서 네가 부모님에게 잘해야 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하더라. 시나리오를 볼 때는 수호의 그림자가 너무 커서 예솔이가 보이지 않았는데, 촬영하면서는 예솔이도 너무 아팠다. 순남이가 지옥 같은 순간을 보내며 살지만, 거꾸로 하루를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존재다. 

‘엄마’ 전도연은 전작 <밀양>에도 있다. 두 캐릭터 사이 어떤 차별성을 주려고 했나? 출연 여부를 논할 때는 그런 의식을 했는데 막상 연기할 때는 의식되지 않았다. 물론 전도연이라는 사람이 아픔을 표현해내는 한계가 있겠지만, 느끼는 감정이 너무 달랐다.

촬영할 때 힘든 점은 없었나? 각오를 했다. 나뿐 아니라 <생일>을 만든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안고 가는 숙명이다. 작품에 참여한 스태프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세월호 이야기를 하는 데 동참할 수 있다는 유대감이 있었다. 같이 아파하고, 같이 힘들어했다. ‘힘들지? 내가 도와줄게’라는 마음이 모두에게 있었다. 힘들었지만 현장에 힘이 있었다. 모두 묵묵히, 각자 자리를 지켰다.

영화 <생일>은 전도연에게 어떤 의미인가? 세월호는 끝난 이야기가 아니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모든 사람이 처음부터 목격했다. 그것이 상처가 되고 트라우마로 남고 아픔이 됐다. 나는 무력감 때문에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생일>에 참여했다고 해서 ‘내 몫을 했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을 바로 볼 수 있는 용기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배우로서도, 개인으로서도.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영화를 선택하기까지 너무 힘들었다. 용기를 내서 다가가보니 비로소 소중함과 감사함이 생긴다. 누군가의 이웃이 되어줘야 오늘 하루 너무 힘들었어가 감사함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관객이 한 걸음 다가와주면 좋겠다. 너무 아프고 힘들게 하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니까 말이다.

새 영화 개봉 소식도 있어서 팬들이 반가워한다.  정우성과 함께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정우성과는 동갑내기다. 안 지는 오래 됐는데 작품은 처음이다. 현장에서 보니까 세상 어색하더라.(웃음)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편안해졌다. 짧고 굵게 촬영을 마쳤다. 장르는 미스터리 멜로인데, 블랙코미디 성향도 있는 작품이다.
등록일 : 2019-05-08 09:59   |  수정일 : 2019-05-0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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