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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함, 윤혜진의 색

까다로울 것 같은 발레리나, 연예인 가족. 주변 환경 때문인지 윤혜진은 어려운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세상에 나오기보다 숨는 걸 택할 거라 생각한 윤혜진은 소통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꼿꼿한 태도, 입꼬리에 슬며시 걸리는 미소에서 오히려 단단함이 느껴졌다.

메이크업 홍현정
헤어 소피아(제니하우스 프리모점)
스타일리스트 정지윤

글 | 장가현 여성조선 기자   사진 | 장호 2019-05-07 09:44

▲ 뷔스튀에는 뷔에타 by레이리나, 바지는 분더캄머, 팔찌 실버뱅글은 골든듀, 가는 실버 골드 삼각 뱅글은 모니카비나더, 골드 뱅글은 까르띠에, 귀걸이는 리타모나카.
윤혜진을 만난 날, 날씨가 희한했다. 서울에는 꽃눈이 흩날리는데 강원도 대관령에는 꽃을 다 뒤덮을 만큼 많은 눈이 내렸다. 강원도 눈 소식을 듣고 만나서였을까. 윤혜진을 보자마자 강원도가 생각났다. 촬영하는 동안 웃음기가 사라진 그에게서 서늘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발레리나가 풍기는 오라(aura)가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윤혜진에게 따라붙는 말은 발레리나만이 아니다. 그가 무용수로서 이룬 것만도 충분히 대단한데 또 다른 일을 시작했다. 인터넷 쇼핑몰을 시작하고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것. 뜻밖의 행보다. 하고 싶은 일을 차근차근 하고 있다는 그의 얼굴에 설렘이 피었다. 서늘한 카리스마에 따뜻함이 번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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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슈트는 레페토, 귀걸이는 리타모니카, 팔찌는 까르띠에.

# 무용수, 쇼핑몰, 유튜브에 투영한 윤혜진의 색

갑자기 유튜브를 시작했다. 이유가 있나? 4~5년 동안 소셜미디어(SNS) 라이브 방송을 꾸준히 했다. 그런데 뭔가 좀 부족하더라. 소셜미디어 친구들이 꾸준히 궁금해하는 것이 있다. 레시피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발레 동작 같은 라이브 방송 말고 다른 매체가 필요했다. 자연스럽게 시작한 게 유튜브다.

쇼핑몰도 운영한다. 쇼핑몰과 유튜브는 어떤 공통점이 있나?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같은 건 생의 축복이다. 발레가 그랬다. 반면 남몰래 꽁꽁 숨겨두고 나만 꺼내보는 꿈도 있다. 나에겐 옷과 방송이 그렇다. 어릴 적부터 멋있는 배우들을 많이 보고 자라서인지 동경이 있었다. 그렇게 하고 싶은 걸 조금씩 해보는 중이다. 발레도 그렇고 방송이나 옷도 내 색깔을 보여주는 일이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촬영 전 메이크업을 할 때도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을 하더라. 소셜미디어 친구들이 궁금해한다. 보통 영상을 찍을 때는 민낯으로 촬영하는데 변신한 모습은 어떤지 보고 싶다는 의견이 있어서 준비했다. 요즘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스태프 없이 혼자 찍는데 재미있더라. 이 영상도 편집해서 유튜브 채널에 올리려 한다.

유튜브는 혼자 하기 버거운 매체다. 말 그대로 막노동인데? 처음에는 멋모르고 덤볐다. 그냥 촬영해서 올리면 되는 줄 알았다. 촬영도 촬영이지만 편집도 장난이 아니더라. 초반에는 지인들이 조금씩 도와줬다. 너무 고생시킨 것 같아 미안하다. 지금은 전문적으로 영상을 만드는 분과 함께 일한다.

유튜브에서 조회 수가 제일 높은 건 발레 홈트 영상이다. 역시 발레리나다. 발레 하는 모습이 오랜만이어서인지 보는 분들이 반가워하신다. 요즘에는 발레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자세도 교정되고 다이어트도 되는 좋은 운동이다. 이너뷰티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많이들 좋아한다.

여전히 무용수의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당장 무대에 서도 될 만큼 완벽하다. 일상에서 무용수의 루틴을 유지하고 있다. 무용수가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근육량, 연습량에 맞춰 매일 움직인다. 고별무대는 했지만 은퇴한 적은 없다. 나는 여전히 무용수다. 무용수였고, 무용수고, 무용수로 죽을 거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무대에 서기 힘들어진 부분은 있다. 하지만 늘 좋은 무대를 기다리고 있다.

첫 유튜브 콘텐츠가 요리 레시피다. 윤혜진과 요리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결혼 전에는 밥도 해본 적이 없다.(웃음)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집에서 엄마 살림을 도와드리지 못했다. 종일 발레 연습하고 집에 오면 뻗는 게 일상이었으니까. 결혼하고 요리를 시작했는데 의외로 맛이 괜찮았는지 남편이 칭찬했다. 그러니 또 신나서 하게 되더라.

요리 실력이 훌륭하다. 요리를 잘하는 비결이 있다면? 워낙 미식가다. 엄마가 요리를 잘하셔서 맛있는 걸 많이 먹은 덕분인지 기억 속에 있는 맛대로 음식을 만든 게 크다. 요리를 따로 배우지 않아서 나만의 방법이 생긴 것도 있다. 그게 남들이 보기에 뚝딱뚝딱 쉽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나 보다. 레시피북을 내자는 제의도 있었다. 바로 거절했다. 훌륭한 셰프도 많은데 한식 조금 할 줄 안다고 책을 내는 건 건방지지 않나. 유튜브든 라이브 방송이든 내가 알고 있는 걸 나누는 게 나와 맞는 것 같다.

가족이 좋아하는 요리는? 별거 다 해줘도 제일 좋아하는 요리는 카레다, 어이없게(웃음). 몇 시간씩 요리해서 맛있는 걸 해줘도 나중에 “카레는 없어?” 한다. 별다른 요리법은 없다. 마트에서 파는 카레가루에 각자 입맛에 맞게 요리한다. 남편은 엄청 맵게 해준다. 지온이 카레는 채소 없이 소시지를 넣어서 순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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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슈트는 손정완, 슈즈는 렉켄, 귀걸이는 판도라.

# 소중하고 강렬한 지온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시청자에게 사랑받은 지온이는 벌써 일곱 살이다. 인터뷰하는 엄마를 만나러 온 지온이는 텔레비전 속 아기 모습은 간데없이 훌쩍 커버렸다. 지온이는 처음 본 이모 삼촌들이 어색한지 엄마 곁에 꼭 붙어 있다. 윤혜진이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며 “어떤 게 제일 예뻐?”라고 묻자 지온이는 “이것도 예쁘고, 이것도 예쁘고, 다 예쁘다”고 답했다. 영락없는 ‘엄마바보’의 모습이다.

가만 보니 혜진 씨 웃는 모습이 지온이랑 똑같다. 크니까 엄마 얼굴이 나온다. 지온이 낳고 엄마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못 들어 내심 서운했는데… 이제 내 유전자가 힘을 쓰나 보다. 나는 친정엄마를 닮았다. 친정엄마 얼굴을 아는 사람은 다 지온이가 외할머니를 닮았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에 올린 지온이 앞니 빼는 영상도 화제였다. 이 뺀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가만히 안 있을 거라 거짓말을 했다. 앞니에 실을 묶어놓고 조금 있으면 편안해진다고 하면서 확 밀었다. 그랬더니 애가 “아빠 거짓말!!” 하면서 엉엉 울더라. 아픈 것보다는 속아서 억울했나 보다. 다행이 한 방에 뽑혀서 그 정도였지 아니면 난리가 났을 거다. 다 컸다 싶다가도 이럴 때 보면 아이는 아이다.

유튜브에 지온이가 많이 등장한다. 같이 장도 보고, 여행도 하고. 모든 일상을 지온이와 함께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 모습도 자연스럽게 비치는 것 같다. 늘 붙어 있어서 잘 모르다가 어느 순간 아이가 자란 것이 확 다가올 때가 있다. 지온이는 앞니가 다 빠졌다. 갈비를 먹으러 갔는데 앞니가 없으니 오죽 답답했겠나. 아이가 밥을 먹다가 “아! 갈비 좀 시원하게 뜯고 싶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 언제 이만큼 커서 어른이나 할 법한 말을 하는지.

친구 같은 모녀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하나뿐인 아이라 더 애틋할 것 같다. 물론이다. 요즘 나를 가장 즐겁게 하고, 내가 모든 관심을 쏟고 있는 대상이 지온이다. 아이의 존재는 그만큼 강렬하다. 지온이도 엄마를 좋아해서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다. 딸 가진 엄마의 로망이 딸과 친구처럼 지내는 것인데 나는 로망을 이룬 셈이다. 지온이는 딸이자 친구고 의지가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지온이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아이를 케어하고 유튜브에 쇼핑몰까지, 원더우먼이 따로 없다. 우리 집의 정신적 지주다. 정말 싫다. 하하. 결혼하면 남자들이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하잖나. 그 마음이 뭔지 알겠다. 내가 흔들리지 않아야 가정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기도한다. 힘내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사람도 있다.

지온이 말고도 힘을 주는 존재는? 소셜미디어 친구들이다.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을 꽤 오래했다. 기쁜 일도 있지만 아픈 일도 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든 떠나지 않고 힘을 준다. 내가 힘들 때 따로 메시지를 보내면서 힘내라고 응원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따뜻한 말을 들으면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그분들 덕에 힘을 낸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얼굴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지만 내겐 특별한 사람들이다.

무용수 윤혜진은 언제 다시 볼 수 있나? 작품은 늘 기다리고 있다. 발레는 워낙 많이 해서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클래식 발레는 하지도 못 하고 해선 안 된다. 다시 토슈즈를 신고 테크닉을 하고 싶진 않다. 공주님 역할은 가장 잘할 수 있는 20대 후배들이 하는 게 맞다. 내가 기다리는 무대는 클래식 작품이 아니다. 말 그대로 움직임이 예술이 되는 작품을 기다린다. 그 작품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까 영혼이 동하는 공연이 있으면 바로 할 수 있게끔 준비하고 있다.
등록일 : 2019-05-07 09:44   |  수정일 : 2019-05-0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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